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우리는 아마도「그리스도인들에 맞선 그리스도」, 그리고「프란치스꼬 형제들에 맞선 프란치스꼬」와 같은 책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모두는『내 탓이요(Mea Culpa)』를 뇌이며 가슴을 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각설하고 우리는 평화의 길을 재발견하는 일에 있어서는 물론이려니와 참으로 평화가 뜻하는바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데 있어서도 요한 23세와 2차 바티칸공의회에 도움을 받았다. 샬롬은 평화를 뜻한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성취를, 신체적이고 심리적이며 경제적인 온전함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는 과거『영원한 평화』메시아적 평화, 죽음이 후에 올 평화를 이야기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평화를 내적화하고 개인화하고 영성화하고 종말론화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본래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샬롬에 대한 새롭고도 보다 완전한 이해는 요즘 라틴 아메리칸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여기서는 점점 더 많은 토지가 점점 더 소수의 사람들의 수중에 집중되는 상황인데, 평신도도, 사제도, 주교도, 모두 변화를, 정의의 회복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성찬의 빵이 쪼개져 나누일 때 일용할 빵 역시 쪼개져 나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고 있다. 이것은 성찬이 생활 속에서 생동적으로 작용하는 나눔의 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괴된 하느님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아 나가기위한 투신을 밑받침해주고 있다. 실로 지난 15년간 이 지역에서『정의와 평화』(Jus-ticia et Pax)에 대한 관심이 성장한 그 정도를 보면 놀랍고도 고무적이지 않을 수 없다.(해방신학)
평화와 제3세계
우리는 요즘『맥락신학(contextual theology)』구체적인 신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제3세계 신학자들의 작품을 읽을 경우 때때로 신학보다는 정치를 더 많이 취급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현상은 오늘날 신학을 하는 합당한 길일 것이다.
제3세계의 평화문제는 주로 수없이 많은 종족간의 혹은 땅을 둘러싼 분쟁으로 야기된다. 또한 생태계 문제를 비롯하여 빈ㆍ주, 근동의 종교ㆍ영토분쟁과 이념분쟁, 미소를 주축으로 한 군비경쟁 등, 전세계가 분쟁으로 뒤얽혀있는 상황에서 결국 제3세계에서의 평화는 과거가 아니라 악화되어가는 미래에 비추어서 이해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ㄱ) 생태계문제 : 열대지역을 찾는 대규모관광행태가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와이의 경우 이 섬이 원산인 새들의 80%가 소멸하였거나 돈벌이로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자연이 수백만년 동안 형성해온 것을 착취했던 것이다.
ㄴ) 남ㆍ북 갈등 : 60년대에 우리는 부유국과 가난한 국가들 간의 격차를 이어줄 교량을 세워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2천년까지 세계인구의 80%가 제3세계 국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난한 군중에 의해 소수부유층에 맞선 폭동이 증가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이 훤한 일이다. 빈ㆍ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뜻에서 행해지는 남ㆍ북 대화가 남ㆍ북 갈등이 될지 모를 위협에 처해있는 실정이다.
ㄷ) 동ㆍ서 갈등 : 2차 세계대전은 가까스로 끝났으나 우리는 이미 3차 세계대전을 향한 무분별한 군비 경쟁을 시작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기구는 1980년에 세계기업의 40%가 새로운 무기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군 관계 연구에 만도 의학연구를 위해서보다도 훨씬 더 많은 2천 5백만달러가 소요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미국과 소련은 원자탄 6만개(「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1백만배에 상응)를 비축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후 23년 동안 제3세계에서는 1백23차례의 소규모 전쟁이 터졌다. 1956년에는 세계적으로 군 관계 예산이 1억 5천 2백만달러가 소요되었고 1980년에는 7억달러가 소요되었으며, 1971년의 경우 제3세계가 이 예산 부담률은 9%였으나 1980년의 경우에는 16%에 달했다.
-제3세계국가의 군 관계 전체인구는 교사와 의사, 간호원의 전체인구수의 두 배에 이른다.
-모든 시민들은 이와 같은 군사화를 위한 지출을 충당하기 위하여 연간 수입의 3, 4분의 1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이다.
-현대식 탱크 한대 값이면 3만명의 어린이들에게 교실을 지어줄 수 있으며 트린텐트 잠수함 한대 값으로는 발전도상국가의 어린이 1천 6백만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희망 없고 무력한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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