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 세례자 요한의 인기는 그 당시 유대나라의 사정에 비추어 아주 열광적인 것이었다. 그도그럴 것이 메시아의 내림은 곧 이스라엘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에 대한 그릇된 신심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지만 예수님은 기적이나 행하고 병이나 고치러 온 그런 저 차원의 구세주가 아니다.
그 분은『빛으로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는』 (9절) 그러한 분이시다.
빛의 역할은 어두움을 몰아내는데 있다. 그러나 이세상은 그 빛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 첫째 원인은 소위 그리스도교를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빛을 증거하지 않고 오히려 미신에 현혹되기 쉬운 군중들을 긁어 모으려는 수단으로 예수를 한날 기적을 행하는 분, 혹은 자신들의 보호자 정도로 밖에는 여기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예수의 이름을 사칭하거나 그 이름을 등에 업고 자신을 나타내고 있는 무리들도 많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빛은 아직도 이 세상을 환히 비추고 있지 못하다.
세례자 요한은 그러한 무리들이 진정 본받아야 할 인물이다. 즉 그는 자신에게로 쏠리는 인기를 겸손하게 그리스도에게로 돌린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요』. 그는 조금도 숨기지 않고 분명히 말해 주었다.
그리고 집요하게 확답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심지어『엘리야도 아니요』하고 대답했다. 그것은 자신을 낮추어 메시아를 드러내려는 선구자의 참모습이다. 분명 그는 엘리야의 역할을 담당한 선구자 겸 예언자이다 (마태오11, 14참조). 그리고 구약에서도 분명히 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엘리야가 먼저 와서 메시아 내림의 사실을 전할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말라기3, 23참조).
그런데 왜 요한은 스스로 부인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메시아에 대한 올바른 사상을 가지지 못한 유대인들이 행여 곧 공생활을 시작하실 메시아에 대한 방해를 할까 두려워서였을 것이다.
즉『나는 예언자 이사야의 말대로「주님의 길을 곧게 하라」하며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오』하고 대답했다.
세례자 요한은 스스로의 사명을『주님의 내림을 맞이하기 위해 합당한 준비를 하라』고 외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것은 오늘날에도 또 미래에 있어서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모든 사람들의 사명을 정의한 것이기도하다.
사신(使臣)은 결코 왕(王)이 아니다. 설교자는 결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백성들은 그것을 혼동한다. 그러기에 설교자(전령)는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메시아의 영광을 가로채는 자들이 있다면 오늘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태도를 본받아야 한다.
『그는 그 빛을 증언하러 왔다.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 증언을 듣고 믿게 하려고 온 것이다. 그는 빛이 아니라 다만 그 빛을 증언하러왔을 따름이다』
사도요한은 이렇게 분명히 세례자 요한의 사명을 명시하고 이어서 세례자 요한 자신의 증언을 말한다.
그는 온 세상 사람들이 메시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라고.
우리는 이제 앞으로 2주일 후에는 주님의 성탄을 맞이하게 된다. 과연 이 세상에 오실 구세주를 맞이할수 있도록 스스로 준비되었는가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부족한 점이 있다면 빨리 시정하거나 보완해서 주님을 영접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자. 그리하여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동포와 인류가 우리의 복되고 영광된 삶을 보고 그 빛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이 세상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으며 그리스도의 빛을 참 빛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우리는 세속인들처럼 들뜨지 말고 엄숙하고 경건하게 스스로 빛을 증거하는 자의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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