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구원의 땅 이스라엘,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류구원의 약속이 허락된 성지 이스라엘은 모든 크리스찬의 마음의 고향이다. 고향을 찾고자 하는 마음, 오직 그 한 마음으로 크리스찬들은 이스라엘 땅을 밟는다. 본보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머물고자하는 매일의 신앙고백을 독자들과 더불어 확인하기 위한 지상 성지순례를 마련했다.
이번 순례는 야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종살이에서 구출해내신 출애굽의 현장과 그 백성과 맺은 계약의 장소 시나이산을 비롯, 예수그리스도를 통해 전 인류와 맺은 새로운 계약의 장소 이스라엘, 그리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도들의 발자취가 곳곳에 서려 있는 그리스 터키 전 지역을 거치고자 했다. 이방인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기꺼이 죽어간 사도들의 믿음 안에서 오는 우리 신앙 그 뿌리를 찾기 위해…
『나는 야훼 너희 하느님,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낸 자로다』(출6, 6) 이스라엘 신앙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사건은 야훼 하느님께서 그들을 이집트로부터 탈출시켜 하나의 민족으로 만드시고 그들과 장엄한 계약을 맺으신「시나이산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골고타와 함께 인류역사에서 하느님 구원계획의 두 가지 정점(頂点)으로 기록되고 있다.
시나아산. 호렙산 또는 모세산으로 불리는 시나이산에서 부터 순례외 여정은 시작됐다. 성서에 나타난 성지를 중심으로 특별히 기획된 이번 순례는 한국가톨릭 문화 선양회 회원 20여명이 한팀이 된 본격적인 성지순례로 마련됐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한낮의 태양을 피하기 위해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새벽 4시 3분이 시나이산 등정시간이었다.
사막특유의 심한 기온차이로 몸을 떨며 내딛는 첫걸음에서부터 순례자들은 작은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높이가 2천 2백 50미터. 과연 모세가 걸었던 그 길을 함께 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야훼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현장을 만나기 위해 시나이산 등반은 필연적인 우리의 도전이어야 했다. 그러나 야훼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현장을 만나기 위해 시나이산 등반은 필연적인 우리의 도전이어야 했다. 그러나 돌과 흙 그리고 약간의 잡초가 전부인 벌거숭이 산제체가 밝아오는 아침 햇살에 그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을 때 피곤함은 저만치 달아나 버리고 작은 흥분이 그 자리를 버리고 작은 흥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드디어 세 시간, 순례단은 시나이산 정상에 설 수 있었다. 모세가 야훼 하느님으로부터 십계판을 받았다는 그 자리엔 그리스정교회가 관리하는 작은 경당이 서 있을 뿐 시나이산 정상은 거대한 자태와는 대조적으로 적막감이 감도는 듯했다.
갈대바다(홍해)를 가르고 사막을 건너 비로소 육체의 억압에서 풀려난 이스라엘백성은 바로 이곳에서 참된 해방의 길을 찾았으리라.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자유의 증서」십계, 길고 긴 고난의 여정 끝에 모세는 이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나 야훼와 그 백성사이의장엄한 계약의 체결은 백성들의 일방적 파계로 위기를 맞게 되고 모세는 진노한다. 「금송아지 사건」.
모세가 십계명을 받기위해 시나이산에 있는 동안 참을성 없는 이스라엘 백성은 금붙이로 그들의 신을 만들어 숭배한 이 사건은 시나이산을 오른 순례자의 갈등 속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아 잠시 마음이 숙연해 진다. 힘겨운 등반에 대한 후회가 바로 그것. 정상에서의 출애굽관련 성서봉독과 묵상은 작은 고통과 고난에 쉽게 불평하고 하느님을 배반하는 바로 우리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야훼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떠나선 약속의 땅도 자유와해방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가슴속깊이 심은 채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이집트에서 버스로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 최남단「타바」(TABA)에 도착, 소규모 기브츠에 해당하는 욧바다에서 첫발을 지낸 후 본격적인 순례에 들어갔다.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받은 이스라엘 민족이 지금의 이스라엘에 정착하기까지는 전쟁과 피로 얼룩진 역사가 존재함은 이미 알려진 사실,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아랍인들의 데모가 쉴 사이 없이 이어지는 이스라엘은 도착당일 팔레스타인 제2의지도자 아부지하드의 암살로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1880년대 이스라엘 정착을 시작으로 전개된 이스라엘 독립전쟁은 1956~67년으로 이어져 이스라엘 땅은 현재의 구 예수살렘을 포함, 베틀레헴 헤브론 골란고원 등으로 넓혀지게 된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분쟁으로 얼룩지고 피로 적셔진 이 땅의 순례는 그 극적인 역사의 반복 때문에 어둡고 추운 마음으로 출발해야 했다. 소돔ㆍ맛사다ㆍ꿈란ㆍ베타니아를 거쳐 예루살렘 입성.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시고 복음을 선포하며 사신 곳, 십자가에 죽으신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루살렘은 곳곳에 그리스도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성지중의 성지가 아닐 수 없다.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10km 거리에 위치한 베틀레헴은 해발 2천 6백피트 높이의 언덕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구세사의 정점을 이룬 대사건의 현장에 마련된「별자리」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순례자들의 입맞춤으로 여전히 쉴 틈이 없는 상황이었고 조금이라도 더 기도하고자하는 모두의 마음 때문에 좀처럼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안타까운 현장이기도 했다.
