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과정을 평가할 징조들
치유의 과정이 사람마다 같지 않다. 잃음의 슬픔이 더했다 덜했다 변동이 심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 슬픔이 한동안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는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이 죽었을 경우, 그 기일이나 성탄때 슬픔이 새로와지는 수가 있다. 어떤 때에는 슬픔이 안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걱정되는 수도 있다.
그러나 슬픔이 치유되는 것을 보여주는 징조들도 있다.
보통으로 슬픔과 치유의 과정은 동일한 것이다. 우울, 그리움, 외로움, 죄책감, 두려움, 불안, 분노 등 수시로 나타나는 현상들은 치유에 필요한 과정, 또는 치유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슬픔이 치유되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슬픔의 단계가 뚜렷하거나 연속적인 것도 아니다. 먼저 단계의 슬픔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치유의 과정이 유동적이고 다각적이라는 사실이 치유의 징조가 된다. 슬픔의 한 단계가 오래 계속되지 않는 한 치유는 계속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사목상담자나 내담자나 다 슬픔중에서도 비교적 긴 평온의 시간이 점멸(點滅)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을 종전대로 계속할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들과 잘 사귀고 협력할수 있는 능력, 자기 스스로를 돌 볼 수 있는 능력, 자기자신을 위험으로 부터 보호할수 있는 능력 등이 치유의 과정을 점칠 수 있는 긍정적인 징조들이다.
잃음의 슬픔을 당할 때에는 누구든지 개인의 기능이 어느정도 마비된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사람들이 슬픔을 극복하여 생각이 똑똑해지고, 판단이 올바르게 되고, 일에 집중력이 생기고, 세상을 보는 눈이 대담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내가 잘 아는 도로테아라는 한 간호사가 그의 남편 바오로와 이혼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들은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려고 무진 애를 썼으니 허사였다. 서로 비방하고 서로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주고 받았다.
어느날 아침에 나는 도로테아가 혼인반지를 끼고 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도로테아는 나에게『혼인반지를 끼지 않기로 했어요. 그 반지를 보석상에 맡겨 다아아몬드를 빼서 목걸이를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옛추억은 남기고 싶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그 부부의 이혼을 덜 가슴아프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이와같이 슬픔 중에도 아름다웠던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은 치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징조이다.
치유의 과정은 느리지만 변화의 징조는 뚜렷하다.
농담과 웃음을 즐기는 것, 색깔이 화려한 옷을입는 것, 뉴스에 관심을 갖는 것, 슬픔에 대하여 보통 말투로 말하는 것, 미래의 일을 계획하는 것, 주위의 망가진 물건들을 수리하는 것, 아름다운 것들을 즐기는 것, 기분을 항상 좋게 유지하는 것 등은 치유와 삶에 대한 애착을 증대시켜준다.
치유가 이루어지면서 재평가의 과정이 시작된다. 치유받는 사람이 자기의 믿음, 태도, 개인적 목표, 자기자신에 대한 느낌,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 등에 관하여 많이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마다 치유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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