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이 상담실에 온 것은 담임선생님이 ㅈ과 상담해 줄 것을 요청한지 3일이 지난 방과 후의 일이다. ㅈ의 담임선생님은 젊은 선생님이셨는데 ㅈ에 대하여 몇 가지 사전 정보를 주셨다. ㅈ의 아버님은 명문대학의 경영학과를 졸업하신 후에 별 뚜렷한 직업이 없이 지내시고 어머님이 집안을 꾸려 가시고 있고 누나는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ㅈ은 말이 없고 얌전하고 무슨 일이나 시키는 데로 잘하는 언뜻 보기에 모범생 같으나, 결석이 잦고 수업에 몰두하지 못하고 무엇엔가 쫓기는 듯한 표정으로 불안한 행동특징ㅇ르 보인다고 말씀해 주셨다. ㅈ과 자리를 같이 했을 때 ㅈ은 예의가 깍듯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ㅈ의 눈은 충혈 되어 있었고 시선은 한곳에 머물지 못했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두서가 없었다.
『어젯밤에는 한잠도 자지 못했습니다』『걱정스러운 일이 있는가 보구나?』『아니요, 그저 잠이 안와요』『일어나 운동을 하거나, 가벼운 산보를 해 보지』『운동 같은 것은 싫고요. 산보도 밤에 하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잖아요?』『그럴 수도 있겠구나』『그럼 혹 몸이 불편 한 것은 아니니?』『건강해요』『제가 어디 아픈 것 같이 보이세요』『아니, 특별히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몸이나 마음이 불편하면 잠이 안 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서지』『사실은요, 우리 집 위층에 사는 녀석이 나쁜 놈이예요』『밤에 잠을 못 자게 쿵쿵거린단 말예요』갑자기 ㅈ은 주먹을 쥐고 흥분하며 그 녀석을 죽여 버려야 되겠다는 것이다.
한번은 하도 쿵쿵거려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으나 밤이 너무 늦어서 그냥 내려 왔다는 것이다. 그날 상담을 마친 후 담임선생님과 의논하여 ㅈ의 어머니를 만나 뵙기로 했다.
ㅈ의 어머님은 곱게 생기신 착한 어머니의 모습이셨다. ㅈ에 대해 집에서는 어떠한 일과행동이 있었는가에 관하여 도움을 요청했으며 ㅈ의 어머니는 ㅈ이 요즘 와서 위층에 있는 학생에 대하여 이상한 얘기를 많이 했으나 위층에는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이 한명 있을 뿐이기 때문에 어머니 자신도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셨다는 말씀이었다.
ㅈ이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도 우수하고 모든면에서 모범적이었으나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부터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했으며 아버님은 별로 상관하시지 않고 어머니의 말은 듣지도 않아 걱정만 하고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머니와 상의하여 ㅈ을 몇 번 상담해 보고 다시 의논말씀을 드리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ㅈ과 두 번째 만났다. 전번과 같은 얘기와 아버지의 무능에 대해 얘기하고 어머니가 보기 싫어서 집을 나가야 되겠다는 얘기를 했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가 없이 미워하고 있었다.
ㅈ의 어머니와 만나 아무래도 병원에 가 보시는게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ㅈ은 모 대학 정신신경과에 입원하게 되었다. 병원의 담당 의사와 만나 ㅈ과의 상담내용을 말씀드렸다. 의사선생님은 ㅈ에 대하여 앞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와 달라는 말씀을 주셨다. 병원에서는 ㅈ과 ㅈ의 부모님을 계속 상담하셨고 약물요법과 여러 가지 치료를 해주셨다.
주말에 면회를 갈 때마다 ㅈ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고 3개월 후에는 퇴원하게 되었다. ㅈ은 휴학을 해서 계속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지금은 완치되었다고 말씀하시며, 그러나 2주일에 한 번씩 통원치료를 받는게 좋겠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병원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세심한 관심과 배려로 청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님과 선생님들의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호로「청소년상담사례」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집필해주신 이희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