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에는 세계성체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다. 전 세계 교회의 이목이 다시 한번 우리 한국에로 쏠리게 된 것이다. 2백주년을 지내면서 민족 복음화의 사명을 강하게 느꼈던 한국 교회가 이제는 세계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기여해야할 책임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위해 한국 주교단이 제안하였던 주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가 교황 성하의 재가로 최종확인이 되었고, 1986년도의 「성체와 가정」1987년도의 「성체와 교회」는 세계성체대회를 내다보면서 주교단이 공동 사목교서의 주제로 채택한 것들이다.
2백주년 기념을 위해서 5개년에 걸쳐 한국 교회를 위해 공동의 사목목교를 내세웠던 주교단이 서울세계성체대회를 기해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세계 교회가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사목 주제를 설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오늘날 누구나 이야기하고 누구나 절실히 갈망하는 것이 평화이다. 『그러면서도 갈수록 손에 안 잡히는 것이 평화인가 한다. 분단된 한반도의 안타까움과 아픔은, 서로 믿지 못하고, 형제애로써 화해를 이루지 못하는 분열된 우리 세계를 나타내 보인다고 하겠다』(요한바오로 2세: 1984년 5월 4일 외교단에게 한 연설에서).
분단한 한국의 서울에서 세계의 평화를 위해 성체 안에 계시는 주님을 모시고 기도를 바치게 될 것이다. 생명과 사랑의 샘이신 성체를 중심으로, 한 믿음과 사랑 안에 모인 모상을 세상에 증거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의「성체와 가정」이라는 사목 주제로부터 새해의 「성체와 교회」그리고 88년 89년 두 해에 걸쳐「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하여 세상을 그리스도안에 재건하는 하느님나라의 경륜을 묵상하며, 세상의 구원인 빠스카 신비 위 성찬에 온전히 잠긴 우리의 생활을 꾸며 나가고자 한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성체의 제사는 크리스찬 생활전체의 원친이요 절정이다(교회헌장11참조). 교회는 사도들 시대부터 성찬예식을 중심으로 모여, 생명의 빵과 구원의 잔을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구원의 공동체로 커왔다. 한 믿음으로 유다인과 이방인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이 된 믿는 이들의 공동체가 한 성체를 받아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몸으로 점점자라서, 만민이 그리스도 안에 하나로 결합되는 하느님 나라의 이상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는 교회를 『그리스도 안에 하나의 성사, 즉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표지하고 이루어 주는 표지요 도구』(교회헌장1)라고 하였다.
교회를 일치의 성사요 구원의 성사로 천명한 것이다. 믿음을 통해 인간이 하느님과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는 것이 바로 인간의 구원을 뜻하는 것이요 또 그럼으로써 인류가 하느님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것이 곧 세상의 구원이요 하느님나라의 구현인 것이다. 그리고 신자들이 성체의 제자에 참여하여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심은 하느님 백성의 일치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요, 이로써 적절이 표시되고 또 기묘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회헌장 11참조)우리는 성체성사를 거행함으로써 일치의 삶을 약속하고 있는「일치의 공동체」임을 고백하는 것이요, 온갖 불목과 불신으로 대립하고 갈려져 있는 현 세계에 새로운 인류 탄생의 희망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바로 당신 친히 거행하신 첫번째 성찬예식에서 당신 제자들의 사랑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하시며 그 일치를 당신의 제자됨의 표시로 정해 주시고 (요한13, 35) 이 일치의 표지를 통해 세상이 당신을 믿게 되어 마침내 온 인류의 일치와 세상의 평화가 이루어 질 것임을 시사 하셨다. (요한17, 21참조)
교회는, 우리가 미사 성제에 하나로 모일 때마다 성체 신비의 극치인 사랑의 실천을 요구한다. 전례헌장은 성체 신비의 극치는 사랑을 나누는데 있다고 설명하면서『이 제사는 자비의 성사요, 일치의 표징이요 사랑의 끈』(47항)이라고 하였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구원사업을 이어 가고 맡기시어 세상종말까지 거행하도록 하셨다.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훌륭한 사랑이 없다』하시며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구체화시키셨다. 성체 성사로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면서 서로 사랑을 나누는 모범을 보여 주신 것이다. 그 분이 주시는 선물은 그분 자신이시다. 『우리가 선물로 받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 즉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제 우리가 다른 이에게 반드시 선물로 주어야』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와 교회 밖에서 정의와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사랑의 나눔을 이룰 수 있어야 하겠다. (1987공동사목교서)
1989년 세계 성체 대회를 기해서 우리는 우리 가운데 그리고 이 세상에 모시고 있는 성체 성사를 통해 우리의 구원과 세상의 평화, 하느님 나라의 희망을 생생하게 되살리게 되기를 바란다. 세상이 아무리 갈라져서 싸운다 해도 주님의 식탁에 물러 앉아 그분의 몸과 피를 나누는 우리는 그분의 사랑으로 하나될 수 있고 그분의 생명으로 세상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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