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년전만해도 한국민의 대다수가 살던 농촌. 그러나 지금은 아픈땅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농천경제의 피폐와 함께 농천지역 복음자리인 공소도 급격히 무너져 내려앉기 시작했다. 수많은 공소가 폐쇄되었고 건물은 거의가 낡아빠져 무너질듯하다.
예절 바치는 사람들은 한눈에 다헤아려진다. 냉담자의 도가니가 되어버린 우리의 농촌.
그러나 그 얼어붙은 땅들을 열정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매서운 눈들은 아직도 있다. 그들의 눈이 맑고 싱싱한것은 마음안에 그리스도의 불씨들이 타고있기 때문이다. 곧 그 마음안에 복음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성체와 교회의 해」87년의 새 아침을 맞아 한국교회의 모체인 농촌공소를 지키는 파수꾼을 찾아 경남 울주군 상북면 길천리의 김두홍씨를 만났다.
부산교구 언양본당 길천공소의 회장 김두홍씨는 이지역 토박이 주민이다. 그가 굳이 이 지역에 뼈를 묻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부모님을 모신다는 이유말고도 증조부가 건립한 이곳 공소에 대한 애착이 워낙 크기때문이다.
나서기 싫어하는 김회장이지만『교회의 모체인 공소가 전반적으로 쇠락해들어가는 것은 교회의 뿌리자체가 뒤흔들리는 일』이라고 확신하는 그가 일하고 신앙을 키우는 공소래야 신자1백여명에 주일지키는 신자60여명 정도의 작은 공동체다.
그는 회장외에도 이 공동체에 하나뿐인 레지오 쁘레시디움의 단장으로서 모든 신자에 앞장서서 몸으로 일하고 있다. 도시본당에서는 흔하디 흔한 단체가 쁘레시디움이지만, 농촌공소에서 매주 주회를 하고 레지오활동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않다.
워낙 먹고 하는 일에 바빠 관심이 없어졌다는 이곳 신자들의 얘기다.
논15마지기ㆍ밤나무1정보(3천편)의 농사와 양보50통(군)으로 고등학교 2학년인 큰아들을 대학보내는 등 2남1녀 공부시킬 것이 큰 걱정이지만 집안일에 앞서서 공소살림을 위해 김회장은 팔을 걷어 부친다. 44세이지만 김회장은 공소에서 가장 젊은층에 속한다. 다른 지역과 같이 이 지역에도 청년들이 썰물처럼 도시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그래서 젊은이 아닌 젊은이 김회장이 가장 힘든 일을 해야 한다. 우선 김회장이 하는 일은 지난날 그래도 여유가있던 시절, 공소신자들이 절미운동을 벌이면서까지 푼푼이 모은 돈으로 사둔 땅에 짓는 4마지기의 벼농사와 공소마당에 심어둔 밤나무 30여그루에 거름을 주고 가지치는 일 등이다.
이 산비탈의 논에서 지난 가을엔 8가마의 쌀을 수확, 팔고 밤농사 등으로 44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이 돈은 공소의 전교 및 유지비ㆍ본당행사비 등에 쓰여져 이 공동체가 경제적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귀한 자산이다.
노동과 함께 김회장이 하는 일은 많다. 공소예절주 도ㆍ노인과 어린이들의 예절지도ㆍ어린이 교리교육등 주일엔 정신없이 바쁘다.뿐인가. 관할 언양본당 장년회 회장으로서 약5㎞떨어진 성당에서 개최되는 본당의 온갖 대소행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동참한다.
새해를 맞아 꿈을 실은 김회장의 눈은 빛난다.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기본의무지만 고질처럼 어려운 전교활동을 위한 계획수립 때문이다. 8백여명되는 전주민이 44년동안 한 자리에 살아온 김회장의 머리속에 성격까지 파악되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먼저 집집을 차례차례 방문, 가능성을 다시한번 타진하겠다고 밝힌다. 이와함께 냉당자회두 문제 반상회 조직 그리고 쁘레시디움을 하나라도 더 조직되게하는 것이 김회장의 소망이다.
그런데 김회장은 이 모든 일을 공소신자들의 의견을 좇아 행하겠단다. 자신은 그저 몸으로 때우는 일에 동참할 따름이라고 확고히 말한다.『저는 이공소의 막동이입니다. 사실 모든 일은 다른 신자들이 다하고 저는 기껏 심부름정도 밖에 못합니다』고 말하는 김회장의 눈은 힘있으나 소박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은 『김회장이야말로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않는 신자로서, 공소를 활기있게하는 으뜸일군』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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