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너 ㅈ 아니냐?』 『선생님 안녕 하셨어요?』참으로 오랜만에 ㅈ를 만났다. ㅈ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그의 담임이었던 나를 찾아 온 것이다.
ㅈ와 같이 자리를 하고 그의 요즈음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대학생활의 이모저모를 얘기했다.
ㅈ가 2학년 담임선생인 나와 처음으로 상담실에서 만나 상담하게 된 때도 지금 기억으로 4월말 경이었던 것 같다. 학교생활도 착실하고 성적도 우수했던 ㅈ가 어느 날 결석을 했다. 평소에 말이 적었고 얌전하게 보였던 ㅈ의 결석이 마음에 걸려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ㅈ의 어머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ㅈ가 몸이 아파 결석했습니다』『선생님께 걱정끼쳐 죄송합니다』어머님은 조용한 그러나 조금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ㅈ는 결석을 했다. 무엇인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아 ㅈ의 환경조사기록부를 찾아 친한 친구를 찾아보았다. ㅈ의 친구 란에 ㅎ이 있었다. ㅎ의 담임선생님에게 ㅎ에 대하여 알아보았으나 별로 문제가 없는 학생이라는 말씀이었다. ㅎ을 상담실로 불러 ㅈ에 대하여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구하였다. ㅎ의 말로는 요즈음 ㅈ이 좀 달라졌다는 것이다. 말이 더욱 없어 졌으며 학교에서도 공부에 열중 할 수가 없어 걱정이라는 것과 요며칠 동안은 만나지 못했다는 것과 그가 결석하여 오늘은 ㅈ의 집에 가봐야겠다는 것뿐이었다. ㅎ에게 ㅈ에 대하여 얘기 나눈 일을 ㅈ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헤어졌다.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다음날도 ㅈ는 결석을 했다. ㅈ의 집에 다시 전화를 하니 ㅈ의 어머님이 받으셨다. ㅈ의 어머니는 ㅈ가 집을 나갔다고 힘없이 말씀하셨다. ㅈ의 어머니께 위로와 안심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어머니와 만나기로 약속했다.
상담실에 오후 늦게 어머니께서 오셨다. ㅈ의 아버님은 엄격하신 분이며 어머니는 내성적인 성격의 한국의 어머니 같은 분이셨다. 모든 일을 알아서 열심히 했던 ㅈ가 이렇게 돌변한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달래봐도 얘기를 하지 않고 그냥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며 어제 오후에 나가 집에 안 돌아온 것이라는 말씀이었다.
ㅈ의 가정사정과 요즈음에 가족들의 생활에 대하여 여쭈어 보았다. ㅈ의 어머니는 몹시 망설이듯이 말씀하셨다. 『사실은 ㅈ의 여동생이(여중3학년)도서실에서 공부하다 늦게 돌아오는 길에 치한들에게 봉변을 당할 뻔 했으나 부모님께서 동생을 마중 나가던 길에 발견하시게 되었다고 별탈이 없었기에 요즈음은 도서실에 가지 못하게 하고 집에서 공부를 시키지만 동생의 심신의 충격 때문에 동생에게 모든 관심과 배려를 하시느라 ㅈ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다. ㅈ의 여자 친구 문제에 대하여 아시는 것이 있는지를 여쭈어보았으나 어머니 말씀으로는 여자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의 상담은 어머님께 위로와 안심을 하시라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는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랐다. ㅈ의 친구 ㅎ을 다시 만났다. 그에게 ㅈ의 여자 친구가 있는지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ㅎ은 망설임 끝에 ㅈ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 예쁘고 얌전한 여학생이라는 것이다. ㅎ에게 ㅈ의 가출을 알리고 ㅈ의 거처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ㅎ은 ㅈ의 귀가를 책임지겠으니 오늘만 기다려달라는 것이다. 그리고도 안 되면 ㅈ의 거처를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ㅎ에게 ㅈ를 도와주어야 된다는 말을 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 나 자신의 한계와 측은함을 느꼈으나 참고 기다릴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ㅈ는 그날 귀가했다. 다음날 학교에 나온 ㅈ과 상담실에서 만났다. ㅈ는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된 후로 공부에 열중할 수 없었고 어느 날 밤에 여자 친구와 관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여자 친구는 반항했으나 완력으로 관계하게 되었고 그 후 여자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감으로 불안과 갈등의 나날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ㅈ의 여동생사건이 일어나 ㅈ는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ㅈ의 여동생에 대한 것보다는 여자 친구에 대한 죄책감이 더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다. 그 후 ㅈ와의 계속적인 상담과、ㅈ의 부모님 그리고 여자 친구와 그 부모님의 상담과 만남을 주선하게 되었다. ㅈ는 그 후 안정을 찾아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 이렇게 어엿한 대학생으로 내 앞에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인간을 안다는 것은 어렵고 신비한 것이다. 설마 얌전하고 모범생이었던 ㅈ에게 이런 숨겨진 일이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설마 우리아이가?』이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를 부모님들께서는 생각해주셔야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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