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진리) 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은 살아있으나 죽은 자나 마찬가지이다. 돈이나 권력、명예나 지위 따위만을 위해 살고 있는 사람은 참이 무엇인지 모른다. 참이란「하느님의 말씀」안에 있다. 오늘의 복음은 곧 참을 알고 이유를 들어 일깨워 준다.
『항상 깨어 있어라!』신랑이 언제올 지 모르기 때문이다. 신랑이란「주님」을 두고 하신 말씀이라 해도 좋고、우리가 육신의 너울을 벗어버리고 직접 주님을 뵈올 수 있는 그 때 (곧 죽음의 순간) 이라도 좋다. 종말의 그날에 주님께서 다시 오신다고 하신 말씀을 굳게 믿고 있는 우리는、주님의 재림 (再臨) 을 뜻한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주님께서 언제 어디에 오실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헛되이 소중한 생명을 낭비하지 말고、빨리 진리이신 주님께로 돌아와 주님의 재림에 대시해야 한다. 세속의 헛된 명리 (名利) 나 부귀 권세를 쫓는 허망 중에 일생을 마친다면 이 얼마나 허무한 삶이겠는가?
똑같이 교회에 다니며 똑같이 전례에 참여하여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그 내면에는 여전히 세속적 욕망으로 가득차있어、기도하는 것까지도 그러한 헛된 욕망을 채워달라는 무속적 (巫俗的), 이기적 (利己的) 인 것으로 일관되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믿음도 아니요、따라서 하느님의 뜻에 알맞는 것이 될 수도 없다.
믿음을 등이라 한다면、등 속에 든 등잔은 소망이라 할 수 있으며、기름은 곧 사랑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열심한 믿음을 가진 것 같지만、그리고 주님께 희망을 걸고 세상의 풍파를 어렵지 않게 넘길 수 있는 소망을 가지고 있을지라도、정작 그 등불을 밝힐 수 있는 기름이 없다면、그것은 헛된 믿음이요 소망일 뿐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세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1 코린토13、13).
그러기에『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천사의 말까지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온갖 신비를 환히 꿰뚫어 보고 모든 지식을 가졌다 하더라도、산을 옮길만한 완전한 믿음을 가졌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비록 모든 재산을 남에게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남을 위하여 불 속에 뛰어든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모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고린토 13、113).
아무리 훌륭하고 아름다운 등을 가졌다 할지라도 값지고 우아한 등잔을 등속에 담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 기름이 없으면 아무소용이 없다.
온 누리는 지금 조락의 계저로 접어들고、무성했던 초목들도 모두 시들어 간다. 황량한 겨울바람이 불어 닥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같다. 젊음도 한때요、누구나 주님의 부르심을 받는다면 잠시의 지체함도 없이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그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비하지 않고、이 세상에서 천년만년 살 것같이 욕망의 노예로서 이기심의 주구 (走狗) 가 되어 살고 있다면 이 복음의 뜻을 다시 한번 깊이 묵상하고 빨리 그런 삶에서 참 믿음의 삶으로、사랑과 소망에 넘치는 삶으로 되돌아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 안에 이 복음의 말씀대로 절반 정도는 슬기롭고、나머지 절반은 미련한 처녀와 같을까?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절반이 되었던 그 이상이 되었건、지금 당장 등에 기름을 채우도록 하자. 그것이 문제다. 기름이 없는 등불을 가지고 나서서 어쩌자는 것이냐?
인생은 사랑없이 아무것도 아니다. 왜 우리가 불행한가? 달러 (弗) 가 부족해서? 우리 GNP가 낮아서? 호화주택이 없어서? 증권이 폭락해서? 과학이 발달이 되지 않아서? 아니다. 그 모든 것이 없었던 옛날은 더 행복하게 살았다. 오직「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가정、사회나 국가가 불행하게 되는 이유는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 그것은 하느님의 속성이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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