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교단의 공동사목 지표에 따라 지난 한해를「성체와 가정의 해」로 지냈다.
그리고 새해인 1987년도는 역시 주교단 공동사목 지표에 따라 맞이했다.
8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주교단 공동사목 지표 및 고동사목 교서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당해 연도에서 강조되는 사목방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주교단은 1987년도를 설정한 배경을『지난해 이룩한 가정 공동체의 성화를 바탕으로 교회 공동체읭 성화를 도모하기 위한것』이라고 1987년도 공동사목 교서의 머릿말에서 천명하고 있다.
또한 1987년도 주교단 공동사목교서는『가정을 교회와 연결시켜 교회의 근본적 삶의 방법을 성체 신비속에서 발견하고 올바른 교회의 모습을 확고히 다짐으로써 사회 안에서 교회의 밝고 참신한 모습,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적인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구원의 공동체를 형성하자는데 뜻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1987년도 정묘년 한해동안 한국교회가 성체성사의 신비속에서 밝고 참신한 모습, 미래지향적이며 희망적인교회의 모습을 보여주고「구원의 공동체」형성하기 위해서는 가정공동체와 개인의 성화가 먼저 이룩돼야 할 것이다.
한국주교단이 지난해「성체」를 공동사목의 지표로 설정한 후 제44차 세계성체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기로 결정된 것은 우연의 일치이기는 하지만 한국교회와 한국신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큰 것이다.
1984년 2백주년 잔치를 푸짐하게 거행한 한국 교회는 선교 제3세기 원년인 1985년을「증거의 해」로 설정, 2백주년의 영광과 그 여운을 자랑스럽게 선포했으나 돌이켜보건대 자랑에 비해 그 결실인 사랑 나눔은 국지적일 뿐이었다.
물론 우리는 2백주년을 준비하고 기념하면서 영세맹인 무료개안시술 사업을 실시, 「이 땅에 빛을」밝히려고 노력했고 행사가 끝난후 남은 2백주년 기금중 일부를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랑 나눔은 어쩌면 칭찬받고싶고 인정받고싶은 하나의 요식행위가 아니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이러한 싯점에서 한국주교단이「성체」를 공동사목 지표로 설정하고,내후년에 서울에서 세계성체대회가 열리게 된 것은 우리에게 사랑 나눔의 기회를 가져다 준 것이라고 본다.
성체성사는 사랑의 성사, 나눔의 성사, 일치의 성사등 여러가지 의미로 성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가운데 우리가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나눔」일 것이다.
「사랑」과「일치」를 우리가 이해하고 실현하기는 그리 용이하지 않지만 사랑의 생활은 나눔의 생활이며, 일치의 생활 역시 나눔의 생활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나눔은 결코 입으로만 할 수 없다. 나눔은 행동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나눔의 생활은 곧 사랑의 실천이며 일치를 도모하는 촉매제가 되는 것이다
해마다 새해를 맞아 지난 한해를 회고하노라면 다사다난했던 한해로 기억되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한다.
지난해 1986년도 역시 다사다난했던 한해 였으며, 특히 교회는 김수환 추기경의「로마발언」을 비롯 정평위인권주일메시지, 연이은 각단체들의 성명서를 통해 이 사회의 불신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각성을 촉구, 많은 호응과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새해는 소위「88년대권(大權)」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이기에 교회의 대사회 발언의 수위도 한층 고조될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연 오늘의 한국교회는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를 고발하기에 떳떳하면서 이 사회에서 진정 교회가 해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말과 입으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눔의 생활로 실천하는 자세가 요청된다.
교회의 제도적인 모순이 신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큰 소리가 아닌 작은 소리로 쉬쉬하면서 터져나온지 이미 오래이다. 억눌려서 나오는 작은 소리는 큰 소리 보다도 확실히 두렵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큰 소리로도 나올수 있도록해야한다. 권위로써 군림만 하는것이 능사가 아니다.
교회내의 부조리는 이야기하지 못하고 세상에다가 잘한다고 큰 소리쳐봐야 들려오는 것은 공헌한 메아리일 뿐이다.
언제부터인지 정확치는 않으나 근년들어 교회내에서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는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수없다.
교회내에서 특정인과 특정단체를 매도하는 일이 예사스럽게 자행되고있다. 심지어는 그 존재 자체를 무시하려는 경향마저 띠고있다. 정의를 빙자한 이러한 사랑의 거스림을 일찌기 예수께서는 간파하셔서『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도 제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고 비유로 경고하신바 있다.
1987년 「성체와 교회의 해」를 맞아 남을 쉽게 판단하지 말고 우리의 가슴에 쌓인 미움의 찌꺼기를 씻어내자. 그리고 교회는 이사회의 부조리를 척결하기 위해 교회부터 정화되고 쇄신된 모습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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