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마니피깟 (루가 1장46~55)
「마니피깟 아니마 메아 도미눔. 번역할 필요도 없지만 성모 마리아의 찬미의 노래이다. 「내 영혼이 주를 찬미하오며」이다.
이 노래는 성모 마리아가 천사의 기쁨의 인사와 엘리사벳의 찬양의 인사를 받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하느님이 베푸시는 사랑에 흠뻑 젖어 절로 읊는 응답송이다. 구약시대에 회당에서 성경말씀을 낭독하면 회중은 이 말씀에 대한 응답으로 노래를 불렀다. 앞서도 말한 대로 천사와 엘리사벳은 성경말씀을 준용하여 인사를 하였고 성모 마리아도 성경에 있는 말씀을 회상하면서 응답송을 읊은 것이다. 마리아는 하느님이 하신 위대한 구세 사업에 감격하여 마음과 정신이 온통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의 정으로 휩싸였다. 구약시대의 용사이며 사제이며 예언자였던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석녀라는 천한 처지에서 하느님의 점지로 아들을 낳게 되자 영감을 받고 이렇게 노래하였다:「내 마음은 야훼님 생각으로 울렁거립니다. 하느님의 은덕으로 나는 얼굴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렇듯이 내 가슴에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시니 원수들 앞에서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거룩하신 분은 야훼님뿐、당신 외에 또 누가 하느님이겠습니까. 잘난 체 하는 자들, …거만한 소릴랑 집어치워라. 야훼는 사람이 하시는 일을 다 아시고 저울질하시는 하느님, 뚝심 센 자의 활은 꺾이고 미약한 자 허리를 묶고 일어나리라. 배 부른자…품팔이하고 굶 주린자 충족하게 가지리라. 무방비한 자를 먼지에서 일으키시고… 가난한 이를 진창에서 일으켜 세우시어 귀공자들과 함께 앉히시고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신다. 당신을 따르는 자 그 발걸음을 지켜주시고, 악한 일을 일삼는 자 어둠속에 파묻히리라. 사람은 제 힘으로 승리하지 못하는 법 야훼와 맞서는 자 깨어지리라… 야훼는 땅 끝까지 심판하시는 분, 당신이 세우신 임금에게 힘을 주시며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의 권세 더 높여주시리라」(사무상2장1~10). 이 노래는 한나가 이스라엘 백성의 이름으로 하느님께감사의 기도로써 읊은 것이었고 마리아는 같은 맥락에서 온 세상 하느님의 백성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를 읊어 초생교회 때부터 이 노래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가 되었고 성 베네딕도가 매일 기도서를 정할때 저녁기도 끝에 모두가 감격에 젖어 부르도록 하여 오늘에 이른다.
루가는 복음서를 쓰면서 박해자들 앞에서 속수무책이던 교회가 하느님의 구원의 손길을 실감하고 마리아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고 그 힘을 빌었기에 기쁨에 차있는 교회를 생각하였다. 마리아가 보잘것없는 여자였고 힘없고 가난하고 비천한 종이었지만 기쁜 소식은 가난한 자들에게 전해졌고 당시의 교회의 모습은 보잘것없는 자태 그 자체였다.
하느님은 보잘것없는 자들의 하느님, 불쌍한 사람들의 도움, 약한자의 지탱, 버림받은 자들의 보호자, 희망 없는 자들의 구원자이시기 때문이다(유딧9장11). 귀인을 우두머리에 놓고 병사 서민을 밑바닥에 깔았던 그리스철학세계의 사회구조관념이 헬레니즘의 이름으로 세상 사람들의 이념을 조성했을 그때, 산헤드린의회와 율법학자들이 사회를 지도했을 유대아사회에서 가난한 이들의 세상을 부르짖는 복음서는 구원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앙적 확신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입신출세를 효의 주된 실천항목으로 꼽는 동양유교의 현실주의 윤리에 비하면 복음서는 현실을 넘어선 초자연적 구원의 진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은 거룩하신 분, 힘 있는 분, 자비로우신분이라는 것은 구약시대의 하느님개념이었다. 거룩하시고 힘 있고 자비로우심은 나약한자를 구원하시는데 발휘된다는 가르침이 신약성서에 역력히 드러난다. 그 주요테마가 지금복음서 초두에 마리아의 입을 통하여 전달된다. 가난한 자를 부요케 하고 나약한 자를 굳세게 해주는 것처럼 힘 있는 능력이 어디 있겠으며 그 일보다 더 자비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은 앞으로 교회의 주요 윤리 줄거리가 될 것이며 주요 사목지침이 될 것이다. 하느님의 이구원의 표는 이미 구약시대에 드러나 능력과 자비의증명을 주었었다. 압정에 시달리는 당신 백성을 이집트 폭군의 손아귀에서 건져내셨고 많은 기적과 기이한 일을 보이시며 그 백성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셨다(신명26장6~9).
마리아는 성조 아브라함에게 내리신 축복의 약속이(창세12장2) 비천한 여종인 자신에게서 진짜로 이루어진 것을 자각하고 그 약속의 축복은 하느님을 믿는 모든 사람에게 길이길이 내려질 것을 생각하며 한껏 행복에 젖는다. 그래서「이제로부터 만세가 나를 복되다 하리라」는 희열을 읊은 것이다. 마리아는 석 달 가량 엘리사벳 집에 머물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것은 주님의 성궤가 오벨에돔의 집에 석달 동안 머문 것을 암시한다(사무하6장11). 마니피깟노래를 감사기도로 하느님을 찬미하고(46~47) 3단시로 이어진다. 첫 단은 하느님의 능력이 비천한 자에게서 드러난 것을(48~50) 둘째 단은 그 자비를 받으려면 마음을 비워야함을(51~53) 셋째 단은 구약의「주의 종」신학을 간추리고(54~55) 이 신학이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대변하는 주된 이념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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