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어린이나 중고등학생들의 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주로학교 교지나 학생들끼리 만든 문학서클 문집、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몇 개 안 되는 잡지 정도를 통해서 일뿐이지 그들의 창작 단행본을 만나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은 다만 그들의 삶과 글이 아직은 덜 성숙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일축되어서는 안 될 성질의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성인들이 갖지 못한 정직한 눈과 건강한 정신을 소유한 까닭에 그들의 꾸밈없는 글이 동시대는 물론 때로는 어른들에게까지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때문이다. 일례로 우리들은 이오덕 선생이 주도하는 어린이 글쓰기운동이 작은 책으로 엮어져 나올 때마다의 감동을 쉽게 잊지 못하지 않는가.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청소년들 스스로의 힘으로 동인지 형식도 아닌 개인 창작집을 출간한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큰 무리임에 틀림없을 터이다. 그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놓은 구미리내 양의「서울 이야기」를 펼치면서 필자는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서럽지도 않은데/밤새 서럽게 울었지/남들 다가는/서울 한번 못간 게/남들 다 하는/사랑한번 못한 게/그게 그냥 슬퍼서/울었을 뿐이지」(시골 총각)실제로 미리내 양의 삼촌이나 사촌이 시골에서 장가도 못가는 노총각으로 가난하게 서럽게 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의 눈에 비친 모습은 조금도 꾸밈없는 현실임을 어쩌랴. 바로 뒷장에 쓴「외삼촌1」은 더욱 처절하다. 「쌀농사 십년 만에 빚지고/허리 구부러진 외삼촌/석 달 열흘 앓고 나시더니/구부러진 허리로 농협 찾아가/젖 송아지 몰고 왔다/젖 송아지 어미 되더니/사료 값에 묻혀/외삼촌 허리가 더 구부러졌다」농촌 소 값 파동으로 인해 죽지 못해 사는 외삼촌(농민)을 그리는데 더 무슨 보충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농민들의 국회의사당 앞 시위(외삼촌2)、환자를 보고 우리도 모두 정신적인 환자임을 부끄럼 없이 고백하는 마음(문둥이1ㆍ2)철거민에 대한 연민의 정(철거촌 아이ㆍ상계동)대도시、서울이 안고 있는 모순(서울 이야기)등으로 이어지는 미리내 양의 글들은 비록 어색한 면이 없지 않고 간혹 잘 다듬어지지 않은 구절들이 눈에 띄어도 그가 15세의 여고1년생임을 감안할 때 무척이나 값진 작품들이라 생각된다.
미리내 양이 글을 쓰고 출판하는 데에는 다방면으로 아버지 구자룡시인의 영향이 지대했으리라고 추측하면서 시집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애매해지고 추상적이 되어가는 그들은 앞으로의 피나는 삶의 체험과 습작과정을 통하여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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