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마음의 상처를 받고 또 입히고 사는 것 같다. 한 어버이 밑에서 태어나 같은 지붕 밑에서 같은 곳의 벌을 먹고 살아도 형제자매사이에는 매우 다른 교육환경과 그 환경을 맞이하는 개인의 태도에 따라 매우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부모의 태도와 환경이 곧 자녀들의 성격형성이나 心性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하면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또한 교직이나 주일학교의 교사직에 봉사하고 있는 분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ㅈ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나와 인연을 맺은 학생이다. ㅈ는 중학교 때 전교 수석으로 졸업을 했고 고등학교 입학 때도 전체 수석이었다. ㅈ는 행동과 성품에서도 나무랄 데가 없는 모범학생으로 모든 선생님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한 ㅈ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성적표를 받아보고는 나를 찾아왔다. 이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가 없다는 생각과 성적하향에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그날 ㅈ에게 성적표는 부모님께 보여드려야 할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ㅈ가 왜 이처럼 성적이 떨어지는지 그 이유에 대하여 보다 깊게 분석해 보기를 권유했다. 그리고는 ㅈ을 만나지 못하고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방학 후 1주일쯤 지난 후 뜻밖에 ㅈ가 집으로 방문 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동안 ㅈ의 안색이 몹시 나쁘게 보이도록까지 근심하고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좀더 ㅈ를 일찍 만나봐야 할것을 잊고 있었다는 불성실한 내 탓을 나무라며 ㅈ와 함께 자리를 했다.
ㅈ의 아버님은 사업을 하시다 실패 하신 후에 조그만 가내공업을 시작하셨으나 사업이 여의치 않으시다는 것과 ㅈ의 여동생은 여전히 공부를 열심히 잘해 절체에서 몇 등 안에 드는 학생이다.
아버지는 사업실패 후부터 자주 속상해 하시며 폭음을 하시는 경우가 잦아지셨고 어머니와 말다툼도 자주하신다. 집을 정리하고 지금 살고 있는 작은집으로 이사하여 교통도 불편하게 되었고 가정 분위기가 언제나 무겁고 침울하기만 하며 설상가상으로 ㅈ의 성적이 떨어져 부모님의 걱정이 보통이 아니시며 특히 부모님들이 ㅈ에게 걸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자기 자신이 지금처럼 가엽고 미워진 때가 없었다는 얘기를 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은 ㅈ가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운다는 것이었다. 노구도 그의 얘기를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모든 선생님이 칭찬하는 학생이라 ㅈ의 술ㆍ담배 얘기는 참으로 상상 밖의 얘기였다. ㅈ는 술ㆍ담배 등이 성적과는 무관하다고 믿고 있었으며 지금의 자기성적의 원인이 심리적 갈등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의 칭찬과 기대, 그리고 부모님들의 기대가 너무나 벅차서 나의행동에 짐이 되어 모든 행동이 가식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항상 모든 면에서 1등이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헤어나지 못해 학교에만 가면 긴장해서 몸이 굳어지고 수업시간에도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게 끝나고 중학교 때 자가보다 성적이 못한 학생들이 자기보다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을 보면 도대체 나의 진짜모습이 어떤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고 지쳐서 그만 학교를 두고 싶은 생각이 들고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걱정할 때마다 술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부모님도 자기의 마음을 헤아리시지 못하고 그저 공부에 열중하기만을 원하고 계시는 것도 부담스러워 죽겠다는 것이다.
ㅈ의 부모님을 만났다. ㅈ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ㅈ를 관심과 사람으로 격려하셔야 되겠다는 것과 그가 압력으로 오인하지 않도록 매사에 조심(?)하셔서 행동과 말씀에 ㅈ를 믿고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실 수 있도록 해주십사고 부탁드리고 ㅈ를 매주1회씩 상담하기로 했다. ㅈ의 담임선생님과 기회 있을 때 마다 교과 담임에게도 ㅈ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협조를 부탁드렸다. ㅈ에게는 자신의 능력과 인간이 갖고 있는 조건을 생각해보도록 매일자신의 생활과 관계있는 것들을 소재로 일기나 반성문 같은 것을 쓰도록 해보았다. 노트에 성찰록이라 써서주었다.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락하면 보여 주도록 청했다.
ㅈ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장학생이 되었다. 지난날을 생각하며 ㅈ와 손을 잡고 그의 얼굴에 감도는 미소를 나는 미소로 맞이했다. 인간을 사랑과 관심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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