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나 명예나 돈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본능 자체를 나무라는 것과 같다. 다만 권력에 수반 되는 부작용과 권력을 장기 소유하는 동안 그 장본인이 일종의 착각을 일으켜 병적상태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첫째로 권력이나 돈을 가졌을 때 자기가 스스로의 힘에 매혹되어「판단의 장애」를 불러오게 된다. 권력의 장악이나 부의 축적이 인생의 목표가 되다보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판단은 일방적인 입장에서만 내리게 되니까 결국 편협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권력병은 권력을 얻었을 때 그 남용으로 본격적으로 악화된다. 물론 어떤 직책이든 그 자리가 주는 영향력은 항상 있게 마련이고 정부의 고급관리나 기업체의 중역일수록 그에게 정당하게 부여되는 결정권이 크다.
그러나 이 힘을 행사할 때는 힘의 근거,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 신중하고 원숙한 판단을 내려야한다.
둘째는 자기애적인 착각이다. 영국의 액톤경이 크레트 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에서「권력은 부패를 초래하고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인 부패를 초래한다」고 썼다. 이 부패가 생기는 이유는 권력자의 자기애적 착각에 기인하는 것이다. 즉 주위에서 떠받드는 부하들의 대접을 자신에 대한 진정한 평가로 보고 바로 그 기준을 자기애의 중심에 설정한다. 이 현상을 정신의학에서는「지도력의 퇴행」이라 말하고 이를 하나의 병적 상태로 본다. 이 상태에서는 결국 맹목적으로 순종하는 부하들 가운데서만 살게되고 또 이 부하들 사이에 격렬한 시기 질투 그리고 라이벌의식을 조장시켜 이 측근자외의 부하나 직원들의 사기를 완전히 떨어뜨리고 만다. 즉 나라나 기관전체가 단결되지 못하고 소수의 측근자만이 사력을 다해「공」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는 판국에 이르게 된다. 권력이 크게 주어지는 자리에 들어오면 이 병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954년 한국에 오신이래 아직도 건강하시며 충분히 일할 나이에 있는 안동교구장으로 재임하시고 계셨던 두봉 주교(61세)가 그 권좌를 내놓으시고『한국교회는 한국인의 손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며 스스로 교구장직을 사임했다. 또 후임자에게 누(累)가 될 것 같아 안동교구를 떠날 생각이며 생이 다할 때까지 한국에서 하느님의 뜻을 쫓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셨는데 이분의 뜻과 행위는 성직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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