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구설수가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가시나무새」TV방영이 끝났다. 교리에 맞지않으니, 종교인의 파계를 다루었느니, 오랜만의 秀作이니 하는 타이틀로 연일신문에 실려지고 『그런 방송이 나가도록 그냥 두어야 합니까. 다른 교단들이 이 영화로 가톨릭을 괴롭히지 않을까요』라는 신자들의 항의전화도 있었다.
그래서 이 TV프로가 방영되는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몇년전에 어느 교우로부터 이책을 선물받아 읽었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 본 영화는 그안에 등장한 주인공들의 진지한 모습, 리얼한 풍경속에 펄쳐지는 배경들과 더불어 작품의 내용을 하나 하나가 인간심리를 심층적으로 파헤친 감동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사랑하는 이의 일부인 아들을 잃고 神을 저주하는 매기의 모습은 기구한 운명 앞에 몸부림치면서도 결국은 주어지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한 한 신앙인의 단면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어느특정집단을 대상으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들이 그 집단으로부터 거센반발을 받아왔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각도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높았다.
다시 말하면 한 작가의 구상이 소설 또는 영화로 표현된 것을 현실과 연관시켜 문제삼아 왔는데 비해 사회각계의 여론이 이번에 나타난 가톨릭측 입장표명에 대해 좋게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하여튼 이 작품의 주인공인 랄프신부는 끝까지 성직자의 위치를 의식하고 지키려고 노력함으로써 단순히 파계한 신부로서 매도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그보다도 그는 사랑과 야망 사이에서 괴로와하며 성직자이기 이전에 성숙한 한 인간이 고뇌하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가 전보다 더 겸손해질수 있었던 것은 여자와의 관계를 가진후였다. 하느님 앞에 스스로 죄인임을 인정한 뒤에 오는 자연스런 모습이다. 그는 특히 죽은 젊은 신부가 그의 아들이었으며 더 나아가서 매기의 헌신적인 사랑을 발견하고 난 후 처절하리 만큼 지나온 자신의 독선적인 삶을 뉘우침으로써 추기경이 아니라 평범한 한 인간으로 돌아간다.
겉으로 풍기는 고위 성직자의 권위보다 오히려 눈물 속에 드러난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다른 어느 모습보다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것이 순수한 인간적인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인간적인 것은 가장 신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가장 종교적인 것이요 가톨릭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한 가톨릭측 반응에 언론ㆍ정보기관에서 그동안 대단히 관심을 많이 보였었다. 이것이 방영되기 약 1주일전 쯤에 방영계획을 알게 되었고 나는 나름대로 저지하려는 노력을 힘껏 폈었다. 그래서 KBS방송 본부장도 만나고 한편으로는 전문가에게 이 작품에 대한 평을 의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영은 저항없이 되었고 언론기관에서는 마치 가톨릭측이 창작·표현자유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였다. 방영이 끝난후 즉시 열린 본위원회 이 사회에서는 이번에 처음 시도된 TV 프로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선례를 남길까 염려하여 방송국측에 협조를 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방여을 못하도록 막는 일 보다는 신자들이 방영된 작품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될 때 TV가 주는 해를 최소한으로 줄일수 있으리라 본다. 또한 우리 신자들도 이제는 한차원 수준을 높일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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