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시설이 훌륭한 관광버스에 편히 앉아서 내다보는 사막ㆍ광야는 참으로 삭막했다. 손으로 쥐면 한줌의 재로 바스라져 버릴 것 같은 바싹 마른 풀들,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는 야생 낙타ㆍ양들, 출애굽의 여정은 당시의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처음부터 불평의 여지가 충분한듯했다.
습기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메마른 시나이 광야에서 사흘 낮과 밤을 걸었던 이스라엘백성들은 사흘 동안 쌓인 목마름에도 모세에게 불평을 터뜨리고야 만다. 길 떠난 후 처음으로 발견한 오아시스의 물이 마실 수조차 없는 쓴 물이었기 때문.
모세의 중재로 야훼께서 간여하시고 기적은 또 다시 일어나게 된다.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쓴물을 단물로 변화시킨 모세, 이곳은 그의 이름을 따라「모세의 우물」(아윤무사)로 불려지고 있었다.
수에즈운하 터널에서 남쪽으로 30km지점에 위치한「아윤무사」는 오아시스라 부르기에는 초라한 모습이었고 당시의 우물이었던 그 자리는 썩어 고여 있는 웅덩이에 불과했다. 모세를 통해 하느님의 권능이 또다시 드러난「이윤무사」의 미사는 태어나서 한 번도 물 구경을 해보지 못한 듯 태초의 때가 그대로 불어있는 듯한 사막의 사람들, 그들의 호기심어린 참여 속에 봉헌됐다.
이집트 도착 후「카이로」에서, 「피라밋ㆍ스핑크스」에서, 「올드 카이로」에서 만났던「원달러」의 합창은「아윤무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눈길만 마주 닿아도 싱긋 웃으며 손을 내미는 그들에게 있어「원 달러」의 구걸은 결코 부끄러움이 아닌듯했다.
있는 자가 부족한자에게 베푸는 것이 당연하다면, 없는 자가 부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 역시 당연하다는 논리에서「원 달러」의 의미를 해석하자는 안내자의 말을 되씹으며 순례자들은 6.25직후의 한국을 떠올리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달라진게 있다면「원 달러」일색에서「이찌 달러」로 발전했다는 점이랄까. 구라파에서, 미주지역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중동 지역에서「판을 치는」일본세를 이처럼 절감할 수는 없었다. 연민과 회상 속에서도 우리순례자들은 출애굽의 여정에 동참할 수 있었던 각자의 위치에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라엘민족이 갈대바다를 건너 마지막 탈출에 성공할 때까지의 진행로는 현재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스라엘의 출애굽노정에 관한 성서학자들의 견해 차이는 심한편이다. 성서는 이스라엘민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신 야훼 하느님은 갈대바다를 건너 시나이반도 남쪽으로 내려가 시나이광야를 지나 다시 북동쪽으로 올라가 모압 광야를 거쳐 가나안땅에 들어가게 한 것처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일정은 성서가 가르치고 있는 바로 그 노정을 선택, 갈대바다의 일부를 가로지른 수에즈지하운하를 버스로 통과「엘림」「파이란 오아시스(르비늠)」를 거쳐 시나이반도 남쪽 이른바 시나이산 정상으로 연결됐다.
시나이산까지는 무려10시간이 넘는 대장정. 중간기착지마다 차게 얼린 코카콜라와 따끈한 커피로 마른 목을 축이고 쌓인 피로를 풀 수 있었던 우리의 출애굽으로서는 목마름과 배고픔으로 이어지는 당시의 출애굽을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가 없었다.
끝이 없는 듯 펼쳐지는 광야, 무섭게 내려 쪼이는 태양의 뜨거움 속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이스라엘백성의 불평을 관련 성경봉독과 묵상으로 느낄 수 밖에….
『차라리 이집트 땅에서 야훼의 손에 맞아 죽느니만 못하다. 너희는 거기에서 고기가마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우리들을 광야로 데리고나와 모조리 굶겨죽일 작정이냐』목마름과 배고픔에 지친 그들은 비록 종살이였지만 양식이 풍부했던 이집트땅을 그리면서 불평을 터뜨리게 된다. 야훼께서는 이들을 위해 만나와 메추라기를 준비하셨고.
시나이산 쪽으로 가까이 위치한「파이란 오아시스」는 접경지역이라 무장 군인들이 경비를 맡고 있는 장면을 제외한다면 물과 나무가 풍부하고 아름다운 오아시스였다. 야훼의 지시에 따라 지팡이로 바위를 내려친 모세, 음료수를 피로 바꾸었던 그의 지팡이는 이곳 딱딱한 바위 속에서 생명의 물을 솟아나게 하고 목마른 그의 백성은 야훼께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생명의 물을 주시는 이야기는 이스라엘백성이 야훼의 계명과 함께 받게 될 생명에 대한 서곡이자 그 계명에 대한 해석이 된다.
바로 그 자리라고 하는 곳에 세워진 작은 경당과 수녀원은 그리스정교회 수녀들이 관리하고 있었는데 봉쇄지역이라 특별한 허락을 받고나서야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시나이반도 서편에서 남쪽으로, 다시 동북쪽으로 연결되는 순례의 길에서 만난 사막은 「쓰레기 하치장」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모습 그대로였다. 사막 특유의 돌개바람이 휘몰아 칠 때 마다 이리저리 흩날리는 쓰레기 더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우리 일행을향해 안내자는「호기 있게」쓰레기를 버리라고 일러주었다.
먹다 남은 빵부스러기, 바나나 껍질, 오렌지 껍질 등등 차안의 쓰레기들을 모아 창밖으로 던지는 우리의 태도가 어색했던지 안내자는 그것은「일종의 자선」이라고 격려를 해주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운데 철근종류를 제외한 그 모든 것은 야생동물들의 훌륭한 식사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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