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났는데도 관객들은 가슴 저 근저로부터의 떨림을 간직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설 줄을 몰랐다. 주르르 눈물을 흘리는 관객도 있다.
좋은 영화란 이처럼 관객에서 뭉클한 감동을 준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롤랑조페감독의 「미션」이 바로 그런 영화다.
남미의 식민지 영토분쟁을 중재하러 현지에 간 추기경의 보고서 낭독으로 시작되는 대형화면은 영화 「아마데우스」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관객은 이내 거대한 대자연의 경관에 압도당한다. 화면을 꽉 채운 이과수 폭포는 진한 원시성과 함께 창조주의 신비를 온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킬링필드」로 국내 팬에게 알려진 롤랑 조페 감독은 세속의 때 묻은 영혼들을 세례 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남미 안데스산맥의 울창한 숲, 천지를 진동시키는 거대한 폭포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그 원시의 숲에 울려펴지는 신의 찬가… 영화음악의 귀재 엔리오 모리코네의 합창곡이 빚어내는 화음은 일상의 때를 말끔히 씻어줄 만큼 신선하다.
영화는 그 원시의 숲에서 펼쳐지는 영혼의 구령사업과 인간의 삶, 현실적이고 냉엄한 정치와의 관계를 서사시적으로 풀어나가면서 끝내는 묵직한 톤의 진혼의 울림으로 관객의 가슴을 적신다.
1750년대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식민지 쟁탈전을 시대 배경으로 한 「미션」은 당시 이곳에서 선교활동하다 순교한 예수회신부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기독교적 사랑과 고귀한 인간성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따라서 신자들에게는 사랑과 구원의 의미를, 미신자들에게는 인간과 종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다.
남미의 스페인 영토와 포르투갈 식민지가 맞닿은 폭포상류에서 전교를 하던 예수회 신부들은 원주민 과라니족을 감화, 마을을 발전시키고 교회를 세운다. 동생을 죽인 노예상인 멘도자도 가브리엘 신부의 도움으로 개심, 수사가 되어 원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다. 그러나 가열된 식민지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들은 칼과 사랑으로 과라니족의 편에서 싸우게되고 결국 총 앞에 최후를 맞는다는 줄거리. 멘도자로 나오는 「디어헌터」의 로버트 드니로의 연기가 개성에 넘치고 가브리엘 신부역의 제레미 아이언즈가 보여주는 절제된 연기는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실연의 흥분 속에 동생을 죽인 멘도자. 죄악에서 괴로와하던 그가 고행을 통해 구원을 받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특히 압권이다. 또 원주민들과 음악으로 조우하는 설정은 종교의 또 다른 신비를 체험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종교의 진리와 인간끼리의 따스함이 정치적 의미로 말미암아 피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침략세력 앞에서 신부들을 갈등하게 만든다.
정치적인 중재에 실패, 마침내 한 종족의 파멸을 보고만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교황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부 몇몇과 과라니족의 죽음으로 끝났읍니다만 사실은 죽은 것은 저 자신이고 저들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말입니다』
롤랑 조페 감독의 과감한 생략과 상징적 기법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적 조화는 과연 이 영화가 칸느 그랑프리를 탈만하다는 당위성을 넘어 「영화는 예술」임을 실감시켜 준다. 종교를 떠나서도 충격과 감동을 안겨줄만한 고급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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