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제3생태마을’ 부지 기증한 사준자 어르신
“저는 잠시 보관할 뿐, 제 땅이 아니라 주님 땅이지요”
수원교구에 4만 평 토지 기부
‘성 요셉 치유의 집’ 조성 예정
사준자 어르신은 집에 성당을 지어 영성체를 하고 싶어 드린 기도가 51년 만에 이뤄졌다고 말한다. 사진 우세민 기자
“서른 살에 기도하며 하느님께 물었습니다. ‘아버지, 언제쯤 저희 집에 성당을 지어서 그곳에서 영성체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요. 이 소원이 이뤄지는데 꼬박 51년이 걸렸네요.”
경북 문경 제3생태마을 ‘성 요셉 치유의 집’ 조성을 위해 수원교구에 13만2231㎡(4만 평) 면적의 토지를 기부한 사준자(막달레나·81·안동교구 문경 가은본당·본지 7월 28일자 11면 보도) 어르신은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가면 늘 제일 좋은 위치에 기도방을 만들었다.
한 올 흐트러짐 없이 곱게 빗어 올린 머리, 빳빳하게 다려진 모시 한복 치마, 저고리…. 흡사 대갓집 마나님 같은 모습이지만 어르신은 평생 쉬어본 적 없이 일만 했다.
“일 안 하고 고생 안 해 본 사람은 노동의 소중함을 몰라요. 소나무 베어제끼는 것은 일도 아닐 정도로 평생 일만 했어요. 노동을 하면 뒤가 깨끗해집니다. 땅도 사랑이요, 흙도 사랑입니다.”
남편이 만든 유기를 판매하기도 했고, 손수 손바느질로 옷을 지어 입고 흙을 만지는 일, 건물 짓는 공사까지 안 해 본 일이 없다. 드라마 ‘대장금’ 촬영 때에는 촬영에 필요한 유기를 한 트럭분이나 챙겨 보내기도 했다고. 그렇게 힘들게 번 돈으로 유기 공방과 전시실, 매장을 갖춘 터를 마련하려 여기저기 땅을 보러 다녔다.
“이 땅 중간에 앉아 보니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딱 내가 원하는 땅이었어요. 앉아 보니 훈훈하더군요. 남들이 잘못 샀다고 말렸어도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2003년 땅을 매입해 공사를 하던 중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래 전부터 마을에 살던 한 노인이 저 땅에는 십자가가 세워질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마을 주민은 이 땅은 어릴 때부터 무지개가 서던 곳이라는 말도 했다. 이 말을 들은 어르신은 ‘내가 잠시 보관할 뿐 틀림없이 내 땅이 아니고 주님 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거액의 땅을 기부한 소감을 묻자 어르신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땅이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 그저 등허리가 따뜻하고 혼자 좋아서 웃어요.”라고 말한다.
“(남편이) 다른 건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는데 성당 일에 대해 생각하면 제 마음이 순해져요. 이번 일도 마누라가 용단을 잘 내려서 집안이 편안해졌다고 칭찬해 주더군요.” 어르신은 남편 자랑도 빠트리지 않았다.
“일만 하는 구두쇠라고 설움도 많이 받았어요. 오죽하면 동생도 돈만 벌고 땅만 산다고 뭐라고 할 정도였죠. 요즘은 많이 잠잠해졌네요.(웃음)”
‘생각지도 않게 좋은 일을 만들어라. 그래야 이웃과 화평하고 산다.’ 이것이 사 어르신이 기도 중에 들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김현정 기자 sophiahj@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