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겨울비가 내리던 지난 1월 16일 오후3시 원주 보안동본당 김인후(원주국 6) 학성동본당 송진성(우산국 5) 일산동본당 원찬식(중앙국 5) 단구동본당 이주현(명윤국 6) 태장동본당 이진희(우산국 6) 원동본당 정지헌(일산국 6) 어린이 등 6명이 학성동에 있는 주교관을 방문원 주교구장 지학순 주교님을 만났다.
- 안녕하세요, 주교님. 이렇게 가까이서 뵙기는 처음입니다. 지난번 TV를 통해 주교님 고향이 이북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시게 됐나요?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에 들어갔는데 1949년 공산당이 신학교를 없앴어요. 공산당은 천주교를 싫어하잖아요. 어쩔 수 없이 남쪽으로 피난해 내려와 공부를 해서 신부가 됐지요. 내 고향은 평양에서 17km 떨어진 「중화」라는 곳이지요.
- 금강산엔 가보셨나요.
▲못가봤어요. 신학교에서 갈뻔했는데…
- 지금 저희들은 겨울 방학 중이거든요. 주교님은 어린 시절 겨울방학 때 주로 무슨 놀이를 하셨어요?
▲이북은 여기보다 굉장히 추워요. 썰매도 타고 눈싸움도 하고. 그리고 팽이치기, 자치기, 연날리기 등도 하면서 자랐어요.
- 형제들과 싸움은 안했나요?
▲옛날에는 지금처럼 먹을 것이 풍부하지가 않았어요. 배가 고프니까 서로 먼저 먹으려고 하다 싸우곤했어요. 우리 집에 사과밭이 있었는데 따 먹으면 부모님한테 혼나니까 떨어진 것을 먼저 주우려고 하다가 싸운 적도 있어요.
- 주교님이 어렸을 때와 현재 저희 어린이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면이 다른지요?
▲옛날 어린이들은 어른을 어려워할 줄 알았어요. 어른이 지나가면 옆으로 비켜서고 인사도 곧잘했어요. 그런데 지금 어린이들은 안 그래요. 본당에 나가도 인사하는 어린이들이 별로 없어요.
- 신부가 되려면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 몇 년이나 걸리나요.
▲과거에는 신부가 되기 위해선 12년이 걸렸는데 지금은 빠르면 6년이면 돼요. 소신학교(현재 중학교)때는 부모님이 보고 싶어 운적도 여러번 있었어요.
- 신부되길 잘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여요?
▲불쌍한 사람도와주고 병원비 없는 사람 병원비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도 도와주고 또 인권ㆍ사회정의운동을 할 때여요. 여러분도 친구가 아프면 찾아가 위문하겠지요.
- 주교님은 매일 성경책을 읽나요?
▲물론이지요. 여러분은 잘 안 읽지요. 지금 어린이용 성경책이 없는게 문제이긴해요.
- 하루 기도시간은?
▲2시간 이상 기도해요. 나라를 위해 교회를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
- 우리 어린이들은 하루 기도시간이 어느 정도면 바람직하겠어요?
▲아침ㆍ저녁 15분씩하면 좋겠어요. 덮어놓고 빨리할게 아니라 지금까지 놀던 생각을 모두 없애고 천천히 하세요.
- 혹시 시험 때 벼락치기공부를 해보신 적은 없어요?
▲평소에 공부하기 때문에 밤새운 적은 없어요. 성적은 좋은 편이었고요. 특히 작문(글쓰기)을 좋아했어요. 여러분들은 편지를 자주 쓰나요? 어린이들에게서 편지를 받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 잘 안써요. 앞으로 주교님께 자주 편지 쓰도록 노력하겠어요. 저희들이 이곳에 찾아와도 되나요.
▲그럼, 언제든지 오면 만날 수 있지요.
- 저희들에게 해 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지 열심히 하세요. 거짓말을 하지 말고. 남을 속여 돈을 벌면 소용없어요. 그런데 착하게 자라야 할 여러분에게 사회에서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 같아 안타까와요.
- 끝으로 소원이 있다면요?
▲가장 큰 소원은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보고 싶은 거여요.
- 주교님, 오늘 저희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도 여러분을 만나서 기뻐요. 빗길에 조심해서 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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