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93년
6월 22일
아침나절엔 짙은 안개가 끼더니 덥다. 한강의 한이라는 사람이 내게 소(訴)를 제기하러 왔다. 빌렘 신부가 봉천에 있는 장수 신부의 무덤을 보존한다는 구실로 그에게 그가 그 근방에 소유하고 있는 소유지의 권리증서를 요청하여서 주었는데, 그것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6월 26일
편지들이 도착. 본부에서 우리의 차용을 동의해 주다.『본부신학교에서는 연2%의 이율로 조선에 5만프랑을 빌려준다. 조선교구는(뮤뗄 주교의 제안대로) 1895년부터 지급액에서 5천을 미리 공제받고 지급받음으로써 매해 5천프랑씩 빚을 줄여가게 될 것이다. 이자 역시 같은 날부터 계산된다』천주께 감사!
6월 27일
25일 일요일에는 빌렘 신부가 와서 한이 내게 제기했던 소송사건에 관한 해명을 하였다. 그 사실들은 완전히 왜곡된 거짓이었다. 그것은 교우이면서 한과 그의 조언자들이 나의 눈을 속이려 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6월 30일
저녁 나절에 비. 중국이 벽돌공 중 한 사람이 발판에서 떨어진 벽돌에 맞아 머리를 다쳤다.
7월 11일
어제 저녁 용산에 온 마라발 신부가 오늘 아침에 도착. 그는 제물포 수녀원의 설계도 관계로 코스트 신부와 상의하러 왔다. 제물포 수녀원은 이미 기초공사가 시작되었다.
7월 13일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알려졌을 해성을 나는 오늘 처음으로 발견하다. 그별은 지평선과 큰곰자리 사이, 큰곰자리의 약간 서편에 위치하고 있다. 그 꼬리는 별로 밝지는 않는데 매우 긴 것 같다.
8월 9일
청국의 국경일. 11시경에 코스트ㆍ프와넬 신부, 그리고 나 셋이서 방문을 가다. 어찌나 친절하게 맞아주는지! 우리 세 사람 모두가 일주일전에 저녁모임에 초대를 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통씨와 최씨는 우리에게 그 모임을 절대로 잊지말라고 거듭 강조하며 집에 있는 다른 신부들도 모두 함께 오라고 한다. 저녁무렵 몇차례 비가 부리더니, 8시 반경에 멎다. 참석자도 많고 또 훌륭한 리셉션이었다. 미국인 프로테스탄트 목사들만 빼놓고는 서울에 있는 외국인 모두가 참석하였다. 미국인 프로테스탄트 목사들은 한 사람도 초대받지 못한 것이다. 성공회 신부들은 자리를 함께 하였다.
8월 19일
로 신부를 용산신학교의 교장서리로 임명하다. 빌렘 신부가 곧 프랑스로 떠나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블라두 신부는 신학교의 동굴에 자신이 기증한 성모상을 제막하러 갔다.
드디어 성당(명동) 측면이 공중회랑위까지 올라갔다. 제물포의 수녀원도 벌써 1m 가까이 돌로 벽을 쌓아올렸다고 한다.
8월 20일
우리는 대성당 제단의 좌측(복음편) 첫번째 기둥에 금이 가고 벽돌이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당연히 커다란 동요가 일어날 수밖에. 곧 커다란 신자석의 돌공사 전체가 작은 신자석의 궁륭에서 오는 압력 때문에 휜것이 밝혀졌다. 즉시 목수들이 불려오고 양측면의 기둥들 사이에 버팀목이 세워지다. 내일 아침까지 버틸 수 있도록 오늘 저녁에 양쪽 끝의 압력만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다.
8월 24일
내가 없는 사이에 대성당 사고가 꽤나 근심을 안겨 주었던 모양이다. 부축벽으로 첫번째 기둥을 아주 튼튼하게 받쳐주어야 하는데 그 기둥하나만을 받치면서 고정시켜보려고 애써 보았지만 헛일이었다. 벽돌 공사를 다시해야만 한다. 천주께서 이번 작업만은 바라는대로 성사되게 해주시기를!
9월 15일
「오소서 성신이여!」(Veni Sancte Spiritus) 드디어 오늘 저녁에 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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