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가 그리스도교냐 아니냐 하는 논쟁은 기성교회와 통일교간에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논쟁 중이 하나이다. 개신교에서는 국내외적으로 끊음 없이 통일교는 그 교리에 비추어 그리스도교가 아니라는 성명서를 발표해 왔으며, 가톨릭에서도 1985년 교황청 비 그리스도교 사무국에서 전 세계의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들에게 내린 훈령을 통해, 「통일교 스스로는 그리스도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메시아로 자처하는 문선명과 그 교리장 비 그리스도교적이며, 그리스도교를 가장한 것이다」라고 발표했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주교회의에서도 신자들에게 통일교는 그리스도교가 아닌 만큼, 가톨릭신자들은 통일교의 교리에 현혹되지 말라는 교서들을 발표했었다.
통일교가 그리스도교인가 또는 아닌가의 여부는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교회 밖에서도 구원이 있다」고 선언한 사실과, 현대신학에서「익명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논쟁이 의미가 있는 것이냐 하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통일교가 그리스도교인가 아닌가하는 명제와, 교회 밖에서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명제는 서로 다른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1981년도에「사회학적으로 본 통일교회」라는 세미나에서 통일교는 그 교리나사상적 맥락에서 볼 때 기존관념으로서의 그리스도교로 보기는 어렵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통일교 신자들로부터 심한 항의를 받은바 있었다. 당시, 필자는 통일교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리스도교라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한국사회와 한국문화 속에서 발생한 한국종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며, 현재는 통일교가「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명칭을 갖고 있지만, 통일교가 소수집단(MinotityGroup)의 범위를 넘어서서 보다 큰 종교집단으로 성장하게 되면, 기독교라는 명칭을 스스로 포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었다. 이러한 필자의 발언이 그리스도교를 자처하는 통일교신자들에게는 자긍심을 손상시키는 행위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필자가 통일교를 그리스도교가 아닌 별도의 종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다음과 같은 점 때문이었다.
우선 그리스도교에 대한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적어도 기존의 관점에 의하면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천주성을 인정하고 그의 구속 사업을 통해 인간이 구원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믿는 종교라는 점에서 볼 때, 예수님이 하느님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예수 그리스도 이 구원사업 또한 완전히 성취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통일교를 그리스도교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통일교에서는 오히려 예수님이 문선명씨에게 자신이 완수하지 못한 인류구원사업을 감당 할 사람은 문선명씨라면서 대임을 부탁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일교는 그리스도교가 아니라「문선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통일교에서는 하느님이 시대에 따라 거기에 맞는 중심종교를 세워 인류구원섭리를 펼쳐오셨다고 설명하면서, 그 중심종교는 구약시대에는 그리스도교 그리고 성약시대에는 통일교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유대교가 그리스도교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교와 통일교 또한 서로 다른 종교라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일교에서는 앞으로는 그리스도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들이 통일교로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문선명교주도「기독교는 구원이 없으며 허황된 종교다」(성화185호, Pㆍ201), 「예수님도 영적기준에서는 아버지가 될지 모르지만, 육적 기준에서는 아버지가 못된다. 그런데 오늘날 통일교인들은 육적인 기준에 있어서 아버지의 자리를 결정 받았으니, 축복이고 예수보다는 나은 자리다」(성화 64호 Pㆍ6)고 말함으로써 통일교가 그리스도교와는 다른 종교임을 나타내는 발언을 하였던 것이다. 통일교와 그리스도교가 서로 다른 종교임을 시사한 문교주의 발언은 무수히 많다.
셋째로, 통일교의 교리인 통일 원리에는 한국의 전통적인 종교사상과 문화내용들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통일교는 한국종교라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통일 원리에는 한국인의 심성에 깊게 내면화된 한(恨)사상, 음양사상, 단군신앙, 화랑도정신, 풍류사상, 정감록신앙 등이 고루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한사상과 음양사상은 통일 원리의 근간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따라서 비판자들 중에도 통일 원리는 한국의 전통사상들을 성서를 인용하여 나름대로 새롭게 체계화시킨 한국사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과 평가에 대해 통일교에서는 단호한 태도를 나타난대.
「전통 기독교라는 자처하는 그들이(비판자들이)자기들은 수많은 교파로 나뉘어, 서로 다른 교리와 다른 신앙양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얼마쯤 달라 보이는 특성으로 인하여 통일교회를 기독교가 아니라고 밀어낸다. 밀어내는 것까지는 좋다. 누가 밀고 들어가자고 한일도 없으니까」(「통일교회 소개」1982년판, Pㆍ18).
또한 통일교에서는 고린토 전서 4장 4~5절과 사도행전5장 38~39절을 인용하면서, 통일교회가 그리스도교냐 아니냐 하는 판단은 오로지 주님의 특권이라고 강조하다.
통일교가 그리스도교냐 아니냐 하는 논쟁과 상관없이, 통일교는 한국의 전통적인 사상과 문화내용을 계승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한민족이 받았던 수난과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한 수난과 고통을 민족적인 해방과 구원으로 연결시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한다. 이러한 시도는 그들이 비록 그리스도교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복음의 토착화와 육화(肉化)를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기성교회로서는 많은 자극과 시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서 단순한 혼합주의(Syncretism)는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복음이한국의 전통문화와 만나야 하고 한국의 민족사 속에서 살아 움직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또한 복음의 토착화와 육화에 기본 전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