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
2017년 한국교회와 쿠바교회 사이에도 끈이 이어졌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원장 박현동 아빠스, 이하 왜관수도원)이 쿠바에 선교사제를 파견한 덕분이다. 현재 쿠바에선 한국인 선교사로서는 처음으로 파견된 장경욱(아론) 신부와 쿠바·필리핀인 선교사제 등 5명이 공동체를 이뤄 ‘기도하고 일하며’ 현지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 정부는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선교활동을 제재하고 간섭한다. 수도원 건축 공사는 시작도 못해, 이곳 선교사들에게 수년 째 컨테이너에 양철지붕을 얹은 건물이 성당이고 숙소다. 이러한 선교 현장에 한국교회 고위성직자로서는 처음으로 박현동(블라시오) 아빠스가 공식 사목방문했다. 박 아빠스는 지난 7월 1~6일 쿠바 아바나와 산호세 지역 선교현장을 찾아 현지 실태를 돌아보고 수도자들을 격려했다.
“쿠바교회는 다시 새로운 기운을 채워 일어서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영성적 숨결을 다시 채우기 위해선 도움이 필요합니다.”
박현동 아빠스는 “복음이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 아래에서 신앙의 자유를 잃었던 신자들을 돕고 지역교회에 협력하는 것 또한 시급한 소명이며, 우리가 그들 곁으로 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 총연합회는 쿠바정부가 사회주의 혁명 이후 처음으로 받아들인 가톨릭 수도회다.
박 아빠스는 2014년 콜롬비아에서 열린 수도회 세계총회를 앞두고 몇몇 아빠스들과 함께 쿠바 아바나에 잠시 들른 바 있다. 곧이어 박 아빠스는 왜관수도원 형제 수도자들에게 쿠바교회와 현지 베네딕도회 공동체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설명했고, 특히 젊은 사제들이 선교사로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선교사로 자원한 장경욱 신부는 현재 쿠바 ‘주님공현수도원’에서 수련장과 재정담당을 맡아 활동 중이다. 주중에는 산호세 수도원 터를 고르고 농장을 일구며 수련자 교육 등을 지원한다. 주말에는 아바나 현지 본당의 사목을 돕는다. 우물이 있어도 펌프를 구할 수 없어 다른 곳에서 물을 길어와야 하고, 한낮이면 양철지붕의 절절 끓는 열기에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몇 달 동안 식용유 한 병, 휴지 한 개 살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박 아빠스는 “하지만 선교사들의 노력이 하루하루 더해지면서 진흙탕은 차가 다닐만한 단단한 길로 바뀌었고, 콩과 옥수수도 싹을 틔웠으며, 신자들은 스스로 성당에 찾아와 봉사한다”며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한국인 선교사제로 장경욱 신부를 파견한 이후 처음으로 쿠바를 찾은 박 아빠스는 “수도원도 지어야 하고 성소자들의 양성과 교육도 시급하다”며 “쿠바 공동체가 현지교회에 구체적으로 기여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인적·물적 자원 등 통합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박 아빠스는 이러한 쿠바 현지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우선 쿠바 공동체와 미국 뉴튼 공동체와의 연대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왜관수도원은 지난 2002년 미국 뉴튼수도원을 인수, 운영 중이다. 박 아빠스는 “아직까진 쿠바는 방문 및 교류가 쉽지 않은 지역이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자리할 뿐 아니라 영적 지원도 적극 펼칠 수 있는 뉴튼수도원을 통해 쿠바 공동체를 돕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쿠바 공동체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소자를 발굴, 쿠바인 사제 양성에도 적극 힘쓰고 있다. 박 아빠스는 “쿠바 젊은이들이 어려운 경제 현실에 발 묶여 신앙을 멀리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교회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새로운 교류와 발전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교회가 정부와 꾸준히 대화하고 소통의 다리가 되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박 아빠스는 “북한과 중국 복음화의 중추역할을 맡아야 할 한국교회의 입장에서는 쿠바교회가 세계교회의 지원과 협력에 힘입어 사회주의 정부와 꾸준히 대화하고 대사회적인 중재 역할 등을 해온 모범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복음화를 위해선 “중국이든 쿠바든 종교활동을 제재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에서 교회가 지녀온 특수한 상황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우리가 그 교회의 현실 안으로 들어가 함께 살고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바는 6·25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물자를 지원하기도 했으며 일제침략기 때 이민간 한국인들과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이민자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쿠바사회와 교회에 한국교회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 함께 기도하고 형제애를 꾸준히 나눌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