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대림시기는 끝을 맺는다. 주님의 성탄을 맞이하는 마음은 설레이기만 한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저들은 순수하고 아직도 세속의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젊은 이들은 희망에 부풀고 무엇인가 감격적인 것들을 기대할 것이다. 그것도 좋다. 다만 마음의 준비, 영적인 정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장년층들은 생활의 윤택함이나 사업의 성취 등에 더 신경을 쓰면서 성탄을 계기로 해서 새롭게 해보자는 결의를 할 수도 있다. 모두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역시 여기에서도 순수한 마음, 탐욕 없는 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님을 향해 열려 있는 마음이 필요하며, 세속에 찌들은 영혼을 다시 정화시키는 것이 요청된다.
그리고 나이 많으신 분들은, 성탄의 기쁨 속에서도 더 늙어가는데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옛날의 크리스마스를 회상할 것이다. 그것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모두가 하늘나라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지 않고는 한낱 감상적인 것들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오늘 복음은 그 사실을 잘 전해 주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은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 육신으로 오신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그리스도께서 육화(강림 : Inca-rnation)하심을 우리의 영혼과 육신으로 받아들여, 영혼뿐 아니라 육적인 생활에 있어서까지도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그리스도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그때, 그리스도의 왕국은 우리 안에 임하고 마침내 이 세상에 그리스도는 왕하시게 될 것이다. 그리고『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33절)
이 세상은 항상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며 하나도 불변의 것이 없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사람의 마음도 조석으로 변한다. 오직 변치 않는 것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나라뿐이다. 우리는 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리스도를 진정으로 영접한다면「변함이 없는 나라」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믿음이 고백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입으로 고백한 것을 우리의 삶에 나타내야 한다. 이제까지 살아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생활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것은 곧『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삶』(요한 3, 6)을 뜻한다.
그것은 오늘의 복음에서와 같이 성모마리아 처럼『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 지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조금도 거부함이 없이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마리아는 숫처녀였다. 가브리엘 대천사가『마리아 너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다.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을 터이니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 아기는 위대한 분이 되어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 마리아는『이 몸은 처녀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자 천사는『성령이 너에게 내려 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 주실 것이다』라고 말했을 때 마리아는 절대적인 신뢰로서 전적인 복종을 나타냈다. 그것이 메시아를 잉태한 특은을 입는 조건이다.
성탄이 다가온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주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우리에게 닥쳐오는 어떠한 어려운 일이라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종하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하자.
그리하여 주님의 성탄이 가져다주는 참 축복과 영광에 동참할 수 있는 자가 되도록 하자.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황홀함과 신비를 자아낸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향수와 함께 가슴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진정 대림시기를 잘 준비하면서 보낸 신자에게는, 정녕 성탄은 축복이요 환희에 넘칠 것이다.
자,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다시 마음을 정비하자. 그리하여『이 몸은 주님의 것이오니,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게만 하소서』하고 기도하자.
기다리는 마지막 밤은 참으로 설레이고 잠못 이루는 밤이 되기가 쉽다. 다시 한번 영혼과 육신을 정결히 하고 열려진 가슴으로 주님을 영접할 준비에 하자가 없는지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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