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엘리사벳 방문-아베 마리아 (루가 1장39~45)
우리에게는 고통스러울 때의 표현은 풍부하게 많지만 기쁠 때의 표정을 그린 글은 그리 많지 않다. 물질생활에서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쁘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금시 잊어버리고 만다.
옥동자를 낳은 어머니의 기쁨이 우리네기쁨의 대표이겠는데 그것도 몇 년 후에는 키우는 고통, 속상하는 고통 등으로 변하고 만다. 현세에서의 참 기쁨은 현세를 어느 정도 벗어나느냐에 따라 그 강도가 커진다. 가령 진리에 사무칠 때의 기쁨은 우리네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가질 수 있는 상품의 기쁨입니다. 이것은 불교용어로「법열」이라고 한다.
그러나 가톨릭에서는 최고 상등의 기쁨은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받는「성령의 기쁨」이라고 교리에서 배운다. 하느님은 세상을 창조하시고 그 기쁨을「참 좋다」라고 표현하셨다. 그 기쁨은 만물 속속들이 스며들어 생명이 돋아났다. 마리아가 예수잉태의 소식을 듣고 간직한 기쁨이 이와 같은 기쁨이었다. 그것은 성령의 기쁨이었다. 새 생명을 잉태시켜 하느님의 자녀들을 무수히 낳을 기쁨이었다. 마리아가 예수의 유년 시대 이야기를 사도들에게 할 때는 교회가 탄생하였을 때이다. 이런 신적인 희열을 마음 가득히 간직한 성모 마리아는 사촌 되는 인천 엘리사벳을 찾아 기쁨을 함께 나누기로 결심하고 발걸음도 바삐 유다의 땅을 향했다. 빨리 서둘러서 가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다. 기쁨의 가벼운 발걸음이다. 3~4일이 걸렸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해석이다. 무거운 몸에 다리도 아프고 무척 고생스러웠겠지만 마리아의 마음은 기쁘기만 했다. 기쁨의 성령이 인도하는 발걸음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말씀이 하늘에서 세상으로, 나자렛에서 세상 끝까지 여행하는 첫 걸음이었다. 루가 복음서는 온 세상을 향하여 전하는 기쁜 소식의 전달서임을 다시 상기하자.
마리아는 즈가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엘리사벳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였다. 성령을 가득히 받은 엘리사벳도 기쁨에 넘쳐 사촌을 맞이하였다. 기쁨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 기쁨을 나누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세상에는 남의 기쁨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이 드물다. 할머니인 엘리사벳이 보통여자 같았으면 애띤 동생 마리아가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좋게 보았을 리가 없다. 그러나 이 두 어머니는 서로가 성령의 움직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도들이 한방에 모여 성령을 받고 그것을 서로 인지하던 성신강림이 이곳 즈가리아의 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표시로 엘리사벳은 뱃속의 아기가 기쁨으로 뛰노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레베카(공동번역:리브가)가 쌍둥이 에사우와 야곱을 배었을 때 이 두형제가 구세사에서 연출할 장래의 역할을 알리기 위하여 이 두 형제는 뱃속에서 서로 싸웠다. 그 뜻은 형이 동생을 섬기게 될 것이라는 징조라고 주님이 일러주었던 것이다(창세25장22이하). 다윗왕이 주님의 궤가 자기 도성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사무하6장16). 요한의 뛰놀음은 주님을 맞이하는 기쁨의 춤이다. 산인을 어찌 뛰놀지 않겠느냐, 언덕인들 뛰지 않겠느냐, 땅이라서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시편114장4~7). 그때에 소경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귀가 열리며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기뻐 뛰며 벙어리도 혀가 풀려 노래하리라고 이사야는 예언한바 있다(이사35장 6). 엘리사벳은 레위족의 후예답게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되풀이하여 축하의 인사를 하였다 :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또한 복 되 시도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베풀어주실 온갖 축복을 마리아는 먼저 받았고 그 축복을 우리도 받을 것이다(에페1장3). 이 축복은 구약시대에 주님이 주실 현세적 축복으로 상징되어 있었다 : 사랑하시어 복주시고 번성하게하고 약속의 땅에서 자식 복, 땅의 열매, 밀과 술, 기름이며 송아지 양떼 등등에다 질병을 물리쳐주실 것이다 (신명7장12~15). 엘리사벳이 마리아을 동생이라 부르지 않고「주님의 어머니」라 불렀다. 주님의 어머니께서 나를 찾아주시다니…. 성약의 궤가 예루살렘에 들어올 때 다윗왕도 같은 말을 하였다(사무하 6장2~11).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오신 구세주는 기쁨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엘리사벳의 축하의 말씀은 세세대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성모송 아베 마리아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람이 구세주를 찬양하는 기쁨의 기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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