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두편의 빼어난 가톨릭영화를 접할 기회를 가졌다. 2백30년전 남미를 무대로한 예수회 선교사들의 순교적인 삶을 그린 「미션」이 1980년대의 현대작품이라면 20세기폭스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죽음과 수의(壽衣)를 중심으로 초세기 시낭인들의 거룩한 삶과 장한 죽음을 그린 「성의(the Robe)」는 30년전 1950년대애 제작된 「현대의 고전」에 해당한다.
예수의 부활을 증언한 성서의 기록을 보면『곧 뒤따라 온 시몬 베드로가 무덤 안에 들어가 그도 역시 수의가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예수의 머리를 싸맸던 수건은 수의와 함께 흩어져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잘개켜져 있었다』(요한20,6~7)고 수의를 지칭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이태리 또리노 성당에 소장된「상따 시도네」(La Santa Sindone)를 기억한다면 이 영화에 대한 흥미는 배로 늘어날 것이다.
로마제국의 호민관 마르셀루스가 빌라도 총독의 명령으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처형하고 거룩한 시신을 염한 세마포를 입수하게 되면서 이 옷의 기적을 통해 그가 새 사람으로 태어나 로마에서 까따꼼바(지하묘소) 생활을 하게되고, 끝내 천상의 왕국을 향해 순교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는 줄거리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희랍인 노예 디미트리우스로 출연한 빅터 마츄어를 비롯해 마르셀루스역의 리챠드 버튼, 다이아나역의 진 시몬즈 등 흘러간 별들을 만날수 있고, 유월절에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예수를 종려나무 가지로 환영하며『호산나』를 외치는 군중들의 환호성을 들을 수 있는가 하면「십자가의 길」에서 예수께서 몇번씩 넘어지는 참혹한 장면과 성 금요일 오후 세시,『예수께서 다시 한번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시자, 바로 그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폭으로 찢어지고 땅이 흔들리며 바위가 갈라지고 무덤이 열리면서…』(마태오27,50~52)라고 표현한 성서의 말씀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현재 로마에 50여개 남아 있는 까따꼼바의 설상을 볼 수 있다.
지하무덤으로 일컬어지는 이곳은 로마 군인들이 찾아와도 길을 잃고 헤맬정도로 초기 그리스도교신도들이 감쪽같이 숨어지내며 그 안에서 죽어 묻히기까지 했던 곳이다.
깔리스도 1세와 파비아노 등 성인 교황과 세실리아 성녀를 비롯해서 이름없는 수많은 순교자들이 화석처럼 묻힌 까따꼼바를 보면서 우리는 배론과 노래산 여우목의 토굴들을 연상하게 된다.
1950년대 미국 영화계가 TV로 인해 침체된 영화산업을 다시 살리기 위해 대작위주로 영화를 제작하게 됐고 그 첫번째 작품으로 1천 5백만불(현재 환율로 약 1억불)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입해서 만든 까닭에 이 영화는 한마디로 볼거리가 많다. 의상과 미술부문의 아카데미상을 받기까지 한「성의」는 거장 헨리 코스테 감독의 작품으로 국내 텔레비전에서 몇차례 소개되기도 했으나 대형화면으로 또 스스로 가서 감상하게 되면 또 다른 감동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끊임없이 회개하고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데에 있다 할 것이다. 크나큰 두려움으로 성의를 만지던 호민관이 베드로 사도 앞에서『나는 주님을 십자가에 단 사람입니다』하고 고백했을 때 성의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끝내「할렐루야」의 대합창 속에 순교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던 것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신앙고백을 다시 하고싶은 충동을 느끼고 신약성서를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을 안게 된다.
다만「미션」에서도 그랬지만「하나님」이라고 자막에 나오는 등 비 가톨릭적인 번역이 거슬리는데 외화번역에도 영성(靈性)깊은 신자들이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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