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가 상담실에 온 날은 무척 무더운 여름이었다. 방학이 얼마남지 않은 때라 여름방학 동안에 실시할 집단상담 및 심성훈련 계획으로 마음이 바쁘던 때라 약속을 잊고 있었다.
갑자기 상담을 시작하여 마음의 준비가 채 되어있지 않아 조금 당황하게 되었다. ㅈ와 어머니께서 함께 자리를 했다. 어머니로부터 찾아온 이유를 자세히 듣고 ㅈ와 상담실에 단둘이 앉게되자 나도 마음의 여유를 갖게되었다. 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으로 학습지진으로 부모님, 특히 ㅈ본인은 매일 등교하는 것이 도살장에 가는 기분이라는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중간정도의 성적이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 후 1학기의 성적은 더욱 떨어져 현상태라면 대학진학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모님의 걱정과 압력으로 ㅈ는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나 어찌 할 방법이 없어 매일 책상에는 앉아 있지만 머리에 남는것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어머니의 감시로 집밖에 나가 놀수는 더욱 어렵고 대학에 계시는 아버지의 체면을 봐서라도 열심히 하긴 해야 되겠는데 좀체로 공부에 열중할 수없는 것이 ㅈ본인도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친구들이 충고하는 방법도 해보았고 독서실에도 다녀보았다. 그러나 성적은 점점 떨어지기만하여 생각으로 자괴상태에 빠져 무기력함과 자기 파괴의 성향을 보이게 되었다. 모든 부모와 학생들의 희망은 누구나 우수한 성적으로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것은 공통일 것이다. 흔히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이 늘 입버릇처럼 집중력이 없다고 얘기하는데 학습에 관한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상당히 추상적인 경우가 적지 않는 것 같다.
ㅈ와 다음 상담일을 약속하고 난 후 어머니께서 이제부터 ㅈ를 감시하는 듯한 독려를 중단해 주실 것과 몇가지를 약속해 줄 것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ㅈ의 심정이 착하고 능력이 있으니 잘 될 것이라는 희망과 ㅈ가 공부로 인하여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큰 불행이 아닌가라고 조금은 엄포(?)를 놓고 ㅈ를 맡겨 줄 것을 부탁했다.
2차 상담 때부터 ㅈ가 인생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등에 관해 친구같이 얘기해 보게 했다. 별 부담없이 자기의 얘기며 친구들의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ㅈ의 학습능력은 학습의 기술적 요인과 환경 요인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점차 학습에 관한 구체적인 상담을 해 나갔다. 학습의 목적과 인생의 가치 등을 서로 연관시켜 생각해보게 했으며 학업이 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차기 상담 때 얘기해 보는 방식을 취하여 다섯 차례의 상담이 끝난 후에는 학습을 능률적으로 하는 몇 가지 설명하고 ㅈ가 자기의 학습방법 및 태도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자료를 제공했다.
그후 학습계획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했다. 자기의 기본능력을 분명히 확인하여 계획의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여 고3의 입학시까지의 계획을 마련하도록 해 보았다.
연간계획과 그 연간계획을 분기별로 구체화시키고 그것을 월간계획으로 다시 더 구체화시켜 나가는 작업을 시켜보았다. 자기가 가장 자신없는 과목에 대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도록 교과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료 등을 제공해 주었다. 3주일 정도가 또 지나서야 작업이 끝났다. ㅈ는 생전 처음 이런 일을 해 보았다는 것과 지금까지 자기가 학습에 대해 너무 무계획이였고 추상적이었으며 걱정과 근심으로 자기의 능력을 무시한채 욕심이 앞서 허둥대고만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분명히 현실을 바라보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는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제는 부모님도 이런 작업과정을 통해 ㅈ를 이해 할 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ㅈ를 성원하고 진정으로 도와주는 부모가 되어야 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우리 모두는 활짝 웃었다. 주일마다 주별학습 체크표를 체크해 나가며 ㅈ는 학업에 열중했다.
이제 ㅈ는 모두가 그토록 열망하는 s대에 진학했다. 물론 ㅈ자신의 피땀 어린 노력과 투쟁의 결과이며 무엇보다도 ㅈ자신이 「자기」의 본래 능력을 확인했다는 것이 대견한 일이었다. 학습은 그 과정에서 배우며 습관이 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