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의에의 방향전환
예수가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지니시는 의미를 제시하는 것이 신약성서의 주된 관심사였다. 구원역사에 있어서 예수가 맡은 기능이 그분의 인격자체와 결부되고 있는 것으로 성서에 나타나지만 예수가 누구인가 하는 정체에 대해서보다는 그분이 우리를 이하여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즉 그분의 직분과 기능에 주목한다. 칭호들로써 그분의 역할과 함께 그분의 신원을 밝히려하지만 그 칭호들로 역할을 주로 드러낸다. 히브리인들의 사고와 직결된 이런 유형의 그리스도론은 구원 경륜적 특징을 띤다. 인간을 위한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그리스도에게서 충만히 실현되었음을 구원역사의 문맥 안에서 고찰한다. 하느님의 구원계획 및 그 실현이 그리스도 이해의 관건이다.
그런데 그리스도에 대한 온전한 연구는 그분의 역할에 국한될 수 없고, 그분의 신원이 파악되어야한다.
「예수에게서 무엇이 발생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고 중요하지만「예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의문에 대한 응답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리스도의 정체에 대한 규명은, 계시진리를 거짓 교설로부터, 보호하고 당대의 언어로 적절히 표현하려고 부심하였던 교부(敎父)들에게 맡겨진 과제였다. 그리스도에 관한 교부들의 신학적 반성은 공의회에 의해 수용되고 정식화(定式化)되었는데 이 정형문(文)들이 교의(敎義:dogma)이다. 이것은 교회가 교부들의 정통가르침을 공의회에서 받아들여 선언문의 형식으로 진술한 것으로서 교회의신앙고백문이다. 니체아에서 칼체돈 공의회까지 4차에 걸친 초세기공의회의 교의적 선언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에 관한 교회의 공식진술들이다. 희랍 문화와의 상봉, 그릇된 교설에 대한 교부들의 논박, 논쟁 중에 성숙되어간 교부들의 신학적 반성 등이 그 진술들을 형성시킨 요인들이다.
희랍문화와의 상봉
이는 교회로 하여금 그리스도에 관하여 선포함에 있어서 새 언어로 표현할 것을 요청하였다. 교회는 비성서적 표현 즉 희랍철학이 개념들을 빌어 계시진리를 진술할 것을 요청받았다. 이는 곧「토착화」(土着化)에의 요청이다. 희랍철학은「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고 사물의 존재, 본질에 대해 주 관심을 둔다. 그것은 사물자체, 사물을 이루는 근본바탕을 탐구하는 본질주의 또는 존재론의 학문이다. 이 철학과의 만남을 통하여 교회는 진통을 겪지만 그리스도 이해는 그분의 정체규명이라는 새 국면을 맞는다.
반면 희랍사상 안에는 계시진리를 변질시킬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내포되었다. 전통적 다신(多神)사상이 유일 신론의 방향에서 해석되는 신론, 신으로부터 연유되었지만 신과 대치되어있다는 우주론, 다양한 실재들의 세계로부터 불가변의 천상세계에로 상승해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지성을 내세우는 지성주의적 구원관등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위험한 요소는 희랍사고의 역사관과 이원론이다. 역사과정을 과소평가하고 역사를 빈껍데기로 간주한다.
이역사관은 예수의 역사, 구원의역사적 실재를 완전히 무시한다. 이원론(二元論)은 선신(神)과 악신, 정신과 물질, 신약과 구약을 분리시켜 전자들을 선으로 후자들을 악으로 간주한다.
교부들의 과제
사목자이며 지성인들인 교부들은 신앙의 진리를 표현하는 적절한 개념을 찾아 다듬고 그것에 특수한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개념의 선택, 순화, 적용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했다. 이 과업에 의해 신앙의 지성적 탐구가 시도되었는데 교부들은 희랍의 사고와 개념에 신앙의 진리를 끼어 맞추려하지 않고 그 진리에 비추어 개념들을 선별ㆍ정화하며, 때로는 개념의 뜻을 바꾸어 진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들의 표현양식은 존재론적이지만 그 내용은 구원론이었다. 그들의 사고의 출발점은 예수 그리스도가 참 하느님, 참 인간으로서 인류를 위한 참 구세주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에 의해 취해진 것이 아니라면 결코 구원받지 않는다』(나지안즈의 그레고리오)라는 구원론의 명제가 그리스도의 본질규명에 대한 교부들의 반성을 결정짓는 것이었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론이 빠스카 사건을 출발점으로 하여 예수의 역사를 회상한, 선포형식의 빠스카 중심 그리스도론이라면 교부들의 그리스도론은 그리스도의 본질에 치중된 강생 중심의 존재론적 그리스도론이다. 그리스도의 신원 즉 본성에 관한 물음이 자연히 강생에 집중되었다.
교의의 정립
그리스도론 교의는 각종 이단(異端)에 대한 논박을 통하여 발전되어온 교부들의 신학적 반성들이 4차례의 주교 공의회에 의해 정립됨으로써 이루어진 결실이다.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을 부정하는 아리아니즘을 거스려 교회는 신성을 확인하는데 니체아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동일한 본질을 공표하게 된다. 그리스도에게 인간의 영혼이 있음을 부인함으로써 참 인간성을 거부하는 아뽈리나리즘에 대항하여 교회는 콘스탄티노플에서 니체아공의회의 신조(神條)를 확대하여(이로써 니체아-콘스탄티노플신조가 탄생되었다)인성의 논쟁을 종식시켰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확정시킨 다음에 이어져오는 문제는 양성(兩性)의 상호관계 및 양성 결합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그리스도의 양성이 결합되었음을 인정하는 그 결합을 개연적 또는 우연적 일치로 주장하는 네스토리아니즈을 반대하여 교회는 에페소에서 양성의 완전한 일치 즉 본질적 결합을 확정하였다. 이 「위격적」일치는 자칫하면 인성을 신성에 흡수시켜 인성을 약화시키고 신성 하나만을 강조하는 단성론에 빠질 위험이 있었다. 이 이단을 반박하기 위하여 개최된 칼체돈 공의회에서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성ㆍ인성, 구 본성이 각기 고유한 특징을 지니면서 완전한 조화와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천명하고, 그리스도의 한 위격 안에 신성과 인성이 일치되어 있다는 교의를 확정하였다. 두 본성을 일치시키는 주체를 제2위(位)즉「로고스」로 확인하였다.
이와 같이 교회는 4차례의 공의회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신성, 인성을 확인하고 두 본성의 완전한 일치, 「로고스」안에 일치된 두 본성의 조화를 확정하였는데 이 교의는 전통적 그리스도론의 바탕이 되었다. 우리는 4회에 걸쳐 이교의가 확립되는 4단계를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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