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3년
10월 29일
양산읍에서는 영세준비가 다 된 한 예비자가 피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미신 행위 때문에 물러나버렸다.
10월 30일
2명에게 견진성사. 9시경에 공소의 교사인 언양사람 박의 안내로 길을 떠나다. 양산계곡의 큰길에 다시 들어서서 줄곧 그 길을 따라 여행을 계속하다. 성벽아래 왼쪽으로 돌아 옛 전교회장 박의 집에 이르다. 78세의 노인인 그의 아버지는 옛일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존경할 만한 분이다. 그는 아주 조그만한 자부심이랄까 허영심에서 우리에게 자기 집안의 자랑을 늘어놓는다. 박은 1866년 박해의 간접적인 원인이었으며 그 박해의 첫희생자인 남승지(1866년 병인박해때 순교)의딸 남데레사와 혼인했다.
10월 31일
언양에서 25리 거리에 이웃한 살티공소의 교우들이 언양교우들과 합류하였다. 살티에는 농사꾼이라고는 거의 없으며 무엇보다도 숯을 굽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아서 그 숮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고들있다. 남승지의 딸을 만나보다. 꼭 40살이 된 그녀는 1854년에 태어나 13살때에 박해를 겪었다. 그녀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붙잡혀 처형되었으며 그녀의 어머니 이 필로메나, 13살난 그녀 자신 남데레사, 9살난 남막달레나, 그리고 4살난 남방지거는 1875년에 창녕에 유배됐다. 어머니는 데레사가 혼인하고 나서 죽었으며 그녀의 남동생과 여동생은 목숨을 부지해 혼인했다. 여동생은 이경빈의 동생하고, 그리고 남동생은 그딸과 혼인을 했다. 데레사는 1877년경 다시 투옥되어 6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나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이제 그 남동생과 여동생은 죽고 없으며 그녀만이 그 집안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11월 2일
밤을 반 정도는 하얗게 밝히다. 어찌나 빈대가 많은지. 9시경에 선필공소를 향해 출발.
11월 3일
이루이스와 김마리아의 혼배보례. 그야말로 46년만이다. 점심을 먹고 웃선필로 건너가다. 이곳에서 우리가 공소를 차린집은 뒤테르트르 신부가 살던 집으로, 커다란 안채가 셋이요, 넓은 뜰과 대나무 밭이있다. 이공소는 최 신부ㆍ다불뤼 주교ㆍ리델 신부의 방문을 받았었으며 박해 후에는 두세신부와 로베르ㆍ죠조 신부들의 방문을 받았다.
11월 9일
아침엔 아주 꽁꽁 얼어붙었다. 3시 반에 기상. 미사 및 견진성사, 그리고 어제 영세한 요셉과 요세피나의 혼배보례 거행. 7시경에 출발. 10시반경에 우리는 약 45리길을 온 로베르 신부와 만났다. 꼭 중간지점에서다. 그와 함께 15리를 더 가서 어느 주막에 이르다. 많은 교우들과 대구의 회장이 그 주막에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가마 2채도 가지고 온다. 저녁을 먹고 출발. 내가 가마 하나에 타고, 다른 한 가마에는 우도 신부가 타다. 산이와 복사들도 나머지 탈 수 있을 만한 짐승들에 나누어 타다. 10리를 가서 휴식, 20리쯤 왔을때 다시 휴식. 두번째 휴식 때에는 관장의 하인 하나로부터 우리가 남산으로 전쟁준비를 하러간다며 다소 욕을 먹었다. 봉촌(현 대구 동촌인듯)을 거쳐 대구앞 하천의 제방가를 지나니 어느 주막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세운다. 그 주막에서 서 아오스딩이 고기ㆍ생선ㆍ과자ㆍ과일 그리고 술을 결들여 큰 상 셋을 차려 우리를 대접한다. 해질녘에 神父宅에 도착. 우리가 자정무렵에 도착하리라고 생각했던 교우들은 30여개 가량의 등을 준비해 놓았었는데. 그것들이 쓸모없게 됐다.
11월 10일
아침에 감사(監司)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편지가 띄워지고 판관에게는 어제 우리를 모욕한 자를 처벌해 달라는 편지가 띄워지다. 보름전부터 직무를 정지당해온 감사는 다시 직무를 시작한 모양이다. 그는 암닭 10마리와 달걀 50알을 보내며 지금은 몸이 아프니 며칠 후 만났으면 좋겠다는 답장을 보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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