죄란 무엇인가? 사회가 산업화되고 속화되면서 죄라는 단어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이름이야 어떻든 죄의 내용은 인간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다. 창세기 초에 이미 죄에 대한 언급이 있다. 죄의 현상은 인간의 삶 안에 깊이 들어와 있으나 그 실체를 규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하에서는 죄의 본질과 죄로의 유혹, 죄의 종류, 죄에서의 해방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죄를 단순히 범법 행위로 규정짓기도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면 법이 없으면 죄가 없겠는가? 바울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법이 있는 사람은 범법으로 죄를 짓고 법이 없는 사람은 양심을 거스렸기 때문에 죄를 짓게 되었다고 하며 인간은 모두 죄인이라고 피력하고 있다. (로마3, 9~18)
죄는 단순히 어떤 계율을 거스리는 행동만이 아니고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도덕이나 관습이라든지 법을 어기어 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죄를 상대적으로 보게 되어 죄의 심각성을 소홀히 보게 된다. 그뿐 아니라 현대에 와서는 죄가 종교인들에 국한된 것으로 여기고 심지어는 신자들 사이에서도 죄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여 회개의 참 기회를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상실된 윤리가치들에 대하여는 무심해 지는 것이 현대 상황이 아닌가 싶다.
바오로 12세 교황은 현대인의 가장 큰 죄가『죄가 없다』고 하는 죄라고 비판하였다. 이렇게 된 데에는 사회의 잘못도 있겠으나 종교인들 특히 윤리학자들의 죄에 대한 가르침이 잘못되었거나 부족한데 이유가 없지 않다.
성서가 가르치는 죄
1. 구약성서 : 죄라는 신학적 전문술어는 아직 사용되지 않으나 문맥으로 보아 죄의 본질이 지적되고 있다. 신앙이면 누구나 잘 아는 창세기 3장 원조의 범죄는 바로 곧 생명의 하느님을 떠나는 행동이며 유한한 자기를 중심으로 살려는 어리석음이며 생명의 길을 버리는 것으로 죽음에 이르는 행동이다.
창조주이시고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을 떠난다는 것은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생명에로 인도하여 주시는 삶의 길 (誡命) 을 어기는 것이다. 이를 현상적으로 표현할 때 하느님과의 계약을 어기거나 바른 길에서 벗어나거나 하느님의 마음에 들지않는 행동을 한다고 하고 윤리적 표현으로는 나쁜 행동, 미풍양속을 거스리고 사회정의에 어긋나는 행동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신약구성 : 구약성서와 유산한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신약에 와서 특기할 점은 죄를 의인화시켜 표현하며 하느님의 최종적 말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거스르는 세력으로 심판을 자초하는 불신앙이다.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무시하고 자기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 인간 사회가 곧 죄라고 표현하고 있다.『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가져옵니다』
3. 죄의 본질…성서가 말하는 죄는 어떤 법을 어기는 행동보다는 창조주이시고 구원자이신 하느님 앞에서 인간이 피조물로서 그리고 은총을 받은 자녀로서 배은망덕하고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행위이고 하느님의 뜻 마련하신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생명과 행복과 축복을 저버리고 죽음과 불행과 저주를 스스로 택하는 어리석은 자의 소행으로 표현한다 (신명기30장).
인간의 행위 정도에 따라 죽음에 이르는 죄가 있고 죽음까지는 아니라도 불행과 은혜를 잃는 잘못된 행위로 묘사하고 있다 (1요한5, 14~17)
죄의 신학적 고찰
1. 죄는 생명의 관계를 끊고 질서를 저버리는 행위
첫째, 모든 존재의 근원이고 생명의 원천인 하느님을 피조물이며 유한한 인간이 은혜로이 받은 자유의지로 배신하고 이탈하여 하느님과 관계를 끊으려는 태도이다. 이는 질서의 전도이며 생활원리의 파괴인 것이다.
둘째, 하느님을 거역하는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인 이웃 인간을 거스린다. 인간상호간의 존경과 사랑을 거부하고 공종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 등이다. 인격의 평등과 남녀의 품위를 정치, 사회、질서 등을 해치는 행위들이 곧 죄이다.
셋째, 인간과 세상의 질서 파괴다. 인간은 만물의 연장으로 자연을 가꾸고 보존해야 할 책임을 주님께로부터 받았는데 욕망에 사로잡혀 우상숭배와도 같은 배금사상이나 자연훼손, 약탈 등으로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행위다.
2. 죄는 폭력이고 파괴의 힘
인간에게서 생명을 빼앗아 간다. 죄는 가장 무서운 폭력으로서 하느님과 인간관계를 파괴시키며 인간을 소외시킨다. 하느님을 거부하는 인간을 자기가 최대의 주권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방자하며 책임질 수 없는 역사적 범죄를 자행한다. 인간이 죄를 지을 수 있으나 죄는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 살인자는 있으나 그 누구도 생명을 되찾을 수 없으며 살인의 폭력은 인간관계를 여러 가지로 파괴한다. 위증이나 사기를 칠 수 있으나 그로써 인간 관계가 파괴되고 신의를 빼앗긴다. 자연의 훼손은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있다. 인간은 사회성을 지니고 있어 죄도 연대성을 지닌 파괴의 힘으로 존재한다.
3. 죄는 여려 형태로 성립되며 고유의 모습들을 지닌다.
하느님은 인간을 여러 가지 은혜로 꾸미셨고 다양한 모습으로 가꾸신다. 죄는 하느님의 은총의 가지 수만큼, 은혜들의 모습만큼 상실된 반대의 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죄들의 이름이고 상징들이다 (불경, 위증, 살인, 간음 등).
인간은 지성과 자유의지로 하느님의 뜻을 알면서 거역하므로 죄를 짓고 범죄하는 행위는 실제로 범죄자 자신과 자신의 행복을 파괴하거나 상실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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