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모영보(1) 루가 1장26~38
하느님의 활동무대는 구약시대에서 신약시대로, 엄엄한 지성소에서 갈릴래아의 무명의 촌락으로 때와 장소를 옮긴다. 그리고 그 활동양상은 설영의 힘이 직접 개인하게 된다. 나자렛은 구약성서에 한 번도 언급되어 있지 않은 보잘 것 없는 촌락이었고 탈뭇이나 역사가 요세푸스의 글에도 도외시된 촌락이었다. 그뿐 아니라 예수시대의 팔레스나인들이 멸시하는 촌락이었다(루가 4장23~30). 한 사람의 예언자도 배출시키지 못한 곳(요한7장52), 이곳에서는 하느님 운운할 필요도 없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무슨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요한1장46)
이러한 곳에 만민의 구세주이며 하느님의 아들이 배출될 것이라는 엄청난 소식을 가지고 하느님의 심부름꾼 가브리엘이 연약한 10대 소녀를 찾아왔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이며 다윗의 후예인 요셉이라는 남자와 약혼한 사이였다. 마리아라는 이름은 헤브레아말로 미리암이고 미리암은 모세와 아아론의 자매로서(출애15장20), 높임을 받은 자라는 뜻이요. 요셉은 의인이었다고 전할뿐 어떤 남자였는지 복음서에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가 다윗가문의 후예라는 것만 명기하였고 사실 그것으로 족하다. 왜냐하면 태어난 메시아의 법통이. 다윗가문이라고 예언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가 왜 약혼을 했었느냐는 의문이 오늘날 우리 신자들에게는 곧잘 제기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복음서에 쓰지 않은 것이 이상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수의 어린시절이야기를 듣던 성신강림후의 제자들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것은 우선 메시아는 법통을 따른 다윗의 자손이어야 했고 메시아를 기다리던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느 여자에게서 메시아가 태어날까를 고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나 여자는 혼자서 독신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결혼 아니면 무덤이라는 격언이 있을 만큼 결혼하지 않은 여자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에게는 그들의 인생자체가 없었다. 아무튼 레위족의 엘리사벳과 사촌관계에 있던 마리아는 레위지파의 후손이며 다윗의 가문인 요셉과 약혼하여 법적으로 부부관계에 있었던 만큼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난 아기는 법적으로 다윗가문이며 혈육관계에서는 레위족의 사제직을 물려받는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배려였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세상이 뒤바뀌는 소식이 통보된다. 이때 변혁이 이루어지느냐 않느냐는 10대의 시골뜨기 소녀에게 달려있다. 천사는 그 소녀의 집에 들어가「기뻐하소서, 은총이 가득하신이여」하고 말을 건넨다. 이 말씀은 축하인사의 말이다. 헤블[아인들은 인사말로「평화가 당신과 함께」라고 했고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이 말로 인사하였다(요한 20장19). 천사는 마리아에게「주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며 당신은 모든 여인들 중에 복되시다」라고 인사였다. 「기뻐하라」는 축하는 예언자들의 예언이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주고받는 구약의 예식적인 인사말이다(요엘2장21). 주님이 거처하시는 이스라엘민족의 지성소는 거룩한 곳이며 그 도시는 은총을 입은 성도였다.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고 호랩산에 올랐을 때「내가 너와 함께 있겠노라」하시는 말씀을 듣고 하느님백성을 구출할 용기를 얻었다. 마리아는 이인사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은총이 온몸을 망치로 치듯 신비로운 충격을 느꼈다. 주님이 거처하시는 마리아의 몸은 거룩한 성도이며 거기서 인류의 구원자가 나온 것이다.
자기 백성의 원수를 무찌른 이스라엘의 영웅녀 야엘은 모든 여인중의 복되어 라는 축복을 받았고(판관5장24)나라의 원수를 없애버린 유릿여인도 같은 축복의 말을 들었다(유딧13장18).
민족의 영웅들만이 듣던 종교적인 의미를 띤 이 인사의 말씀을 들은 시골처녀 마리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적의 표가 없으면 믿을 수 없다고 했던 즈가리아가 무서워했던 태도와는 완전히 다른 마리아의 겸손이었다.
천사는 마리아를 안심시켰다. 모세(출애3장11), 기데온(판관6장15), 시온(스바3장16) 그리고 이스라엘 자신도 하느님의 임무를 받을 때 확신을 주는 도움의 힘이 필요하였다. 천사는 이 확신의 힘을 이시야의 예언이 마리아에게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이름은「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시다(이사7장14, 마태1장23). 처녀잉태는 인간들 사회에서는 불미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이다. 어린 소녀 마리아에게는 둘째번이므로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 나는 남자라곤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 소식에 고민한 또 한사람은 그의 약혼자 요셉이었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법을 지키는 올곧은 사람이었으니 더욱 그러하였다(마태 1장19). 인간들 사이에서 치욕스러운 것을 하느님은 영광스럽고 위대한 일을 완수하는데 사용하실 때가 있다. 지금까지 하느님의 약속을 보증하는 표로 하느님은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위대한 민족적 지도자의 탄생을 연로한 할머니나 석녀에게서 태어나게 하셨던 것이다. 이번에는 인간의 힘으로 가능은 하지만 부도덕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선택하셨다. 그것은 당사자의 온전한 자기포기와 하느님께 대한 신뢰심과 완전한 겸손이 요구된다. 그대신 그힘을 주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것은 성령의 강력한 작용을 체험하는 것이었다. 보통 여자들이 아기를 배었을 때에 강력한 남편의 사랑을 느끼고 혼자 간직하듯이 마리아는 하느님의 강력한 사랑을 느끼고 혼자 간직하였다. 그래서 그 일은 성령의 힘으로 되는 일이며 하느님의 힘이 네 위에 내리실 것이라고 천사가 말했을 때 마리아는 군소리 없이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하고 그 일을 받아들였다. 인류가 구세주를 받아들이는 순간이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