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계시자
성서의 그리스도론은 다양하다. 그리스도의 신비가 여러 각도에서 고찰되었으므로 각 저자와 공동체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지닌다.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많은 구성요소가 그리스도와의 연관 하에 다각도로 밝혀진데서 연유한 결과이다. 다양한 그리스도론은 구원역사라는 한 흐름에 따라 전개되었다. 하느님이 당신 백성과 인류를 위하여 역사 안에 개입하시어 펼치시는 구원행위의 문맥 안에서 그리스도가 반성되었다. 성서에 있어서 하느님에 대한 언급은 하느님이 백성을 위해 이루시는 구원역사에 대한 언급이며, 따라서 성서는 하느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계시된 역사적사건들을 다룬다. 그런데 그 역사적 사건들은 아담에게서 시작되어 그리스도 안에서 정점에 이른다. 예수 안에서 결정적으로 하느님이 누구이신지가 계시된다. 하느님의 결정적 계시, 백성을 위한 구원의성취가 예수에게서 실현되었다. 하느님은 예수그리스도의 하느님이시다.
부활중심의 그리스도사건
성서의 그리스도론은 예수의 구체적이며 역사적사건 즉 그리스도사건을 주제로 삼는다. 성서는 나자렛 예수의 인격과 역할에 대한 신앙의 증언이다: 『우리는 그분을 보고 만졌으며 그분에게서 들었습니다』(I요한1, 1). 사람이 되신 말씀,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아들, 창조 이전부터 영원히 계신 그리스도가 고찰될 때에도 여전히 나자렛 예수에 관해 논의된다. 그리스도 사건의 정점은 빠스카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써 그리스도가 계시하려는 하느님과 그분 자신의 정체가 결정적으로 계시되셨다.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구원계획이 밝혀졌다. 강생을 그리스도 신비의 중심으로 반성하는 요한도 빠스카적 그리스도론을 전개한다. 말씀의 강생을 역설하면서도 빠스카를 향해 나아가는 예수의 길을 부각시킨다.
성서 그리스도론은 인간성을 취하신 말씀이 아니라 그리스도 사건의 중심인 빠스카에서 출발한다. 사도들이 선포한 분은 나자렛에서 살았고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였고 하느님 나라의 행적을 보인 부활하신 그리스도이시다.
참 인간으로 살았다가 죽으신 예수가 하느님에 의해 부활하여 주님, 그리스도로 밝혀지셨다. 인간성 안에 감추여있던 천주성이 죽음과 부활을 겪음으로써 즉 하느님의 영역에로 넘어감(Pascha:과월, 유월)으로써 생생히 드러났다. 부활과 성령체험으로 생겨난 그리스도 신앙은 여러 가지로 표현되었고 또 성서 작가들은 고유한 관점에서 그리스도의 신비를 반성한다. 이 다양성은 인간 예수의 신성에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이 그리스도 신앙은 처음에 교회 안에서 성령을 부어주는 현양되신 분의 신성을 부각시키고, 다음에는 예수의 인간적 삶을 고찰하면서 하느님과 심오하고 유일한관계를 맺고 있는 아들이신 그리스도, 영원으로부터 아버지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에게 주목하기에 이르렀다. 이 신앙을 근거로 하여 그리스도의 신비를 반성하면서 성서는 그분의 인격과역할을 이해하기 위하여 호칭들을 계발하고 활용하였다.
그리스도 호칭들
호칭들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이해하려는 초기 교회의 시도들이다. 그 신비를 파악하기 위하여 교회는 성서의 전승과 주변의 문화로부터 호칭들을 빌어와 예수에게 부여하였다. 모든 호칭들은 예수의 탄생에서 출발하여 그분의 말씀과 행적들, 죽음과 부활, 현양되시어 성령을 통하여 지속하시는 구원활동에 이르는 예수의 전 역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많은 칭호들이 예수의 기원과 신적초월성을 나타내며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 및 온 인류와의 연대성 즉 인간적 특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예수에 대한 신앙고백으로써 예배 중에 호칭되었거나 선포되었다.
신양성서는 지산 생애의 예수와 영광스럽게 현양되신 그리스도에게 50개 이상의 주요한 호칭들을 부여한다. 그리스도는 5백번, 주님은 3백50번, 사람의 아들은 80번, 하느님의 아들은 75번, 다윗의 자손은 20번 나타나며 스승, 선생님 예언자, 의인, 성인, 선인, 사제 따위의 인간적 칭호들도 있다. 이 칭호들은 대개 빨레스띠나에 있던 최초 공동체와 희랍지방의 유다계 그리스도교 공동체 및 이방인계통의공동체가 주변의 세계로부터 빌어온 것이다. 대체로 빨레스띠나 공동체는 예수를 「그리스도」 「사람의 아들」로, 각 지역에 흩어져 살았던 유다계 그리스도인들은 「새 아담」 「주님」으로 불렀다. 교회가 빨레스띠나를 벗어나 희랍세계로 파고들자 「다윗의 아들」 「사람의 아들」호칭이 사용되지 않고 「구세주」 「우주(또는 교회)의 우두머리」 「하느님의 아들」로 불리웠다. 후기에는 「하느님의 형상」 「하느님의 말씀」호칭들이 사용되었다. 이 칭호들은 구약성서에 근거하고 있지만 초기공동체에 의해 사용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름 안에는 한 인격이 자기 사명과 관련하여 드러내는 정체가 반영되어있다. 신원과 사명이 함께 반영된다. 따라서 이름은 예수의 내적인 비밀과 역사적 사명에비추어 그분의 인격 즉 신원을 이해하게 해준다. 그리스도의 칭호들은 구약성서의 예언적-묵시 사상적 약속과 미래의 구원자에 대한 기다림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므로 칭호들 안에는 이스라엘의 기대, 동시대 이들이 예수에 대하여 품고 있었던 희망, 예수 자신이 자기 삶과 사명에 대하여 부여하려하였던 의미가 반영되어있다.
따라서 칭호들은 예수의 신비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 그분의 신원과 역할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해석들이다. 칭호는 일차적으로 신원을 밝히는 기능을 호칭들은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에 파견되신 그리스도의 사명을 드러내 보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초기 교회는 호칭들을 무턱대고 예수에게 적용하지 않고 그것들의 뜻을 정화하고 재해석하여 부여하였다. 정화와 재해석의 열쇠는 말할 나위 없이 그리스도 신앙이다. 우리는 4회에 걸쳐서 7개의 중요한 호칭들(예언자, 그리스도, 사람의 아들, 하느님의 종, 주님, 하느님의 말씀, 하느님의 아들)을 두 가지 관점에서 즉 구약에서의 뜻과 그리스로론적 의미와 내용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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