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는 오늘이 한해의 마감을 하는 날로써 우리도 이 세상 삶을 마감한 후에 주님의 옥좌 앞에서 우리가 살아온 길에 대해 공정한 판가름을 받게 될 것을 기억하는 날이기도 하다. 인간의 심판이나 이 세상의 판단기준은 잘못될 수도 있고, 또 왜곡될 수도 있겠지만 하느님의 심판은 추호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다. 『염소와 양을 갈라놓으시듯』명백한 판가름이 조금의 그릇침없이 행해진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인간의 판단은 대개 외면적인 것, 피상적인 것에 머물지만 하느님의 심판은 내면적인 것, 실질적인 것할것없이 남김없이 올바른 심판을 하신다. 신앙과 삶의 충실성은 내ㆍ외적으로 일치되고 한결같아야 한다. 겉으로는 열심한 듯 하지만, 내적으로는 딴 마음을 갖는다든가, 하느님의 영광보다는 자신의 영광이나 권위, 입신양명 등을 더 염두에 둔다면 그것을 결코 하느님 보시기에 옳은 신앙은 아닐 것이다. 하물며『행함이 없는 믿음』 (야고보 2, 14~17) 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빈 쭉정이임을 오늘의 복음에서는 말씀하신다.
옷깃을 여미고 다시한번 우리의 믿음을 반성해보자.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공정하시고, 사(私)가 없으시며 오직 사랑과 정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종이 되어야 한다』
(마태오20, 25~27).
사실 그리스도 예수께서 인류의 구세주가 되시고, 만천하의 왕이 되신 것은 그분이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기 때문이며, 전 인류의 죄를 씻어주시기 위해 당신의 고귀한 피를 흘리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왕국은 사랑의 나라요 생명의 나라이다. 그런데 왜 심판이 있는가? 그것은 이 세상의 가치기준이 잘못돼 있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희생되고, 착한사람이 푸대접을 받고 있으며 진리의 사도가 죄인취급 당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심판은 그러한 그릇된 가치관 아래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크나큰 위안이며, 축복이며 포상인 것이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축복을 받은 사람들이나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인간이 하느님의 나라를 상속받는 것이다. 진정『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마태오5, 3).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 남을 속이는 것같은 일을 염두에도 없고, 남을 원망한다든가, 남의 탓 같은 것도 해볼 생각조차 없이 이 세상에서 없는 것 같이 오직 아버지의 뜻만 따라 산 사람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사느라고 억압과 착취, 핍박과 고난의 세월을 보낸 의인들, 또한 지나가는 나그네, 구걸하는 거리의 천사들과 헐벗고 굶주리는 동포를 위해,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준 착한 사람들, 앓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못 본체할 수 없는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 어쩌다 감옥에 갇힌 불우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동정심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가 영광된 아버지의 나라, 그리스도의 왕국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만을 생각하자, 영원한 불(지옥)에 들어가는 사람들까지도 동정하는 마음, 그들까지도 구원되기를 기도하자. 마지막 날이 도둑같이 온다고 했으니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우리 자신을 반성함은 물론이요, 그 사실을 모르고 사람들에게 오늘의 복음을 상기하도록 권하자.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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