다시 예루살렘에서 시작되는 순례는「겟세마니 동산」「십자가의 길」「주의 무덤성당」그리고 부활 기념성당까지 빠르게 이어진다. 사형선고를 받은후 십자가를 지고 갈바리아산 까지 오르신 그 길을 따라 걷는 십자가의 길 기도는 순례의 하이라이트. 상점들이 줄지어 늘어선 복잡한 거리의 십자가의 길(1처~8처)에서 상처난 마음은 주의 무덤 성당 안에 자리한 나머지 6처에서 조금은 위로를 받게 된다.
갈바리아 언덕위에 우뚝 서있는 주의 무덤성당. 『이제 다 이루었다』는 말씀과 함께 숨을 거두신 그리스도의 시신이 묻혔던 이곳은 탄생지와 더불어 순례자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잡아 두는 곳이기도 하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기도 속에 순례자들은 차마 발길을 돌릴 수가 없다.
예수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의 행적은 소아시아 지역에서 활발히 펼쳐진다. 그중에서도 그리스의「코린도」는 교회의 용성함으로 이름을 떨친 곳이다. 수도「아테네」에서 코린도 운하를 지나 1시간 30분 거리에 위치한「코린도」는 일찍이 로마문명과 그리스문화가 공존했던 도시 중의 하나였다. 바오로사도의 2차ㆍ3차 전도여행으로 아테네와 코린도는 불과 1년 6개월만에 많은 신자를 얻는 한편 큰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신자들이 불어나자 코린도교회는「베드로파」「바오로파」「아폴로파」등으로 분열, 위기 현상을 보이게 된다. 바오로사도는 코린도교회에 보내는 첫째 편지를 통해 분열과 다툼을 크게 꾸짖고 일치를 호소한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폐허 위에서 당시의 교회와 신자들, 그리고 오늘의 교회와 우리를 잠깐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AD53년 바오로사도의 제3차 전도여행의 중심지「에페소」는 소아시아 교회의 성장 속에서 당시 1백 40개의 교회가 세워져 그리스도 신앙의 전성기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적인 안목으로 이방전교에 나선 바오로사도와 요한ㆍ마르꼬ㆍ루까사도 등에 의해 크게 번창하던 에페소교회였지만 도시자체의 멸망과 함께 지금은 황량한 폐허와 그 잔해 속에 순례자를 맞고 있었다.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로 번창하던 에페소에서 바오로사도는 3년간 복음을 전파, 그리스도교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다.
현재 에페소에는 성 요한의 무덤과 교회, 루까사도가 순교한 장소들이 확인돼 순례의 행렬이 조금씩 늘고 있다. 요한 사도의 경우 그리스도께서 당부하신대로 성모마리아를 모시고 피난 와서 살았다는 집터(에페소에서 7킬로미터 거리)도 보존돼 있고 소규모의 기념성당도 마련돼 있는데 요한사도는 이곳에서 요한복음과 요한 묵시록을 기록한 것으로 기록이 남아있다.
터키복음화의 또 다른 현장은「카파도키아」지역에 산재해있는「지하도시」(대린크유)와「동굴교회」(괴뢰뫼)들. 자연동굴을 이용, 구축한 이 지하도시는 기독교 핍박 시 신자들이 숨어살면서 신앙 생활을 이어간 터키 까따꼼바에 해당된다. 36개나 되는 지하도시와 함께 동굴교회 역시 3백년간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숨어 신앙을 사수한 신앙의 터전으로 현재 1천여개나 발굴된 상태에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소아시아의 복음화는 현재의 눈으로는 어둠에 싸인듯하다. 성서에 나타난 성지순례는 이미 뿌려진 복음의 씨앗을 새로이 싹틔우는 일, 그 엄청난 숙제가 결코 남의 것이 아니라는 깨우침을 순례자들에게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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