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현대인의 보이지 않는 따뜻한 이웃으로서 고통과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을 돕는 전화상담이 이제는 우리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고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는 현대사회에서 언제 어디에서나 손쉽게 전화를 걸어 상담할 수 있고 누구나 익명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화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
남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전화상담 중의 하나가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 「나눔의 전화」.
나눔의 전화는 일정기간의 교육을 마친 자원봉사자 1백60여명이 교대로 하루 24시간을 상담에 응하고 있다.
개통 된지 4년 8개월. 지난 4월 30일까지 총 상담건수는 3만 4천 9백 64건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고통과 번민을 호소해오는 이가 증가하고 있다.
전화 상담 내용은 가족 및 부부간의 갈등ㆍ인간관계ㆍ청소년 성문제ㆍ신앙 및 성소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중 부부문제가 압도적으로 많고 그다음이 가정 문제ㆍ정신건강문제ㆍ신앙문제 순으로 나타나 가치관이 혼란한 현대사회 안에서 가정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전화상담 내용을 종합해 보면 바로 사회문제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우리사회에 그늘진 곳이 생각 보다 많고 소화하기 벅찬 내용 때문에 당황할 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번민에 싸여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나눔으로써 함께 기쁨도 역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때로는 상담자를 골탕 먹이기 위한 상습 장난전화로 무력감을 겪기도 한다.
전화상담 내용 중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는 전문상담위원회들이 상담하고 있는 「내방상담」과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주로 가정주부ㆍ직장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상담자로서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1년에 4차례 교육을 갖고 시의 적절한 주제로 공개토론회도 마련한다.
또 자원봉사자들은 「알파」「하나」「평화」「사랑」 등 12개 소그룹으로 나눠 매월 한차례 연구모임을 갖고 상담에 더욱 적절히 응할 수 있도록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자기성장도 도모한다. 86년에는 「자신을 나누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봉사자들의 상담수기집을 출간했고 지난해부터는 화보도 발행하고 있다.
나눔의 전화는 낮에는 주로 주부들이, 저녁에는 직장인들이 맡아 봉사하고 있는데 83년9월 개설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담자로활동해온 봉사자 중에는 상담시간이 1천 5백 시간을 넘어선 이도 있고 5백시간대를 넘어선 봉사자도 20여명에 이른다.
또한 나눔의 전화는 제5기 자원봉사자를 오는 6월 중순에 모집, 7월 중순까지 한 달간 주3회씩 15개 강좌로 봉사자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그동안의 전화상담 이용자 중 여성이 70%를 차지하고 이중 30대 가정주부가 25%로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고 있는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이용자의 종교를 보면 개설초지 과반수이상이 천주교 신자였으나 갈수록 개신교ㆍ불교ㆍ미신자들의 참여폭이 커가고 있다.
이는 나눔의 전화가 대사회 상담기관으로서 자리를 굳혀가면서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지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취지에 충분히 응답해간다는 얘기이기도하다.
개설 5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눔의 전화 상담원들은 내담자의 어떤 호소 내용이라도 마음을 열고 잘 들어주도록 비판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사랑으로 대할 것을, 절대 비밀을 지킬 것을 다짐하며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알찬 전화가 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나눔의 전화=(02)752~4411, 4413.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