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속으로 퍼지는 죄
7. 『세상의 죄』에 대한 이러한 표현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인용된 구절들은 이 경우 하느님의 창조물로서의「세상」이 아니라 특정한 차원으로서의 세상, 창조된 자유를 바탕으로 악이 일어나는, 하느님께 폐쇄된 세상일을 명백히 암시합니다. 『늙은 뱀』(창세기3과 묵시록12, 9참조)즉 『거짓말의 아비』인 사탄의 영향아래 우리 첫 조상들의「마음」속으로 옮겨진 이 악은 인류역사 시초부터 악한 열매들을 맺었습니다.
원죄는 그 결과로서『악한 욕망의 불꽃이나 자극』즉 인간을 죄로 유인하는 3중의 사욕편정을 남겨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인류에 의해 저질러진 많은 개인의 죄들(본죄)이 새로운 개인적 죄들을 위한 조건들을 조성하고 개인들을 거기에로 유인하고 끌어당기는 일종의『죄의 환경』을 현성합니다. 따라서 『세상의죄』는 원죄와 동일시되어서는 안 되고 각 세대의 역사 안에, 말하자면 원죄의 결과들의 종합이나 요약과 동일시되어야합니다. 여러 가지 인간주도의 일과 경향, 성취와 제도, 문화와 문명을 이루는 저「모든 것」에 있어서조차도 어떤 죄의 자국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이것으로부터 이어 나옵니다. 이런 뜻에서 아마 우리는 인간의 마음으로부터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속으로, 그리고 그들의 구조 속으로 퍼지는 일종의「전염」으로서 구조의 악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죄의 사회적 차원
8. 죄는 사실상 인격적 행위라는 그 본질적 특성을 보존하면서도, 1983년에 출판된, 시노드 후에나 온 사도적 권고「화해와 참회」에서 내가 말한 사회적 차원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그 문헌은 이렇게 말합니다.『사회적 죄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모든 개인적 죄가 어떤 식으로든지 타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어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종교적으로는 옛날부터 모든 성인들의 통공이라는 의미심장하고 놀라운 관념이 발전했는데, 사회적 죄라는 관념은 이 신비를 뒤집어 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성인들의 통공이라는 진리로 해서, 『스스로를 자기보다 더 높이 끌어올리는 모든 영혼은 실제로 세계를 들어 올리는 셈이다』라고 하는 말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상승의 법칙에는 불행히도 하강의 법칙이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죄의 통교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자신보다 밑으로 끌어내리는 영혼은 자신과 함께 교회, 나아가서는 어떤 의미로 세계전체를 끌어내리는 셈이라는 말이 타당성을 지니게됩니다』(화해와 참회16).
그다음에「사도적 권고」는 우리가 다시 다루게 될 교리주제, 특별히「사회적 죄들」로 일컬어질 만한 죄들에 대해 언급합니다.
성인들의 통공과 죄의 통교
9.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 해서「사회적 죄」가 성서적인「세상의 죄」와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만「세상의 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죄의 개인적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 차원도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우리는 인식해야 합니다. 사도적 권고「화해와 참회」는 계속해서 말합니다. 『가장 내밀하고 비밀스런 죄, 철저하게 개인적인 죄라 해도, 엄격히 말해서 그것을 범하는 사람 하나에게만 관계되는 죄란 사실상 있을 수 없습니다. 그 파괴력의 양이나 그것이 미치는 해악의 정도에 있어서 크고 작은 차이는 있겠으나, 모든 죄는 교회 공동체 전체와 전인류 가족에 반드시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말이 지니는 이 첫 번째 의미에 따르면 모든 죄를 가리켜 사회적 죄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16). 성서가「세상의 죄」에 대해 말할 때 암시하는 그 환경, 세상이 왜 그 특정의 부정적 영신적 환경이 돼 버리는가를 죄의 사회적 차원이 더 잘 설명한다는 관찰로써 이것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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