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었던 땅이 조금씩 풀리던 지난 2월 14일 오후 4시, 안동 동부동성당 주일학교 어린이 권정희(용산국교 6년), 권오정(동부국교 5년), 이진욱(안동국교 6년), 강상구(안동부국 4년)등 4명이 두봉 주교님을 찾아뵙고 약 2시간 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 안녕하세요, 주교님.
▲어서 들어와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는데 뭘 좀 대접해야지?
(맛있는 사탕을 꼬마 손님들에게 하나씩 권하시면서 자상하게 이름을 물으셨다)
- 주교님은 국적이 프랑스라고 하던데 한국말을 잘 하시네요. 한국에 오신지는 몇 년이나 되셨어요?
▲참 오래됐지. 1954년도에 왔으니 한번 계산해 보자. 올해로 33년이나 됐구나.
- 그렇게 오랫동안 한국에 계셨는데 다시 프랑스에 가고 싶지 않으세요?
▲요사이는 그런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아요. 작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2~3년에 한번씩 늙으신 아버님을 뵙고 싶어 고향생각이 많이 났었어요.
이젠 아버님도 돌아가셨고 내가 살고 있는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주교님 아버지는 프랑스에서 무슨 일을 하셨어요?
▲우리 아버지는 농부였어요. 안동만한 작은 읍에서 채소를 재배하셨는데 나도 어린 시절엔 아버님과 함께 농사를 지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 그런데 왜 주교님은 농부가 되지 않고 신부님이 되셨어요?
▲글쎄 하느님의 뜻이었다고나 할까. 아마 너희들만한 국민학교 시절 본당 보좌 신부님께서 어느날『신부될 생각이 없느냐?』하고 물으시길래『있어요!』라고 했었지. 그때부터 보좌 신부님께서 내가 신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잘 지도해 주셨어요.
- 신부님이 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니. 우선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집안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형제들이 무척 많았는데 모두 국민학교를 마치고 집안일을 돕고 있는 처지라 혼자 쏙 빠져나와 상급학교에 진학한다고 생각하니 항상 마음이 걸렸어요.
- 한국에서 생활하시는 동안 보람 있었던 일이나 아쉬웠던 일은 없었는지요? 예를 들면 식사 문제라든가 언어 소통 문제 등….
▲식사는 아무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라 별 문제가 없었고, 한국말도 처음에는 배우기가 무척 힘이 들었지만 차츰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어요.
가장 보람있었던 일은 내가 고향을 떠나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파하기 위해서인 만큼 한국 사람들이 나의 말을 듣고 주님을 따르게 되었을 때 였어요. 그리고 좀 아쉬웠던 점은 그러한 일들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였다고 생각돼요.
- 주교님과 신부님은 어떻게 달라요?
▲참 재미있는 질문인데, 어떻게 설명해 주면 좋을까. 한마디로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이고 신부는 주교의 임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대리자인 셈이지요. 쉽게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너희 학교의 선생님과 교장선생님과의 관계와 비슷해요. 즉 주교는 교장 선생님처럼 너희들을 직접 교실에서 가르치지는 않지만 신부님들을 통하여 너희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신부님들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해요.
- 주교님도 고백성사를 보세요?
▲물론 보고 말고. 한달에 한번씩 내가 정한 신부님께 가서 고백성사를 봐요. 고백성사는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게으름이나 실수로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도 봐야하지 않겠어요?
-오랜 시간동안 주교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끝으로 곧 사순절이 되는데 저희들은 그 기간을 어떻게 보냈으면 좋을까요?
▲사순절은 수난하신 예수님을 기념하기 위해서 설정된 기간인 만큼 어린이 여러분들도 주님의 수난을 생각하면서 절제하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먹고 싶은 것들을 조금 참고, 남들이 싫어하는 어려운 일들을 스스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주교님. 안녕히 계셔요.
대답을 마친 후 두봉 주교님께서는 안막동 주교관을 나서는 어린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앞으로 자주 방문해줄 것을 당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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