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체험은 죄악확인
1. 현재의 교회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원죄에 대한 진리를 우리 눈앞에 두고 동시에 인류역사의 전체적 차원에서 죄의 실재를 보고자 합니다. 역사적 체험은 계시가 가르쳐 준대로 죄는 각 사람의 삶속에 항상 남아있다는 것을 그 나름대로 확인해줍니다. 우리들이 아는 바로는 그것은 윤리적 악이며 여기에는 윤리학(윤리철학)이 더 직접적으로 관련됩니다. 그러나 심리학, 사회학과 같은 인간학의 여러 분야도 그 나름대로 그에 관여합니다. 윤리적 악(윤리적 선과 마찬가지로)이 이간 체험에 속한다는 것은 확실하며-이것은 윤리적 악을 체험의 대상으로 연구하려는 다른 모든 학문의 출발점입니다.
원죄는 인간 죄의 모델
2.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계시를 떠나서는 죄(또는 죄로서의 윤리적 악)의 본질자체를 완전히 알거나 적절히 표현할 입장이 못 된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신앙을 통해 하느님과 맺어진 관계를 배경으로 해서 비로소 죄의 전 실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으로 우리의 이해를 발전, 심화시키도록 합시다. 계시와 특히 성서의 경우 죄에 대한 진리는「태초」에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의미로 각 사람의 삶에 속하는 「현행」죄조차도 그 「태초」와의 관련에서, 첫 사람의 죄와 관련해서 옳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은 뜨리덴띠노 공의회가「죄의 불씨」(fomes peccati)라 부른 원죄의 결과가 인간안의 본죄의 바탕이며 원천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원조들의「최초의 죄」가 어느 정도 사람이 개인적으로 범하는 하나하나의 죄의「모델」로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최초의 죄」역시 그자체로 본죄였습니다. 그 때문에 그「구조」의개인적 요소들이 어떤 식으로 다른 모든 인간 죄 속에서 발견됩니다.
죄는 자유의 남용
3. 2차 바티칸공의회는 다음과 같이 상기시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의로운 지위에 두셨으나 인간은 마귀의 유혹을 받아…자신의 자유를 남용하였고, 하느님께 대립하고 하느님을 떠나서 제 목적을 달성하려 하였다』(사목헌장13). 이러한 말로써 공의회는 원초적 정의의 상태에서 범한 우리 원조들의 죄를 다룹니다. 그렇지만 인류가 상속받은 윤리적 나약함의 결과로서 역사에 걸쳐 범해진 모든 죄들이 똑 같은 본질적 요소들을 보여줍니다. 사실 인간의 개인적 행위로써 되는 모든 죄 속에는 특정한「자유의 남용」즉 자유의 악용, 자유의지의 악용이 담겨있습니다. 창조된 존재로서 인간이 자기 창조주의 뜻에 어긋나게 자유의지를 사용할 때, 행동으로『하느님께 대립할』때『하느님을 떠나서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할 때 자기의 자유 의지를 남용하는 것입니다.
자유남용의 정도는 달라
4. 아주 시초부터(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계시진리에 비추어 볼 때)윤리적 죄악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들이 각 사람의 죄안에 되풀이 됩니다. 이 요소들은 원초적 정의의 상태에서 범해진 본죄들은 어떤 의미로는 아주 처음부터 유산으로 물려받은 악에로의 경향『악한 욕망의 불씨나 유인』의 상태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유산 받은 나약함의 상황이 인간의 자유를 취소시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든 현행(본)죄에는 하느님의뜻에 어긋나는 자유의 실재적 남용이 있습니다. 알다시피 이남용의 정도는 다양할 수 있고 죄인의 여러 다른 죄의 정도 역시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현행 죄 속에 담긴 악의정도를 평가할 때 그 죄들에 대한 다른 규범을 적용해야 합니다. 「대」죄와 「소」죄의 차이도 여기서 나옵니다. 대죄는 범하는 사람 안에 성화은총의 상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사(死)」죄이기도 합니다.
입법자에 대한 불순종
5. 성 바오로는 아담의 죄에 대해 말하면서 그것을 「불순종」으로 묘사합니다. (로마5, 19참조) 인간이 범하는 모든 「현행」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계명을 범함으로써 죄를 짓습니다. 그러므로 그는 최고 입법자로서의 하느님께「불순종」하는 것입니다. 계시에 의하면 이불순종은 동시에 하느님과의 계약 파기입니다. 계시로부터 아는 바와 같이 하느님은 사실 계약의 하느님이며 바로 계약의 하느님으로서 입법자이십니다. 사실 그분은 인간과의 계약의 테두리 안에 당신 법을 삽입시켜 그것을 계약자체의 기본조건으로 삼습니다.
계명 준수는 계약의 기본조건
6. 창세기(2~3장)가 전해준대로「처음에」깨어진 저 원초의 계약 속에 그것이 들어있습니다. 이것은 모세시대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서 더욱더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시나이산 기슭에서 선민과 맺어진 계약(출애굽24, 3~8참조)은 그 구성요소로서 계명들 즉 십계명(출애굽20, 신명기5참조)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계명들은 하느님에 대해서 그리고 피조물 특히 인간에 대해서 각 사람의 기본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행동원칙들을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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