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들은 미군에게 대해 그동안 최대한도로 협조해왔기 때문에 공산당으로부터 제일 먼저 잔인한 보복을 당할 특별한 상황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자들에게 그에 따른 합당한 특권을 베푸는 문제에 대해서 그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 같은 철수협조를 준비하는 일은 민간인들과 연관된 일을 할 목적으로 미군에 입대하여 미군 복장을 하고있는 프로테스탄트 군목 헤롤드뵉켈과 나 자신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이런 신자들이 특별대우를 받는게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무어민사부장은 완강하게 거절한 것이다. 그래도 나는 비록 쓸모없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토마스가 원하는 증명서를 만들어주었다.
▲12월 15일 군종부의 차량이용도 매우 힘들었기 때문에 나는 어제 저녁 식사때 식당에서 의무대의 행정관 빈클리 중령은 수송 수단이 풍부하다는 말을 듣고 오늘 내게 지이프 한 대만 달라고 했더니 그는 쾌히 승낙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지이프와 운전병을 만났는데 그는『절 에디라 불러주세요』하는게 아닌가. 그는 오클라호마 출신이었다.
우리는 먼저 흥남성당으로 가서 김발다살을 싣고서 현 박사가 간밤에 말한 2척의 LST를 찾기 위해 소호진이라 부르는 해변으로 갔다. 장시간동안 해변가를 뒤져 보았지만 LST의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김발다살을 성당에 내려주고 막사로 돌아오니 김토마스와 그의 아내 그리고 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 우리가 실제로 제일 먼저 멈춘 곳은 제772헌병대 D중대였는데(지휘관 라이첸 백처 중위) 토마스는 아내와 아들을 데리러 함흥으로 떠난 뒤였던 것이다. 우리는 베로니카와 아들을 싣고 연포공항으로 가서 탑승수속을 해주고 12시에 귀대했다.
점심 후 나는 민사부의 무어중령을 찾아가서 피난민의 상황이 어떤지를 알아보았다. 「SCAP」(역자주: SCAP은 연합군 최고사령관인데 클리어리 신부는 SCAP를 태평양군 최고사령관이라고 표기함)는 우리가 가능한한 많은 사람들을 배로 철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답신해왔다』이게 그의 말이었다. 나는 길에서 현 박사를 만났다. 그는 아직도 한국 해병대 사령관 신장군과 함께 애쓰고 있었다.
오클라호마의 에디(운전병)와 나는 함흥으로 가다가 도중에 헌병들이 우리를 가로막을것에 대비하여 라이첸백처 중위에게 들려 신분증을 교부받았다. 상황이 점점 급박해졌으므로 사실 우리에게는 승산이 없었다.
우리는 그때 불타고 깡그리 약탈당한 성당 건너 집으로 갔는데 도착해보니 오후 3시였다. 내가 데려오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토마스의 동생 김도밍고 토마스의 처제 골롬바 그리고 신학생 김요셉이었는데 그들은 이미 2시간 전에 도보로 부두를 향해 떠나버렸던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흥남성당으로 돌아와서 김발다살과 아내 그리고 4자녀를 실었다. 성당구역 앞에서 막 떠나려는 참에 전에는 절대로 피난가지 않겠다고 버티던 한 할머니가 집을 연신 돌아보면서 지이프에 태워달라고 매달리는게 아닌가? 운전병 에디와 나는 앞좌석에 앉았고 피난민들은 뒤에 앉았다. 만일 내가 공항으로 가지 않는다면 한 사람이 안전하게 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내게 떠오르지 않았고 또 에디는 현재 그런곳에 사람들을 내버려두는 일에도 꽤 익숙해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피난민이 군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증명서를 확인한다든가 등등의 몇 가지 확인절차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지이프에서 내리고 할머니와 어린아이를 내 자리에 앉혀보냈다. 에디는 공항을 향해 먼지구름속으로-내말은 먼지속으로-질주했다.
나는 막사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나는「김일성」지역을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걷다가 스리쿼터를 얻어타고 오후 5시 전에 집에 도착했다. 나는 군종실의 사병인 벤에게 미사준비를 하라고 일렀다.
막 제의를 입고 있는데 함흥교우인 정베드로가 들어섰다. 『함흥에서 온 교우들이 헌병의 중지명령에 따라 대교 가까운 길에 있다』는 보고를 했다. 그길로 나는 제의를 벗고 민사부로 가서 2.5톤 트럭을 부탁했다. 시간은 점점 지체되었고 또 야간통행금지 시간이 임박함에 따라 신자들이 어둡기 전에 데려오려면 도보로는 불가능하고 또 위험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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