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세례자 요한의 탄생예고 - 루가1장5~25-
세례자 요한의 탄생과 구세주 예수의 탄생은 구세사에서 서로 연결되는 한 쌍의 사건이다.
세례자 요한은 구세주 예수의 탄생이 예언되었던 구약을 마감하고 예수 그리스도로써 시작하는 신약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그의 탄생은 예수의 탄생을 알려주는 하느님의 사자 가브리엘대천사가 같은 방식으로 예고하였다(루가 1장5~25과 1장26~38비교). 그리고 요한과 예수는 그들의 어머니가 만났을 때에 서로 만났다(루가1장 39~56). 그 예고는 헤로데가 유다의 왕이었을 때에도 시작하고 예수의 탄생은 황제 아우구스또 치하에 이루어졌다고 루가 복음사가는 대조하고 있다. 이것은 큰 사건을 역사적인 연대에 넣으려는 역사가적인 견지도 있지만 요한의 활동이 유다땅에 국한되어있고 예수의 활동은 온 세상을 무대로 한다는 루가의 세계적인 비전을 나타내주는 것이다. 이 서법은 구약시대 유딧이 자기 민족을 구해낸 사연을 적은 유딧서 첫머리에 『아씨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느부갓네살왕…년에』라고 시작한 것을 루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세기에 특기할만한 두 성자의 탄생은 그 뿌리부터 거룩한 족보를 타고 난다. 요한의 아버지는 아아론의 직계부족이며 거룩한 부족의 대명사인 레위족, 즉 대대로 제관직을 24개조로 나뉘어졌었는데 요한의 아버지는 제8조 아비야조에 속한 제관이었다. 그 이름은 즈가리야, 주님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요한의 어머니도 아아론의 후예로서 역시 제관족에 속한 여자였다. 그 이름은 엘리사벳, 우리를 보호하기로 하느님이 맹세하셨다라는 뜻이다.
두 사람의 결혼은 제관은 제관족의 딸과 결혼해야 한다는 그들의 거룩한 율법을 지킨 것이었으나, 그들에게는 후손이 없었고 나이도 이미지나 애기를 가지는 것은 이미 포기하고 있었다. 구약시대의 큰 인물들이 모두 인간의 자연적인 힘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에서 하느님의 개입으로 태어났다. 이사악은 그의 어머니 사라가 90의 나이에 태어났고(창세17장16) 삼손은 석녀인 어머니에서 태어났고(판관13장2), 사무엘도 역시 그랬다(사무상1~2). 하느님의 사람이 연로한 할머니 또는 석녀에게서 태어나는 일은 이제 요한으로 마지막이 될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의 전능을 드러내며 태어나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진행된다. 동정녀의 몸에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이 하느님의 사명을 띠고 태어날 것이라는 예고를 하기 위하여 하느님이 보내신 천사 가브리엘이 즈가리아에게 나타났을 때에 즈가리아는 많은 사람이 성전에 모여 있는 가운데 지성소에 들어가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공직을 이행하고 있었다(루가1장8~12). 예수의 탄생예고는 어마어마하게 거룩한 성전의 지성소에서가 아니고 이방인의 땅 갈리래아의(마태4장15)한 무명의 촌락 나라렛의 자그마한 민가에서였다. 그 통보를 받는 사람도 거룩한 부족 제관족의 존경받는 제관 즈가리아와 보잘 것 없는 무명의 10대 처녀 마리아는 대조적이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요한1장46)고 경멸하던 촌락출신의 소녀이다. 하느님의 구세경륜은 이제부터 보잘 것 없는데서 놀라운 일을 일으키시는 것이다. 천사는 분향제단 오른 쪽에 나타났다. 이것은 하느님의 현성(顯聖)의 표이다. 즈가리아가 몹시 당황하고 두려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리아도 천사가 자기 집에 들어왔을 때에 몹시 당황했지만, 천사의 그 엄청난 인사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낮 시골뜨기 소녀가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었다고 하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천사는 같은 말로 두 사람을 달래고 안심시킨다. 그리고 하느님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응답은 달랐다. 즈가리아는 기적을 보여 달라고 하였고 마리아는 당신말씀대로 하소서 하였다.
하느님의 사람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가브리엘대천사는 하느님의 계획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사명을 띠고 구약시대에 두 번, 신약시대에 두 번 나타났다. 구약시대에는 다니엘 예언자에게 두 번 나타나서 다니엘이 본 현상(顯聖)을 설명했는데 첫 번째는 세속권리로 상징되는 수양과 염소의 멸망을 예고했고(다니8장15이하), 두 번째는 하느님의 약속이 채워지기까지 70주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언이었다(다니9장24). 그 약속은 요한의 탄생으로 이루어진다. 이것이 셋째 예고이다. 넷째예고가 성모 마리아께 대한 예고인데 즈가리아는 그 약속이 자기에게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믿지 않고 천사에게 기적을 요구하였다. 기적을 보고야 믿겠다는 것은 유대아인들의 불신의 전통이다(고린전1장22). 그는 결국 벙어리가 되는 기적을 받고 믿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아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 하라고 하였는데 요한은 하느님의 은혜로우시다라는 뜻이다. 그는 이제 하느님의 은총의 시대를 알릴 것이다. 그는 성령을 가득히 받고 주님보다 먼저와 많은 이스라엘사람들을 하느님의 품으로 데리고 오는 엘리야적 선구자가 될 것이다.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자는 구약시대의 수도자 나지르사람들과 같이 포도주나 어떤 술도 마시지 않는 근엄한 생활을 할 것이다(민수 6장1~21, 판관13장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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