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먼저 그의 선구자가 와서 온 백성에게 메시아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외친다.
오늘의 복음은 말라기 예언서를 인용하여『이제 내가 일꾼을 너보다 먼저 보내니, 그가 네 길을 미리 닦아 놓으리라』하였고 이어서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를 전한다. 낙타 옷과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던 요한의 풍모는 엘리아 모습 그대로였다. 선구자가 외치는 소리의 핵심은 곧『너희는 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여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히「회개하고』그 회개한 징표로『세례를 받으라』고 선포한다.
선구자가 외치던 그 당시의 이스라엘의 상황은 이교도(로마군)에 의해 짓밟히고 그 지배를 받으며 그들에게 세금을 바쳐야했던 뼈아픈 시대로 사람들의 마음은 오직 메시아의 내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하느님의 백성이라고 자차하던 그들은, 완전히 메시아를 이 지상의 지배자, 통치자, 이스라엘을 이교도의 발굽아래에서 해방시켜줄, 철저한 정치적인 메시아상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메시아를 영접할 수가 없다.
사실 유대인들은 그러한 그릇된 메시아상을 자기들 나름대로 조작해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메시아를 무엄하게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그래서 그러한 그릇된 메시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회개」가 필요했으며, 그 회개의 실재는『주의 길을 닦고 그의 길을 고르게 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가장 슬픈 일은 이교도에 의해 나라가 빼앗긴 것보다도 영신적인 타락 그것이었다. 이 영적ㆍ종교적인 타락이 아니었던들 정치적인 치욕은 즉시 회복할 수 있었는데도 저들은 그렇지가 못했다. 요한은 그것을 보고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회개하고, 주의 길을 닦고 고르게 하라』고 외쳤다. 『회개하고 세례를 받고 죄의 용서를 받아』새롭게 되는 일뿐이다. 그 밖의 다른 길은 없다. 즉 사람이 죄에서 해방되기위해서는 완전한 회개, 180도로 탈바꿈을 하지 않는다면 메시아를 영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탄을 맞이할 우리들의 마음가짐 역시 이와 흡사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의 신앙자세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는 복음, 즉 복음이란『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이지 이 밖의 지엽적인 것에 흐르거나 빠져서는 안된다.
그런데 지금 세상에는『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이 아니라 온통 기적이나 환상, 심지어는 잡술이나 현세적인 이익을 위한 치부나 출세의 도구로까지 전락하고 있다. 우리의 신앙이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자위하지 말자. 이기적인 구복기도나 미신적인 기적이나 환상 속에 살고 있는 신자들은 바로 잘못된 믿음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먼저 우리가 회개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은 그러한 그릇된 신앙의 자세를 반성하고 회개하는 일이다. 그것은 곧『주의 길을 닦고 고르게 하는 일』이다.
지금 온 세계 인류는 물질과 과학에 도취되어 영성을 잃고 인간성까지도 잃고 말았다. 매일같이 보도되는 신무의 사회면은 끔찍한 사건들뿐이다. 누가 이런 사회를 만들었는가? 그것은 위정자들만의 잘못도 아니고, 또 흉악범들의 잘못만도 아니다. 우리 시대가 공동으로 짊어져야 할 십자가이다. 그러므로 그것은「범죄와의 전쟁」으로 회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범인들을 비롯해서 위정자, 그리고 온 백성이 모두「회개」해야만 성취될 수 있는 과제이다.
그 첫번째 봉화를 들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 신앙인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오직 성령의 불로써만 성취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요한은 겸손하게 외친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그 분(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은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실 것이다』
정숙한 마음으로「내 탓이오」를 외치며 가슴을 치면서 지난 한해를 회개하면서 경건하게 성탄을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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