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主)
희랍어Kupios 아라메아어Mara에 해당되는 칭호는 본래 희랍 및 로마의 세계에서 사회ㆍ정치ㆍ종교의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권력을 가진 사람, 일자리를 주는 사람, 노예소유주 최고 정치인 황제에게 부여되는 세속적 칭호였고, 예배 중에 신들을 부르는 호칭이었다. 최고 정치 권력자들을 신의 화신(化身)으로 숭배하였으므로 황제는 예배의 대상으로 주라 불리웠다.
70인역 성서는 아도나이, 야훼 등의 하느님 이름을 주님이라 반역하였다(이사1, 24:16, 1~8). 야훼는 신들의 주인이시므로 주님이시다(시편136, 3).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구해내시어 백성으로 삼으셨지만 온 민족 위에 행사 도는 보편적 주권을 가지신다(1사무8, 7:신명10, 14~18:미가4, 13:시편97, 5).
초기공동체는 성찬식 때에『주여 어서 오소서』(Marana tha:1고린16, 22)하고 간구하였는데 이는 가장 오랜 신앙고백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부르는 이 칭호는 전례적 호칭이다. 그리스도가 온 우주만물 위에 행사하는 야훼의 권능을 가지신, 하느님과 동등한 분이심을 나타낸다. 그분의 주권은 미래에만 유보된 것이 아니라 현재부터 행사되고 있다. 하늘에 계신 그분은 성령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에 우리와 함께 계시는 주님이시다.『예수는 주님이시다』(로마10, 9:1고린12, 3)는 그리스도 신앙의 근본 표현이다. 『군주들의 군주, 모든 왕들의 왕』(묵시17, 4:19, 16)으로서 우주의 통치자요 세계의 주이며 심판주이심을 표현한다. 그리스도를 세계역사의 주인이고 중심이며 완성자 즉 유일한 주님으로 고백하는 이 호칭은 황제숭배자들의 심한 반발을 샀다. 신도들은 황제를 주(主)로 고백하는 것을 거부하였으므로 박해를 받았다. 이는 주님으로 온 세상을 다스리는 그리스도는 사람들을 내적으로 새롭게 하시는 성령을 통하여 주권을 행사하지만 역사를 완성하기 위하여「주님의 날」(1고린1, 8:5, 5:1데살5, 2)에 오실 것이다.
그런데 이 주권은 종이 되심으로써 획득된 것이며 자신을 비하시킨 겸손행위의 정점이다. 십자가위에서 원수들을 쳐 이기시고 어떤 유형의 주권인지를 보여주셨다(사도2, 36). 죽음에 패배당한 것처럼 조이는 가운데 죄악과 죽음과『이 세상의 군주』를 쳐부순 주권이며 세속의 왕권과는 달리 순종, 겸손봉사를 통해 드러난 주권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주권에 의해 다스려지는 공동체, 그분의 승리에 동참하는 공동체로 체험한다. 이 공동체는 종으로서 그리스도에게 순종해야 하고 그분의 종으로서 처신해야 한다. (마태20, 25~28).
하느님의 말씀(로고스)
세속문화권 특히 희랍철학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개념이다. 스토아철학에서<로고스>는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법이고 희랍문화에서는 인격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즉 하느님의 첫 피조물, 모든 신재를 이해하게해주는 초시간적 원리, 역사 안에 침투하여 역사를 변화시키고 그 진로를 잡아주는 역동적실재이다. 한편 구약에서 하느님의 말씀은 창조력을 지니며(시편32, 6ㆍ9), 반드시 결실을 낸다(이사55 10~11). 창세기1장에 의하면 세상과 역사와 인간의 의미는 원초의 혼돈 속에 묻혀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의 결실들이므로 대화와 구원을 바라시는 분에 의하여 밝혀지고 실현될 것이다. 아담의 배반 이후로 하느님의 말씀은 율법, 예언, 지혜로 표현되어 백성으로 하여금 계약에 충실하도록 유도한다. 지혜에 대한 반성과 결부되어 말씀은 역동적 힘과 실제적 생명력을 가진 인격처럼 묘사된다(시편107, 20:지혜16, 12). 말씀은 영원으로부터 존재하는 실재로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적극 개입하였다:『말씀 한마디에 모든 것이 생겼다』(시편33, 6~9:애가3, 37:지혜9, 1). 말씀은 우주를 다스리고 역사를 인도하며 하느님의 심오한 계획을 계시한다.
요한복음서의 머리말, 1요한1, 1, 묵시록19, 10등 신약성서의 세대목들을 이해하기위한 관건은 나자렛 예수가 구원의 말씀이라는 초기교회의 선포이다. 바울로에게서는 로고스가 복음의뜻을 지닌다 :「십자가의 말씀」(1고린1, 18)「진리의 말씀」(에페1, 15). 요한복음서의 머리말은 세 가지 측면에서 로고스를 묘사한다 : 하느님의 결정적 계시자, 온 우주와 역사를 시작하고 존속시키며 완성하는 원리, 「살이 되어 인간존재 전반과 깊은 연관을 맺고 그 모든 것을 완성하는 존재, 즉 온 우주와 인간의 근원에서부터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로을 묘사한다. 초월적이며 내재적 원리로서의 로고스이다. 묵시록에서 예수는 승리와 영광을 쟁취 한 분으로서 하느님의 구원의「말씀들을」실현하셨으므로 로고스이시다. 요한서간에 의하면 사도들이 직접보고 듣고 만졌던 나자렛 예수가 그를 믿는 모든 이들을 위한 구원으로서 하느님을 결정적으로 계시한 로고스이시다.
로고스 개념의 사용은 위험이 없지 않다. 그 철학적 개념은 예수의 역사적 실존을 무시하고 그분을 신성의 유일한 계시자로만 간주하는 위험이다. 요한은 이를 염두에 두고 로고스의 육화(肉化)즉「살」이 되심을 역설한다. 로고스는 단지 우주와 인간 안에 있는 초월적이고 비인격적인 창조원리가 아니라「살과 뼈」를 가진 구체적 인간이다. 요한은 철학개념을 사용하지만 말씀의 성서적 의미에 따라 그리스도의 초월성과 역사성을 묘사한다.
하느님의 말씀인 예수는 가장 훌륭하고 최종적 예언자, 하느님의충만하고 궁극적 계시이시다(히브1, 1~2).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수행할 뿐 아니라 아버지와의 내적일치 안에서 하느님의 뜻 자체이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뿐 아니라 인간의 형태 속에 있는 하느님의 말씀자체이다. 그래서 그분을『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요한14, 9). 이 말씀은 하늘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인간조건, 역사에 동참함으로써 인간에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일치를 나누는 삶에로 초대하신다. 인간에게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의 결실을 맺게 해준다(마태13, 23). 우리존재의 내부 깊숙이 침투하여 우리를 변화시키고 완성하신다. 우리는 이 말씀 안에서 창조되었고 구원받았다. 우주를 창조하고 존속시키는 창조원리인 하느님 말씀이 우주와 인간의 내부 깊숙이 침투하여 구원에로 이끄는 구원원리가 되셨다. 하느님의 말씀이 살이 되어 창조 및 구원의 원리로 자신을 드러내신 것이다:『말씀이 살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는데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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