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오순절에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가 베제타 연못에서 불치병 환자를 고치시고 유대아인들과 안식일 논쟁을 하신 다음 유대아인들의 적개심을 피하여 갈릴래아로 가셔서 이곳저곳을 다니시며 복음을 전하셨다. 이때 예루살렘의 최고 의회지도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율법에 정통한 사람들을 보내어 예수의 언행에 반율법적인 것이 있는지 염탐하게 하였다.
그들은 지방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불온사상을 감찰하는 권한을 가지고 중앙에서 내려온 감시꾼들이었다. 새로운 교설을 펴는 예수와의 충돌은 불가피한 사정이었다. 바리사이파들은 복음서에서 위선자들이란 신랄한 견책을 예수님께로부터 받았고 오늘날까지 위선자의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께서 그들을 위선자들이라고 비판할 때 그 뜻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있지도 않은 종교심을 남에게 보이려고 종교적인양 걸 꾸미는 그런 위선자가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온갖 자질구레한 계율들을 충실하게 지키면서 하느님의 선민으로서의 긍지를 자신하고 있었다.
그들이 위선자의 딱지를 받은 것은 잘못된 전통에 완고히 집착하면서 그것을 밑천삼아 백성들을 하느님 나라로 인도하는 유일한 지도자로 자처한데 있으며 그 밖의 다른 말은 그 누구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은데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조상들의 전통은 모세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율법을 지키는데서 시작하였지만 그 시행 규율이 수 백년동안 전해지면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성정의 취약성으로 타락한 것을 감싸주고 변명하는 방패로 삼았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도자적 기득권을 한사코 지키면서 온 백성을 제관들처럼 생활하도록 불필요한 짐을 생활 속에서 부과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기들도 지키지 못하는 자세한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경건한 백성들에게는 적지 않은 존경까지 받고 있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하여 주신 십계명을 지키는데 만족하지 않고 거기에 덧붙이고 그것을 넘어서 자세한 생활규율을 만들어 냈다.
예수께서 매도한「조상들의 전통」이란 바로 이러한 인위적인 규정들이었다. 사람, 짐승, 가구, 일, 식기 등에 있어서도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별한다.
여기서 정부정이란 인간이 하느님의 거룩함과 접촉할 수 있는 자격여부를 판가름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상태판단을 그들은 모든 국면에서 규정하고 있었다.
레위기 11장~15장에는 정결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이 구별되어 있으며 성교, 임신, 질병들로 인하여 생긴 부정한 것들이 언급되어 있다
(레위11,19~25 : 신명14,3~21 : 5,1~4 )이규정의 중심에는 이스라엘백성이 거룩하고 깨끗한 땅에 살고 있으며 거룩하고 정결한 백성이라는 사상이 밑바침되어 있다 (레위20,7 ) 그러므로 그들은 부정한 이교도들과의 접촉은 그 자체가 불결하게 되는, 종교적으로는 부정을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교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에 갔다오면 그 부정한 몸을 예식으로 정결케 해야 한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손을 씻거나 몸 전체를 닦는 예식을 치러야 한다. 손을 씻고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은 손에 묻은 더러운 것을 깨끗이 씻거나 목욕을 하는 위생 절차가 아니라 손을 물에 담그거나 몸에 물을 뿌리는 예식을 말한다.
이러한 레위적인 정결예식은 실질적인 정결의 상징이 될 수도 있으나 그들은 물질로써 내부적인 부정을 벗겨낼 수 있다는ㆍ 외적인 행동에 치중하고 있었다. 부정의 다양한 정도에 따라 부정한 그릇들과 기구들을 정결케하는 물 사용 방법이 다르고 정결수를 담는 그릇의 수량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규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외부적인 예식으로 내적인 종교생활을 대치시킨 그들의「전통」을 예언자들은 이미 그 타파를 맹렬하게 부르짖었다. 율법학자들이 확정한 식탁에서의 손 씻는 예식만 하더라도 식사 전과 식사 후에、경우에 따라서는 식사도중에 행했는데 손 씻는 예절은 사실은 제관들이 성예절을 행하기 전에 또는 성전에서의 예절적 식사를 하기전에 행하도록 하였던 것인데 이것을 일반 백성들에게 까지 예절적으로 행하도록 부과하였던 것이다.
하여튼 오늘 대목에서 문제가 된 것은 식사 전에 손 씻는 정결예식에 대해서이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의 제자들이 손 씻는 예절을 하지 않고 빵을 먹는다는 비난을 예수께 퍼부었던 것이다. 그 정결예식이란 다름이 아니라 주먹을 오그리고 물속에서 흔들며 씻는 예절이다. 그러므로 더러운 손으로 빵을 집어먹는다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고 예절을 치르지 않음으로써「조상들의 전통」을 무시했다는 비난이다.
이 비난은 하느님의 계명을 어겼다는 비판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율법학자들이 성서를 해석하여 생활규칙으로 만든 행동지침서에 의거한 것이었다. 이도전은 예수로 하여금 성령의 인간성화 (聖化) 에 대한 가르침을 펴게 한다.
인간은 영성적으로 거룩하게 되어야지 육신의 겉치레로 거룩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예언자 이사야가 이미 그들의 겉치레 종교심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들은 입으로만 하느님을 공경하는 위선자들이라고、그리고 육신의 겉치레에 치중하며 하느님을 공경한다고 생각하는 멍텅구리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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