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중독성 도박을 단순히 고치기 어려운 나쁜 습관처럼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나쁜 습관은 1980년 미국정신의학협회에 의해 정신질환으로 분류된 후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특수한 정신질환으로 판명됐다.
도박이 우리나라에 처음 보급된 것은 조선조 숙종 때부터로 알려져 오고 있으나 이것이 본격적으로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영조 때로 보고 있다.
「투전」이라는 형식으로 서울은 물론 시골 구석구석까지 퍼져 전국 도처에서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심지어 투전판에서 살인극까지 벌어지게 되어 당시 조정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투전에 대한 엄한 단속령까지 내렸으나 그 뿌리는 뽑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리교(李利敎)라는 선비는『도둑보다 더 큰 해를 끼친다』며 투전판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영조시대 투전판을 방불케 하는 각종 도박장이 선행하고 있다. 「빠징고」「전자오락」「복권」「투기성증권」「포커」「고스톱」, 이루 말할 수 없는 도박장들이 거리 곳곳에 널려있다.
이러한 현상에 편승, 「한탕을 해서 벼락부자가 되는 꿈」에 사로잡혀 패가망신한 중독성 도박자(Compulsive gamblers)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나 치료법은 개발되고 있지 않다. 「단도박 친목」(G.A:Gamblers Anontmous)은 이러한 중독성 도박자들에게 도박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 모임은 1957년 도박의 천국인 미국에서 중독성 도박자인「짐」이라는 사람이 역시 중독성도박자인 한 친구와 함께 처음 만든 것이다.
단도박 친목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6백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4년 6월 미국인 백바오로 신부(골롬바노회)에 의해 부천에서 처음으로 발족, 지금까지 이 모임에 참여한 회원(단도박 친목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중독성도박자)들은 약 2백 50여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단도박 친목에는 화투ㆍ경마ㆍ빠징꼬 따위에 빠진 중독성 도박자(여자 협심자를 포함) 30여명이 매주 한차례씩 서울 왕십리에서 모임을 갖는 한편 많은 전단과 인쇄물을 경찰서나 교도소에 배포, 중독성 도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회원들과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별도로 회원 가족들이 모임을 갖는 가족모임도 있다. 가족모임을 갖는 이유는 경제적ㆍ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중독성도박자 가족들이 서로 유대를 갖고 격려와 도움을 주기 위해서이며, 특히 당사자의 도박성을 치료하는 데에는 식구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칫 중독성도박자의 배우자나 식구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성도박자의 도박성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단도박 친목에서는 회원들이 중독성도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12단계를 가르친다. 즉 도박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고칠 수 없는 고질적인 정신질환이며 그것을 고치는 데에는 자신이 도박에 무력했음을 시인하는 첫 단계에서부터「자기보다 위대한 힘」에 자신을 맡기고 애쓰면 반드시 도박을 끊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노력하는 한편 자신의 도박성으로 말미암아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성실하게보상을 하고 단도박 친목에서 얻은 깨우침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한다는 내용이다. 『중독성 도박은 어떤 구체적인 약물치료나 정신과의사의 진료로 치유될 수 있는 단순한 정신질환이 아닙니다. 진정한 인격의 성숙을 통해서만 치료될 수 있는 아주 독특하고도 무서운 질환이죠』
약4년간 이모임을 이끌어온 백바오로 신부는 『중독성도박을 치료하려면 아주철저하게 자신이 정직해야하며,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려면1~2년에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평생동안 수양과 자기규제를 해야 한다』면서『치료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당사자들의 인내부족과 회원들에게 돈을 빌려준 도박자들의 빚 독촉』이라고 말했다.
※단도박 친목에 상담을 원하는 사람은 서울295~1728ㆍ417~5058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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