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적인 신문 大韓日報는 노일전쟁이 일어나자 러시아지지파 정부고관들이 종현(명동)성당을 드나들고 있는 것을 호신책으로 하는 짓이라고 비꼬고 또 그런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는 천주교를 야유한데 이어 민(뮈텔) 주교가 韓法(韓佛)동맹을 공작하고 있다니 가소로운 일이라느니 궁궐에 드나드는 李寅榮, 南弼佑, 洪鐘宇등이 민 주교와 공모하여 한국을 불란서의 보호 하에 두려고 한다느니 하는 등 잇달아 천주교를 비난하는 보도를 했다.
이때 한불동맹을 추진하려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뮈텔 주교를 찾아온 申性均과 주교 사이에 그런 이야기가 오고갔던 것은 사실이다. 申은 뮈텔 주교에게 프랑스의 보호를 얻는 일에 관해 주한 프랑스공사와 의논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뮈텔주교는 지금은 때가 좋지 않으니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대답을 했었다.
또한 한국에 나와 있는 프랑스주교를 통해 한불동맹을 추진하려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고 그런 이야기는 벌써 대원군 때부터 있어 온 것이다. 대원군은 베르뇌 주교에게 만일 프랑스가 러시아의 침략을 막아주면 그 대가로 종교의 자유를 주겠다는 제의를 해온 일이 있었다. 그러나 베르뇌주교는 프랑스와 러시아는 국가와 종교가 같지 않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대원군의 제의를 일축했었다.
그 후 한불조약이 체결되면서 프랑스를 가까이하여 그 보호를 얻고자하는 조선측의 노력은 더욱 적극적이 되었다. 그것은 프랑스의 세력으로 韓日의 세력을 억제함으로써 조선의 자주독립을 확고히 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1889년 청나라의 압력이 심해지자 고종과 그의 측근들은 그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재한프랑스공사를 통해 프랑스 정부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프랑스공사는 이 제의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와 같이 조선의 국왕이나 정부측의 적극적이었던 요청이나 기대와는 대조적으로 프랑스측의 반응은 극히 미온적이었다. 그래서 고종과 그의 측근들은 서울에 있는 프랑스 주교를 통해 다시 한 번 프랑스의 협조를 얻어 보려 한 것 같다.
그런데 당시의 뮈텔 주교도 조선을 위해 프랑스의 협조가 필요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조선 문제의 해결을 이렇게 생각했다. 조선에서 러시아가 우세해지면 일본이 싫어하고, 일본이 우세해지면 러시아가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프랑스가 조선 일을 도와주게 되면 러시아나 일본이 다 싫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러시아나 일본 두 나라는 프랑스와 친해서 다툴 형세가 되지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서 뮈텔주교는 이미 극동불국함대사령관인(Beaumont)소장과 서신을 교환하고 있었다.
이 무렵, 즉 1895년 고종은 洪在義장군을 뮈텔 주교에게 보내 프랑스의 보호를 요청하는 일에 대한 주교의 의사를 물었다. 이에 대해 뮈텔주교는 이러한 대답을 보냈다. 프랑스의 보호를 청하는 일은 이치로는 타당하지만 실제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프랑스는 조선에서 얻은 이익이 별로 없고 또 「마다가스카르」나「안남」같은 식민지를 보호하는 일로 조선 일에 관여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식으로 프랑스정부에 요청하기 전에는 그 결과를 말할 수 없다. 마침 프랑스제독이 며칠 후 황제의 알현을 청할 예정이니 그때 그에게 그러한 사정을 말하면 자연프랑스 정부에게 알려질 것이고 또 그 결과도 알게 될 것이다.
프랑스 제독이란 바로 보몽소장을 두고 한 말이었다. 과연 그는 8월 16일에 서울에 도착, 3일후 고종황제를 알현했다. 이 자리에서 황제는 보몽제독에게 한불 양국간의 우의가 더욱 두터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다음 프랑스의 도움이 우선 일류급 외교관을 서울에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
보몽 소장은 일본으로 돌아가자 즉시 조선에 관한 사정을 해군장관에게 보고하면서 프랑스가 즉시 조선사정에 개임하고 또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뮈텔 주교에게는 불쌍한 황제에게 정직하고 좋은 조언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황제 또한 뮈텔 주교가 한국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번 주교를 만나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주교를 알현에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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