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할머니」김옥순 씨(마리아·65세·의정부2동본당)가 걸어온 60여년의 세월은, 강도를 만나 길가에 버려진 이웃을 위해 사랑을 베풀었던 착한 사마리아인의 삶, 바로 그것이다.

비록 사창가에 내팽개쳐진 직업 윤락 여성들의 옷가지를 빨고 있지만, 김옥순 할머니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인간의 온갖 죄악과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내고 있다.

하루 빨래량만 해도 리어카 1대분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지만 서너 시간만에 거뜬히 해치우는 할머니는 빨래를 통해 생계를 꾸려가면서 자신의 온전한 삶을 하느님 사업에 헌신하고 있다.

대녀 70여명에 1백 50여명을 입교시켰고 20여명의 고아 입양, 무의탁 노인돕기, 집안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 전달 등 할머니가 한평생 행해 온 수많은 활동은 자신조차 기억할 수 없을 정도.

또한 사창가에 버려진 고아 4명을 데려다 친자식처럼 키워 어엿한 사회인으로 출가시킨 할머니는 지난 40년간 한번도 평일미사에 빠진적이 없을 정도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선행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하는 할머니는『신자의 도리를 다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자신의 삶 또한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다.

충남 예산에서 4대째 내려오는 독실한 천주교집안의 2남1녀중 막내딸로 태어난 김옥순 할머니는 자그마한 땅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가난한 집안이었지만 결코 부러운 것이 없는 사랑의 가정에서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17살 때 같은 고향출신의 남편과 꿈많은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도 잠깐, 결혼 후 10년째 되던 해에 하늘같이 믿고 지내던 남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2남1녀의 자식마저 차례로 병사했다.

평소 논바닥의 벌레 한 마리 잡지 못하고 불쌍한 사람을 보면 밤새 울어야 하는 성미를 지녔던 할머니가 당시에 겪었던 좌절감은 말로써는 표현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신앙의 힘으로 깊은 상처를 달랠 수는 있었지만 낮이나 밤이나 생각나는 남편과 자식들의 얼굴 모습때문에 홀홀단신 고향을 등지게 됐다』고 털어놓는 할머니는 보따리 장사(막일 등을 하면서 전국을 배회하다가 지난 56년 의정부에 정착,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당시 의정부에는 군인들을 상대로 전국에서 많은 장사꾼이 몰려왔읍니다. 떄문에 떠돌이들이 많았고 그래서 그들을 상대로 빨래를 시작, 지금까지 30년동안 빨래를 생업으로 삼아왔다』는 할머니는 단순한 돈벌이보다는 인간적인 따스함으로 그들을 상대했다.『대부분 외로운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였기에 하느님의 사랑이 더욱 간절했던 곳이었다』고 말하는 할머니는 빨래말고는 오로지 불우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하느님 말씀을 직접 전파하기보다는 자신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하느님 성전 앞에 이끌어온 할머니는『자신의 권유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가장 즐겁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빨래 덕분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 체질을 갖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할머니는 지금도 2평 남짓의 조그마한 방에서 홀로 지내고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 채워진 풍요로움 속에서 지내고 있다.