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윤리와 규범의 전제개념들을 다루는 기초 윤리신학에 이어 이제 윤리신학 각론을 다루고자 한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일상생활에서 알아야 할 원리와 원칙들을 다루는 분야로서 전에는「특수 윤리신학」이라고도 불렀다.
이는 기초 윤리신학-fundamentalis-에 대칭되는 -specialis-를 번역하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생각되며 바른 의미 전달에 적합치 않고 오히려 윤리신학「각론」이라고 하는 것이 옳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윤리신학 각론은 인간의 생활전반에 대하여 다루게 되므로 그 범위가 방대하며 복잡하다. 윤리신학각론을 다루는데 있어「신학의 영혼과도 같은 성서」(사제양성 교령16)를 근거로 하고 기초로 삼아 다루어야 하겠으나 성서는 신학책이 아니므로 주제들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 이는 구약성서나 신약성서나 마찬가지다.
윤리문제를 다룸에 있어 신약과구약이 구별된다고 하는 이가 있었다.
구약은 계약의 윤리며 계율의 윤리이고, 신약은 계약의 윤리이며 사랑의 윤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옳치 않다. 같은 자비와 사랑의 하느님이시며 본질적인 구분은 없기 때문이다. 신ㆍ구약 성서는 문화적 차이와 역사적 차이, 약속과 성취의 차이 계시와 역사의 진전 등, 예형(豫型)과 본형(本型)관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구약성서 안에서는 생활규범의 기초며 근간이 되는 하느님과 이스라엘 간의 계약과 계명이 분명히 제시되고 있으며 신약성서에서는 예수가 바로 약속된 메시아이며 그를 통해 구원계획이 완성되고 인류의 구원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믿고 구원된 사람은 그리스도를 통한 새 생활의 원리를 따라 살아야 하며 그 규범은 예수 그리스도 자신임을 가르치고 있다. 교부시대까지는 이와같은 성서의 방법이 활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철학과 신학이 크게 발전되던 중세기에 이르러서는 차차 윤리신학과 교의신학이 구별되고 윤리신학의 주제들을 십계명(十誡命)에 따른 생활규범과 교회의 법규들、은총의 생활을 위한 7성사(聖事)와 준성사(準聖事)들、전례와 예배에 대한 규범들로 구분하여 다루기 시작 했다. 근세에 들어오면서 윤리신학은 신학의 한 독립된 과목으로서 계명편(誡命篇)과 성사편(聖事篇)으로 대별하여 다루었다. 그리고 사목자들을 위한 편의제공의 명분으로 지나치게 결의론(決疑論)적으로 흘렀다.
현대에 와서는 결의론적 방법을 지양하고 성서 중심적이며 하느님나라 신비와 그 백성의 윤리로서의 특성을 다루고저 한다. 즉 성사의 은총에 의한 생활, 이를테면 세례-새로 태어남, 견진-성장과 사명, 성체-양육과 희생적 생활, 고해와 병자의 성사-치유, 신품과 혼배-발전과 공동체 등으로 다루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고 그리스도 중심으로「그리스도를 닮음」이란 지향으로 사랑의 계명 중심적 체계를 세운 사람도 있다.
여기서는 윤리신학 각론의 방대하고 복잡한 주제들을 편의상 인간의 생활권을 네가지 측면으로 나누어서 다루고자 한다.
첫째, 종교생활
인간을 종교적 존재라고 특징 지울 수 있는 만큼 인간의 생활 전체는 신과의 관련성 안에서 유지되고 영위되어야 하겠다. 하지만 여기서 종교 생활권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의미로서 인간의 행위가 하느님께 향하여 이루어지는 생활양식을 구분하여 고찰한다. 즉 종교의식과 예배 등 협의로서의 신앙생활에 관한 문제들을 살펴본다.
십계명에 따르면 그 전반부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하느님 공경과 불경에 관한 주제들이라든지 주일과 축일에 관한 규범이라든지 우상숭배나 제사에 관한 윤리적 미래를 논하게 된다. 그 외에도 바른 신심과 경신례, 미신에 대한 윤리적 비판을 시도한다.
둘째, 개인생활
인간은 누구나 양도할 수 없는 개인의 누구나 양도할 수 없는 개인의 인격과 자유를 타고나며 각자 고유한 소명을 지니고 살아간다. 인간은 누구나 출생과 사망이라는 한계로 규정된 일생을 살아간다. 이 삶 안에는 생존의 조건으로서 환경, 노동, 배움 휴식 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생명, 건강, 병고와 치료 죽음 등을 주제로 다루고자 하며 인간의 노력과 활동으로 연계되는 재화에 대한 소유권과 그 침해 등에 대하여서도 다루게 된다.
셋째, 이웃과의 생활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서 태어나서 이웃의 도움으로 성장하며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의 완성을 도모하게 된다. 인간에게 윤리란 결국 이웃과의 관계를 맺으며 바르게 어울려 살아가는 규범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이웃」이 과연 누구이며 어떠한 존재인지 알아보고 이웃과의 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조건으로서 진실성, 관용, 신의 등을 다루고 타인의 생명에 대한 의무와 권리 등을 보는 생명윤리, 의료윤리의 문제들인 양육, 치료 등과 이에 반대되는 각종 살인행위들인 낙태, 안락사나 여러가지 인권과 생명 침해 행위들을 다루게 된다.
그리고 인간 존재의 기본 구조 중의 하나인 인간의 성을 중심으로 하는 성윤리에 대하여 언급한다.
넷째, 사회생활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다. 사회의 기초는 가정이며 한 가정을 이루는 데는 남녀가 전제된다. 평등과 저의, 인격과 친교의 원리와 위치에 대한 것을 세번째 주제로 다루었으므로 여기서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그 고유의 사명을 살아가는 현장인 사회 안에서 갖게 되는 생활 원리와 원칙을 원론적 측면에서 고찰하게 된다. 그러므로 가정을 이루는 전제조건인 남녀 간의 사귐과 약혼, 성윤리와 결혼 및 가정윤리의 기본 이해를 살펴보고 사회생활의 원리와 원칙인 사회정의, 공동선, 상보성의 원리 등을 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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