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란(데레사ㆍ36세)씨는 참 많은 별명을 갖고 있다. 「거지아줌마」ㆍ「빈병아줌마」ㆍ「쓰레기아줌마」에서부터「철의 여인」ㆍ「부산의 마더 데레사」라 불려지기도 한다.
육군소령의 아내로 2남 1녀를 둔 김정란씨가 이처럼 많은 소리를 듣는 것은 가난한 이들을 자기 가족같이 생각하는 애정 때문이다.
김씨가 파출부처럼 매일 돌아가며 출근하는 곳은 부산 망미성당 입구에 있는 양로원과 우암2동에 소재하는 오순절 평화의 집ㆍ사랑의 선교회 등이다. 망미동의 양로원 등에서 중풍 등 각종질환에 시달리는 할머니들을 목욕시키고 정신질환자ㆍ알콜 중독자ㆍ불구 노인 등이 사는 사랑의 선교회ㆍ오순절 평화의 집 등을 찾아가 1백50여명의 빨래를 해주고 나면 하늘이 노래질 정도로 피곤해진다. 집안일은 밤에 하는 셈.
지난해 말 김장때는 주위의 협조를 받아 배추 2천포기 정도의 김장을 해 각 복지시설에 배분하기도 했다.
정상인이 즐기는 성탄ㆍ연말파티가 실제로는 병든이ㆍ정신박약자ㆍ신체불구자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김씨는 각 시설마다 파티를 열어주느라 지난해 말부터 금년 초에는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복지시설에 수용된 이들을 위해 일만 해온 것은 아니다.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고 개개인의 고충을 들어주면서 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알아낸다.
할머니는 아이들이 즐기는 쭈쭈바를 좋아하고, 소년은 책을 읽고 싶어하고, 할아버지는 소원처럼 꿀물을 마시고 싶어 한다.…자연히 돈이 필요할 수 밖에. 그렇다고 남편의 봉급만을 바라 볼 수 없었다.
생각다못해 만 3년전부터 시작한 것이 빈병 수집해 팔기. 자신이 사는 수영동 군인아파트 지역은 맥주ㆍ사이다ㆍ콜라 등이 면세품으로 판매돼 집집마다 빈병이 많았다. 그래서 이지역 5백여 세대를 가가호호 방문, 빈병을 얻으러 다녔다. 이와 함께 헌옷 헌신문ㆍ쌀도 구걸했다. 어느새 김씨에게 붙은 이름이 「빈병아줌마」「거지아줌마」「쓰레기아줌마」등 반갑잖은 소리들.
김씨의 2남 1녀 중 맏이인 아들(현재 국민학교5학년)이 3년 전 자기 일기장에『나는 슬프다. 우리 엄마가 거지아줌마로 소문났다. 엄마가 빈병줍지 않을 수는 없을까』라고 고민한 후 김씨의 빈병줍기를 그만두게 하느라 돼지저금통에 악착같이 저금하는 것을 알았을 때, 김씨의 가슴은 처절하게 찢어져 버렸다. 남편도『마누라 때문에 장교의 체통이 우습게 됐다』고 불같이 화를 냈다. 이로인해 빈병줍는 일을 포함, 남의 집에 그걸하는 일을 그만 두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불우한 이들 앞에서 한없이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김씨는 보름만에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되버렸다.
빈병수집으로 얻은 매달 3만여원은 큰 액수가 아니라지만 김씨의 생활을 아는 이들이 점차 많아져 이제는 수영동 망미동 연산동 일대엔 김씨를 이해하고 돕는 이가 많다. 특히 수영동의 군인아파트지역에선 쌀과 성금까지 자발적으로 거둬주는 등 김씨가 심는 사랑에 한몫을 하고 있을 뿐아니라 냉담자들이 회두하게 되고 성당에 다니겠다고 나서는 예비자도 많아졌다.
바쁜 틈을 쪼개어 매주 성서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씨는 양로원 노인들의 시신을 수없이 거두어서인지『아옹다옹살아봐도 허무가 우리 몸을 덮을 것이나. 지혜로운 이의 가르침은 영원히 빛날 것』이라며 복음서에 눈길을 보낸다.
부산시 남구 수영동 353번지 군인 아파트1동 209호(전화755-3578)에 사는 김씨는 언니 두명이 대구 샬트르성바오로 수녀회의 수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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