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트럭과 우치 그리고 육중한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크레인들의 시끄러운 소리 속에 연락병들의 고함소리, 화물부리는 소리, 그리고 온갖 잡소리를 왁자지껄이는 거대한 사람 몸뚱아리의 움직임 속에서는 설령 우리이름을 부른다손 치더라도 도저히 들릴 것 같지 않았다.
배에 오른다 해도 춥기는 마찬가지고 또 불편한 것은 매양 같은 것을 알고 있는 우리들은 배를 타려고 전혀 서두르지 않고 거의 자정이 될 때까지 부두의 같은 장소에서 잡담하며 추억에 잠겨 보기도 했다. 우리는 자정이 훨씬 지난 뒤에야 각자의 짐을 어깨에메고 배에 올랐다
나는 왼손에 미사가방을 들고 오른쪽 어깨위에 더블 백을 걸쳤다. 나의 사물함은 군종부 지이프 속에 두고 왔다. 홀드 5번이 내게 배정된 공간이었다. 우선 각자는 자기 짐 꾸러미를 로우프로 약 30보 가량, 즉 30피이트 아래로 내려뜨렸는데 그 아래는 부두아래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는 허공이었다. 그런 다음에는 옆으로 수직 철제사다리를 내려뜨렸다. 홀드의 싸늘한 널판지 이에 그대의 침대라는 듯 했다. 매서운 추위였다. 무섭게 냉기가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정도의 시설을 갖춘 우리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이것은 공산군이 남으로 가는 모든 육로와 수송수단을 끊어버렸을 때, 맥아더장군이 성공적으로 지휘했던 더 무시무시한 작전의 일부였다.
3개 사단 해병대 제1사단, 보병 제3사단과 7사단을 철수시키기 위해 그는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선박들을 모으고 함흥의 항구인 흥남에서 기다리게 했을까? 이것은 하나의 신비다. 어쨌든 그는 모을 수 있었고 10군단 3개 사단뿐만 아니라 족히 10만명에 가까운 한국 민간인들을 철수시키고 있지 않는가. 같은 시각에 한반도의 서해안에서도 미8군이 성공적으로 철수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이것은 미국역사상 가장 큰 퇴각중의 하나일 것이다. 왜냐하면 맥아더장군이 얻은 신임과 도저히 비길 수 없는 성공적인 작전이 전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2월 17일 어제 밤에 아주 늦게 잠을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5시 30분에 눈을 떴다. 배가 아직도 흥남부두에 떠있는 것을 알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감판장 죤 조셉맥기가 쇠톱을 내게 주면서 지난밤의 그 혼란 속에 더블백의 맹꽁이 자물통열쇠를 끼어둔 같은 열쇠고리에 달린 내 미사가 방 열쇠를 꺼내기 위해-나는 그 열쇠고리를 내 자켓 주머니에 넣고 그 옷을 더블 백 속에 넣어 자물쇠로 채웠던 것이다. 내 더블백의 맹꽁이 자물통을 자르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자물통을 잘랐다. 이건 정말 우스운 짓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도움 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이 일 때문에 나는 갑판장 맥기와 아주 가까운 침구가 되었다. 그는 아일랜드 혈통의 스코트랜드계로서 훌륭한 신자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의 객실을 내 것처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그가 나의 식사를 진적으로 책임졌기 때문이다.
배는 아침 7시에 선창을 떠났는데 얼마가지 않아서 동해가 펼쳐졌다. 바다바람은 세차게 휘몰아쳤고 물결도 사나왔다. 미사 드리기는 불가능했다. 사실 배에 사람이 초만원이라서 공식미사를 드릴 장소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오후 3시 30분경에 제4홀드로 내려와서 장교들과 함께 또 로사리오를 공동으로 바쳤다. 날씨는 지독히 추웠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두가 배 멀미를 했지만 로사리오를 바친 대부분의 장병들은 슬리핑백에서 나와 마룻바닥에 앉았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감판장의 침대에서 잠을 푹 잤다. 전날 밤 제5홀드의 으스스 한 바닥에 비하면 많이 발전한 것이다.
▲12월 18일 공식미사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오전 10시에 갑판장실에서 개인미사를 드렸는데 갑판장이 복사도 했고 또 성체도 모셨다. 낮 12시 20분 우리들이 부산 외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날씨도 매우 따뜻했고 바다도 잠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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