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모영보(2) 루가1장26~38
하느님의 사랑에 취해있는 마리아에게 천사는 말을 계속하였다. 당신은 아기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라고. 이 말은 구약성서에 한 번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예언자 스바니야는『시온아, 두려워 말라. 기운을 내어라. 너를 구해내신 용사 네 하느님 야훼께서 네 안에 계신다. 너를 보고 기뻐 반색하리니 사랑도 새삼스러워라(3장17)』라고 예언하였다. 이제 그 구세주를 마리아가 잉태하게 되었으니 하느님이 거처하시는 곳이 어떤 곳인지를 익히 잘 아는 마리아의 심정은 그저 숙연했을 따름이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예수는 헤브레아말로 여호수아, 구원하시는 주님이란 뜻이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뒤를 이어 주님의 백성을 이끌고 가나안복지로 인도했던 영웅임을 마리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느님은 이제 예수라는 이름을 가지고 전인류를 천상복락으로 인도하실 구세주가 되려는 것이다. 세상에 위대하신 분이 어떤 분일까. 지극히 높으신 분, 그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며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다. 일찍이 예언자 나탄의 입을 빌어 하느님께서는 다윗왕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나 야훼가 한 왕조를 일으켜 너희를 위대하게 만들어 주리라…네 몸에서 난 자식하나를 후계자로 삼을 터이니 그가 국권을 튼튼히 하고 나에게 집을 지어 바쳐 나의 이름을 빛낼 것이며 나는 그의 나라를 영원히 든든하게 다지리라. 내가 친히 그 아비가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라… 네 왕조, 네 나라는 내 앞에서 길이 뻗어 나갈 것이며 네 왕조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사무하7장12~16)』예수는 다윗의 왕권을 받을 것이며 그 외 나라는 영원한 것이다.
『나는 너를 만민의 빛으로 세울 것이며 너는 땅 끝까지 나의 구원이 이르게 하리라』라고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이다(이사49장6). 그는 야곱의 후손을 다스리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산간벽촌에 사는 청부지10대 소녀에게 산신령이나 도사가 찾아와서 너는 앞으로 대통령을 낳게 될 것이라고 했다면 그 소녀의 반응이 어떻했을까를 생각해 봄직하다. 그 소녀는 이 횡재가 혹시나 잘못될까 걱정거리가 될 것이며, 당장은『예 고맙습니다』하고 대답할 것이다. 마리아는 그 엄청난 소식을 듣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한 가지 확실히 해주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천사에게 물었다.『저는 남자를 모르는데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그런 일이 있게 될까요』라고. 이 말은 지금까지 남자와 동거한 사실이 없다는 과거에 역점을 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 아 앞으로 약혼자와의 동거생활에서 생겨날 아기를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하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를 모른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은 마리아 자신이 앞으로도 동정생활을 하기로 굳게 결심했다는 표명이다. 그러니 그 질문은 불신의 질문이 아니고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이었다. 구약시대에 주님께 몸 바친 많은 사람들이 독신으로 살았다. 구약시대의 수도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나지르파가 그랬고 에쎄니파가 그렇게 살았다. 그리고 마리아는「한 동정녀 몸 가져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의 이름은 엠마누엘이다」라고 한 이사야의 예언이 이순간 뇌리에 핑하고 떠올랐을 것이다. 마리아는 이 하느님의 신비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하느님이 구세사에서 펼치신 일들은 기적으로 하셨다.
이사악 삼손, 사무엘, 세례자 요한과 같은 구세사에 빛나는 인물들은 기적으로 탄생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새 역사를 시작하시려는 것이다. 그것을 천사는 마리아에게 알리는 것이다. 마리아에게 알리는 것이다. 마리아의 동정녀잉태는 성령 즉 하느님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성령이 네 위에 그느르실 것이다』세상이 창조될 때에 하느님의 영이 물위에 그느르며 만물이 생겨났다. 구름이 땅위에 그늘을 드리우면 땅의 풍요를 기대한다. 그래서 구약시대에 하느님이 타나난 것을 알릴 때는 그 표로 지성소에 구름이 주위를 휩싸고 있었다(출애40장34). 솔로몬이 주님의 성전을 지어 바쳤을 때에 구름이 그 위에 드리워졌다(열왕상8장11). 마리아의 몸 안에 성령이 그느르시면서 구세주 예수의 생명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은 새 창조이다. 왜냐하면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며 그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아들로 태어나겠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마리의 혈육(라틴어 caro)안에(라틴어 in) 태어나는 것을 신학에서는 Incarnatio 즉 강생(降生)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새 세상이 펼쳐져나가는 하느님의 경륜은 성령의 활동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느님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마리아가 알고 싶었던 의문도 풀렸다. 마리아는 확신을 가졌다. 마리아는 확신을 가졌다. 남은 것은 마리아의대답뿐이었다.『말씀이 나에게서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낙의 답이 떨어졌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불림을 받았을 때『주의 종이 대령 하였습니다』하고 명령에 순종하였다. 그때부터 하느님의 성약이 이루어졌다. 마리아도 주님의 여종으로서 하느님의 전달말씀에 순종하였다 그리하여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요한1장14).구원의 새 장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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