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성서주일을 맞이하여 본보는 신자들이 보다 깊이 성서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돕기위해 본란을 마련, 항상 성서를 가까이하고 말씀을 생활화하는 이들 중 서울 압구정동본당 성양경(베로니까)씨와 부산 중앙본당 박수행(아슘따)씨의 생활모습을 싣는다.
◆서울 압구정동본당 성양경씨
가치기준 말씀에 둬
봉사ㆍ사랑실천으로 주님 찬미
이방 여인들뿐만 아니라 줄곧 죄스런 생활을 해온 한 사마리아 여인이 어느 날 우물가에서 피곤에 지치신 예수님을 만나뵙게 된다. 우연처럼 보이는 예수님과의 이 만남으로 여인은 죄로부터 구원되며 전혀 새로운 삶으로 초대된다. 여기서 예수님의 이끄심에 따라 여인이 영적으로 개안되어 가는 과정은 매우 감동적이다.
누구건 예수님과의 만남을 체험한 자는 복된 자다. 예수님을 개별적으로 만나뵙는 그 순간부터 그의 삶은 영원을 지향하며 변화하고 발전되어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게 있어서 예수님은 먼저 성서공부를 통해서 다가 오셨다. 사마리아여인에게 있어서처럼 예수님은 성서라고하는 하느님의 생명의 말씀、그 말씀이 샘솟는 우물가에서 나를 만나 주셨다.
그리고 그 여인에게 그러하셨듯이 당신의 신비를 내게도 조금씩 조금씩 열어보여 주셨다.
그 이후 내 삶의 방향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그분이 비춰주시는 영적 빛 안에서 나는 내 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존재의 뿌리를 알게 됐다.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지음을 받았으며, 따라서 내 존재의 근원은 하느님이시다. 내 삶의 의미도 목표도 모두 하느님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나의 가치관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재정립되어야 했다.
가끔 눈을 감고 있으면 슬프도록 아름다우시고 엄위로우시며 자비로우신 예수님의 영상이 눈앞에 다가선다. 거칠고 긴 내리닫이 옷을 입으시고 맨발로 뜨거운 사막을 걸으시는 모습、물위를 걸으시는 모습, 간음하다 들킨 여인을 절묘한 말씀으로 죽음의 순간으로부터 구해주시는 모습 등! 그 뿐인가! 진복팔단을 설법하실 때의 천상의 빛 넘치는 예수님의 그 안광-오, 그 안광은 결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예수님과의 만남은 성서 안에서(그리고 물론 생활 속에서도) 오늘도 계속되고 있으며 생이 다 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만남은 점점 더 인격적이고도 개별적인 만남으로 심화되어 내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 갈 것이다. 나는 영원히 그 분께 사로잡힌 사람이 되고 싶다. 그분은 늘 내 삶의 현장에서 나와 함께 하시며 내 기쁨과 슬픔, 실패와 고통을 지켜보시고 격려하시며 이끌어 주실 것이며 나는 그 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는 나의 내부의 원의에 따라 그 분을 따르는 삶을 살아 갈 것이다.
그래서 비록 보잘것 없고 적은 봉사일지라도 그것은 내가 주님께 드리는 사랑의 표현이 될것이다. 옥합 가득한 나르드 향유를 아낌없이 붓고 긴 머리채로 예수님의 발등을 닦아드린 여인처럼 나도 그 분께 내 사랑을 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 안에서 만난 예수님, 그 분을 나는 오늘도 삶의 구석구석에서 만나 뵈면서, 그 분께 찬미와 흠숭과 존경을 드린다.
◆부산 중앙본당 박수행씨
성서는 주님뵙는 길
말씀따르는 정신ㆍ새 생활 엮어
참으로 맑은 날 하늘을 쳐다보며 늘상있는 일이라도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자리한 것은 성서에 입문하고서 부터인가 보다.
어릴 때의 막연하고 습관적인 신앙은 10년의 공백 후에 많은 회오와 갈증을 가져왔다. 우선 전례의 확연한 변화와 닫히고 조심스러웠던 금기의 분야가 적극적인 열림의 장이 된 것은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동적이고 타성적인 잠재력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것은 본격적인 성서모임을 갖게 되면서 부터이다.
미숙한 채로 부족한 준비였지만 우선 시간을 내어 정한 곳에서 지도자를 중심으로 그룹 공부를 하는 동안 천지창조 때부터의 신비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져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해가는 말씀의 깊이가 연결되는 묵상을 통해 금방 곁에 함께하시는 그분의 크신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쉬이 만날 수 있는 분인 것을!
때로는 시간의 제약과 세태의 흐름의 와중에서 또는 잡다한 변명의 구실로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확연한 기준아래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었다. 때늦은 후회와 망설임은 그 길을 안 충일감으로 줄곧 명맥을 이어왔다. 속끓이를 하며 상해있다가도 말씀을 대하는 순간 고해소에서조차 내놓기 부끄러운 자책의 이야기도 속절없이 풀려져 후련하기도 했다. 내 딴에 빈틈없이 짜거나 너무 허술해 보이는 것도 궁극적으로「야훼 이르에」인 것을 알게되어 떨칠 수 없는 사랑이 솟구치기도한다.
비록 어쩌다 뒤안길에 섰다가도 다시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대감으로, 이젠 누구보다도 허물없어진 그룹원들과의 나누임을 아쉬워하며 따끈한 차한잔으로 못다한 실마리를 이어보기도한다. 잠시 잠깐 내안에 거하시는 그 분을 자주 뵙고 또 오래 가득차게 하기 위하여 미사ㆍ기도와 함께 가장 첩경이 성서와의 만남이라 하겠다.
곧 대림절이 다가온다. 지난날은 또 얼마나 덧없이 지났는지를 비추어 보며, 도와주신 어머니 마리아를 통하여 불러주신 주님의 이끄심에 감사드리오니 가장 절실한 빈자리를 당신의 말씀 안에서 채워갈 수 있게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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