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큰일 났습니다』우리 반 반장이 긴장된 얼굴로 ㅈ이 ㄴ과 싸우고 있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곧 교실로 뛰어 올라갔다. ㅈ과 ㄴ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ㄴ의 동료들이 막 몰려들고 있었다. ㄴ의 동료들은 학교에서 매우 신경을 써야하는 소위「요지도 대상학생」들이다. 물론 ㄴ도 그렇다. ㅈ과 ㄴ을 상담실로 데리고 오면서 나는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ㅈ이 막 전학을 온 후에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차일피일 미뤄왔기 때문이다.
ㅈ은 대전에서 전학을 왔는데 결석이 많았고 고입 재수생이었다. 부모는 대전에 계시고 누나와 형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ㅈ이 문제를 일으켜 자퇴하는 형식으로 이 기회에 서울로 전학을 시킨 것이다. 물론 부모님과 ㅈ이 굳게 약속을 하기는 했으나 우리 반에 배정되었을 때부터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구나 하고 불만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S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누나는 현직교사로 금년에 발령을 받고 중학교에 재직하고 있었고 형은 K대학 체육학과에 다니는 태권도 선수였다. 막내둥이인 ㅈ도 형의 영향으로 태권도 3단이었다. 대전에서도 ㅈ은 폭력으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았고 공부를 소홀히 하여 고입에 실패하여 재수하게 되었는데 그때 흡연과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가족회의를 하여 서울로 전학을 시킨 것이다.
아버님은 완고하고 고집이 센 분인 듯 자녀교육에도 엄하셔서 ㅈ은 여러 번 집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ㅈ의 집을 방문했는데 방 하나에 3남매가 살고 있었다. 식사는 누나가 담당했으나 학교출근에 쫓기다 보면 아침식사를 준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ㅈ과 형, 누나와 함께 ㅈ의 문제에 대해 의논을 하고 밤이 늦어서야 나왔다. ㅈ과 함께 걸으며 얘기했다. ㅈ은 그 후 얼마간은 학교에 잘 나왔고 ㄴ도 별일 없이 잘 다녔다.
그런 어느 날 ㅈ이 결석을 했다. ㅈ의 집으로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아 ㅈ의 누나는 ㅈ이 몸이 아파 병원에 보냈노라고 했다.
3일이 지나도 ㅈ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ㅈ의 누나에게 전하를 했더니 학교로 와서 말씀드리겠다고 해서 만나보았더니 ㅈ이 가출을 했다는 것이다.
ㅈ의 누나가 거짓말을 하였다. 빨리 찾아 학교에 보내려고 했으나 연락도 없고 찾을 수가 없어 기다리고 있으며 형이 고향에 내려가 찾아보고 있다는 것이다. 담임인 나도 속수무책이었다.
ㄴ과 만나 ㅈ에 대해 그동안의 얘기를 들어보았으나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싸움 이후에 ㄴ과 ㅈ은 친해져서 잘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ㅈ이 ㄴ에게 연락을 할지도 몰라 ㄴ에게 당부해 두었다.
그러던 중 일주일쯤이 지난 어느 날 밤늦게 뜻밖에도 ㅈ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목포에 와 있다는 것과 건강하게 잘 있으며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로 ㅈ이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으며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으니 곧 올라오라고 타일렀다.
ㅈ은 학교를 그만두고 직업을 갖겠다는 것이며 『죄송합니다』만을 말할 뿐이었다. ㅈ의 누나에게 곧 연락하여 목포에 내려가서 찾도록 조치를 했다. 그러나 ㅈ을 찾지 못하고 형만 올라왔다.
또 며칠이 지나 ㅈ이 우리 집에 왔다. 가출 후 보름 만에 ㅈ이 왔다. 그 후에는 ㅈ을 매일 만나 상담했다. 자주 ㅈ의 집을 방문했다. 다행히도 ㅈ은 잘 견디며 공부에 열중해 주었다. 방학 때는 ㅈ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여행 중에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밤바다에 앉아 며칠 밤을 얘기로 보냈다.
그 후 ㅈ은 모든 생활에서 변화를 보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말썽 없이 졸업을 했다. 대학에는 실패하였으나 재도전을 권유하였고 재수하여 대학에 진학했다. ㅈ을 통하여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들의 세계와 감정과 그들이 원하는 것이 폭넓은 이해와 사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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